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던 나는, 할수 있는 치료 방법은 다 해봤지만 이제 죽는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고, 시도때도 없이 찿아 오는 고통은 최악의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독한 약과 방사능치료등으로 냄새도 맛도 느껴지지 않고 먹는 족족 토해 내는 나를 가족들은 인상한번 안쓰며 앞에서는 절대 울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어디에서 몰래 울고 왔는지 눈두덩이가 빨갛습니다. 나의 아내는 병수발로 다니든 직장도 그만 두었고, 주말이 되면 안다니든 교회도 다니는 아이들은 나를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이 못난 자식때문에 10년은 더 늙어셨습니다.
나의 몸은 더 안 좋아져 가족들과 헤어질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마지막까지 가족들에게 해 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절망을 하고 있을무렵,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내의 생일이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하니 여지껏 살면서 미역국 한번 끓여 준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역국 한번 끓여주자라고 생각을 하니, 그때까지 살아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고통과 괴로움에 발악을 하여 보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미역국을 끓여 줄려면 참아야했습니다.
아내의 생일날. 아무도 모르게 부엌으로 갔습니다. 인터넷에서 끓이는 법을 확인하고, 전날 불려놓은 미역.
참기름에 고기를 넣고 볶다가 미역을 넣고, 물을 부어 보글보글 끓이면서 간장을 찿았습니다.
“간장이 어디있지? 안보이네. 검색할때 간장이 없으면 소금으로 간을 해도 된다고 했던것 같은데” 소금을 찿았습니다. 찬장 저만치 소금병이 보였습니다. 미각과 후각을 잃은 나는 소금을 한 수저 뜨서 국에다 넣었습니다. 감으로 밖엔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내가 만든 미역국을 보고,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첫 술을 뜬 아내는 “너무 맛있어. 간도 딱 맞네요”하며 고개를 숙이고, 엉엉 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국을 먹습니다. 어머니도 한 수저 뜨십니다. 어머니와 아이들이 울고 있었습니다.
“어때? 맛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미역국이에요”
그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모두 먹고 나갔습니다. 내가 끓인 미역국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보니 너무 기뻤습니다. 주방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소금병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건?” 깜짝 놀랐습니다. 그 병은 설탕병이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가족들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나의 마지막 미역국을 맛있다며 먹어 준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나의옆에 있다는 것으로도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