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어느병원 레지던트 근무할 때, 공사장에서 추락하여 뇌를 다친 30대 젊은 남자가 응급실로 들어왔습니다. 이미 머리는 일그러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으며 의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너무 심하게 다쳐 다시 일어날 확률은 “0”.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지만, 살아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심전도기계에 나타나는 곡선이 갑자기 웨이브 파동으로 바뀌면 10분 안에 죽음을 맞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의 심장이 곧 그런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결론을 내린 나는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였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이가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던 부모님과 지인인듯한 몇몇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젊은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무겁게 중환자실을 나왔습니다.
몇시간 후 회진을 도는 데 아직도 그는 힘들게 목숨을 붙들고 있는듯 호흡기에 의지한채 그 침대위에 있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경우였습니다.
아직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과학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한 얼굴….
이틀이 지났습니다. 다시 회진시간…
힘들게 생명을 붙들고 있구나생각 중 한 여인이 중환자실로 들어왔습니다. 넋이 나간 얼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모습으로 흐느끼며 남자에게 소리쳤습니다.
“여보 나왔어. 눈 좀 떠봐 내가 왔다고 일어나 보라니까. 왜 이렇게 있어? 제발 나를 좀 봐. 나 임신했다고. 우리10년을 기다렸잖아. 10년만에 아빠소리 듣게 되었는데… 제발 일어나서 축하해줘.”
아내가 전해 준 목소리에 갑자기 그의 심장이 멈추었습니다.
‘아내를 기다렸구나. 오래 버티어 주었구나’
이제는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난 그남자와 울고 있는 여인을 뒤로하고 중환자실을 나왔습니다.
“남편분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도 힘들게 아내분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평안하게 잠들었을 것 같습니다” 여인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상식적이지 않는 일들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이 남편이 아내를 기다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 영혼, 그 영혼을 이끌어 주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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