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가난하였지만 행복한 집이었습니다. 아빠는 우리 가족들을 제일 먼저 챙겨주는 든든한 가장이었습니다. 딸만 셋에 둘째였던 난 새 옷을 입었던 적의 거의 없었습니다. 언니한테 물려받고, 동생은 나한테 물려받고, 동생까지 간 옷은 꼬질꼬질 하였습니다.
아빠는 용돈을 절약하여, 명절 옷을 한 번씩 사주셨는데, 새 옷에서 얼마나 좋은 냄새가 나는지, 그 옷을 몇일씩이나 입곤 하였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계곡으로 놀러를 가게 되었습니다. 들뜬 우리를 보고 아빠는 흐뭇해하시며, 엄마의 김밥이랑 먹을거리를 잔뜩 들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 갔습니다. 물속에서 열심히 수영을 하고 김밥도 맛이있게 먹고, 매일 매일 이렇게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을 먹고 언니랑 동생은 낮잠을 자고, 나는 혼자서 물놀이를 즐기며 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다리가 닿지 않고 몸이 자꾸 밑으로 끌려들어가며 입으론 물이 마구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허우적하고 있는데 저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오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고 뚱뚱부은 눈으로 엄마가 나를 보고 또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언니와 동생도 자꾸 나를 보고 울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나를 구하다 돌아가셨고, 한동안 나는 아빠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나를 보는 엄마도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빠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라는 글에서 나는 아빠가 나때문에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그 보답은 못하고 못난 생각만 하고 있는 나를 하늘나라에서 보고계신다면 정말 슬퍼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난 아빠의 몫까지 열심히 살기로 마음을 먹었고,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잘 지내시죠? 항상 우리 가족 지켜봐 주세요. 열심히 살다가 만나러 갈께요.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