사미자는 23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KBS 탤런트 1기 김관수와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김관수는 가진 것 없는 무명 탤런트였기에 사미자의 집안에서는 둘의 결혼을 극구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사미자는 김관수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임신했다는 거짓말까지 불사했고, 얼마 후 실제로 아이를 갖게 되면서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가난한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고, 90만 원짜리 14평 국민주택을 마련하기까지 무려 9년 동안 마포구 판자촌에서 셋방살이를 이어갔습니다.
수입이 변변치 않았던 남편과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사미자는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당시 인기 직업이었던 성우가 되기로 결심한 그녀는 ‘미혼’이라는 채용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혼 사실을 숨긴 채 1963년 성우로 데뷔합니다.
하지만 동료 성우였던 전원주에게 우연히 비밀이 들통나면서 사미자의 결혼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원칙대로라면 성우를 그만둬야 했지만, 사미자는 첫째 딸을 안고 연출자 앞에 당당히 나타나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위기를 극복합니다.
성우로 활동하던 사미자는 배우로 전향하게 되는데,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습니다.
당대 최고 미녀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외모와 성우 출신다운 또렷한 발음과 목소리가 그녀의 매력이었습니다.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당시 결혼한 여배우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주인공 역할을 맡기는 어려웠습니다.
젊은 나이에 어울리는 주인공 역할은 맡지 못했지만,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입지를 다져나갔습니다.
1980년대에는 수입이 많은 배우 TOP5에 선정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옵니다.
남편 회사에서 이자를 주겠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에 5억 원까지 빌려줬지만, 1년이 넘도록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하자 돈을 빌린 사람은 미국으로 도주해 버립니다.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사미자는 급성 척추 협착증으로 일주일 동안 몸져눕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역할을 해야 했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촬영장에 복귀하여 섭외 전화를 받고 일주일 만에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집안의 가장 역할을 도맡아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온 그녀는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1980년대 수입 많은 배우 TOP5에 들었던 이유도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결국 2005년 한 촬영장에서 식은땀과 가슴 통증을 느끼며 쓰러진 사미자는 심근경색 진단을 받습니다. 심장으로 가는 세 개의 동맥 혈관 중 두 개가 막혀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활동을 재개합니다.
2018년에는 아침마당 출연 도중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으로 급히 향했고, 뇌경색 진단을 받아 수술과 치료를 받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 역시 작업 중 사고로 코와 눈 시신경을 다치고, 건강했던 큰아들은 후두암 진단을 받는 등 불행이 겹칩니다.
올해 82세가 된 사미자는 1년 전 근황을 전하며 망중한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항상 앞만 보고 달려온 그녀가 이제부터라도 건강하고 행복한 여생을 즐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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