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느 깜깜한 새벽 도둑은 칼을 노인에게 드밀며 돈을 요구했지만 노인의 한마디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딸네 집에서 자고 오라고 하길 잘 했구나’ 순간 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시커먼 그림자가 칼을 들고 무섭게 서 있었습니다. 70평생 살면서 내집에 도둑이 들 거라 생각한번 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내가 소릴 칠 겨를도 없이 두꺼운 로프로 나를 묶어 놓습니다.

“있는 돈 다 내놔! 소리치면 가만히 안두겠어? 돈 어디다 감췄어? 빨리 내어 놓으라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한 20대 후반 30대 초?…

이 나이 살면서 평생 죽음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뉴스에서나 보던 것을 나도 이렇게도 죽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습니다.

“살려줄거요? 돈 주면? 쓸데없는 용기인가 하여튼 도둑은 묻는 말에 눈빛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눈빛이 선량해 보였습니다. 도둑질 할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칼을 들고 있는 손이 마구 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보게 젊은이. 도둑질 처음이지?

“시끄러워. 뭐라는거야? 돈이나 빨리 내놔” 칼이 목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들이밀며 소리를 쳤습니다.

“이보게 젊은이 잠시 내말좀 들어보겠나? 나는 지금 죽는다해도 여한이 없어. 자식들 다 키웠고 자네 나이만한 손주도 있다네”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빨리 돈 내놔!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내놔” 마음이 급한 듯 목소리는 격양되었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목소리로 고함을 쳤습니다.

“돈 줄께 대신 도둑질은 하지말고 내가 빌려 주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나?” 눈동자가 갈 길을 잃고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내가 여기서 빠져나갈려고 머리 굴리는 걸로 보이나?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지금 죽어도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나? 다만 내가 보기에 우리집이 처음인것 같은데 자네 인생에 오점을 안남겼으면 하네. 앞으로 살다보면 지금 이일이 평생 후회로 남을 일이 생길걸세. 그때 후회하면 소용이 없지 않나? 내가 아무조건없이 이 돈을 빌려줄테니까 벌어서 나한테 갚으면 되지 않겠나?” 하며 칼을 든 손을 묶여있는 나의 두 손으로 덥석 잡았습니다.

도둑의 어깨가 덜썩떨썩하더니 칼을 바닥에 툭 떨어뜨리며 무릎을 꿇고 흐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가 투석중이시고, 다음달에 결혼식날을 잡았는데 돈이 없어 너무 막막하여 제가 이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용서하여 주세요. 그냥 나가겠습니다”

묶었던 끈을 풀어주며 연신 죄송하다며 나갈려고 하는 청년에게 장롱안에 있던 목걸이와 반지, 손자 등록금 보테려고 모아 두었던 돈을 청년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냥 나가면 도둑이 되는거네. 나는이 돈을 빼앗긴게 아니라, 자네에게빌려준 것일세. 나중에 갚으면 되는거야”

청년이 또 한번 죄송하다며 울고 나도 울었습니다. 청년은 고맙다며 필히 갚겠다며 꾸벅하고는 내가 배웅하는 현관 문으로 걸어나갔습니다. 등뒤로 가로등 불빛이 밝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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