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친한 친구의 친구 아내의 장례식장에 같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얼굴 보면 안면은 있을거야”
검은 색 양복을 차려입고 친구와 함께 장례식장 가는 길에 대충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줍니다.
한창 좋은 신혼 1년차, 정말로 사이 좋은 부부였고 행복해 하던 부부였는데, 운명의 장난이라고 해야 하나, 불행은 한 순간에 찿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장례식장은 지하 1층, 너무도 한산하고 조문객도 띄엄띄엄,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하고는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이니, 조문을 올 필요도 감정의 동요가 올 정도도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내를 잃고 얼마나 울었는지 일어설 기력조차 없는 것 같은 얼굴을 보니, 그때서야 “아 저 친구”라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에 먼저 절을 하고 상주인 친구에게 맞절을 하면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손만 잡았습니다. 울음을 억지로 참으려는 듯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상주가 안쓰러워 우리들은 억지로라도 한 술 뜨라며 상 앞으로 끌다시피 앉혔습니다.
“빨리 먹어봐? 그러다 너도 쓰러지겠다 임마” 흐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상주가 움직일때마다 들고 다니는 낡은 운동화.
낡았지만, 깨끗한 운동화를 이 친구는 품에 안다시피 들고 다녔습니다.
‘뭐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사연이있어 저렇게 안고 다니지?’
같이 온 친구와 바깥에 나와 담배를 피웠습니다.
“저 친구 운동화를 왜 안고 다니고 있는지 너는 아냐?” 이친구도 애지중지하는 운동화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사연은 모른다고 합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간단한 음식에 소주 잔을 나누고 있을무렵, 상주인 친구가 다가와서는 “아까는 경황이 없어 고맙다 말도 못했네. 와줘서 정말 고맙다 친구들아”라고 하고 다시 자리를 지키러 갔습니다.
조문객들이 뜸해진 늦은 시간. 상주인 친구에게 소주한 잔 하라며 건네주었습니다.
횡단보도 신호위반차량에 사고를 당했다고 하였습니다. 조심스럽게 운동화를 왜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냐고 물었습니다.
상주인 친구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17살이 되던 중학시절에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고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마저 석달 후 돌아 가셨다고 합니다.
1살 터울 여동생과 둘만 남겨진 친구는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여동생을 위해, 부모없다 소리 듣게 하고 싶지않아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당시 여학생들이 많이 하고 다니는 것들을 봐뒀다가 돈이 생기면 옷이며 신발을 사다 주었다고 하였습니다.
“오빠가 너 뒷바라지 할테니까 넌 공부만 열심히 해. 알았지?” 오빠는 열심히 동생 뒷바라지를 하였다 하였습니다.
철이 일찍 들었던 여동생은 나는 이제 옷도 많고 필요없으니까 그만 사고 오빠 신발이나 새로 사라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였다하였습니다. 정말 사이 좋았던 오누이였습니다.
어느날 친구가 일을 끝내고 가는길.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동생을 보고 화를 많이 냈었다고 하였습니다. 본인은 동생에게 하느라고 했지만, 그래도 부족함있어서 저런일을 하나 하는생각에 오빠는 마음이 아팠고, 화도 났다고 하였습니다. 오빠는 무작정 동생을 끌고 나와 동생에게 많은 화를 냈었다고 하였습니다. 집까지 와서는 설움에 서로 부둥켜 안고 많이 울었다고 하였습니다.
몇 일 뒤 현관에 하얀색 운동화 한켤레가 있었다고 합니다. “오빠 생일 축하해”라는 쪽지와 함께.. 오빠의 눈치를 보며 알바로 모은 돈으로 장만한 운동화라는 걸 오빠는 알았습니다.
“큰일 났다. 빨리 병원에 가보래이” 밑에 어르신이 오빠를 보자마자 어서 가보라며 재촉을 하셨습니다.
이 친구의 생일날이 여동생의 제삿날이 되었습니다. 하교길에 교통사고가 나면서 동생은 부모님이 계신곳으로 가버렸다합니다. 설상가상 연락한번 없던 친척이 살고있는 집이 당신들 집이라며 오빠를 나가라고 하였답니다. 이 친구는 죽을 생각만 하였답니다.
나를 살게 한 원동력은 동생이었는데 그 원동력을 잃었으니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던 어느날, 오빠 꿈에 동생이 나와 신발 잘 맞느냐고, 잘 신고 다니냐고 묻더랍니다. 오빠는 아까워서 아껴 신어야지 어떻게 막 신고 다니냐며 동생에게 말했더니 동생이 그러더랍니다. 다 떨어지면 내가 다시 사줄테니 아끼지 말고 막 신어랍니다. 10년있다가 또 사줄께라며 동생은 웃으면서 꿈에서 사라졌고 이 친구는 한동안 동생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졸업 검정고시를 봤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을하였답니다. 아내는 2년전에 만났고, 이친구 첫 생일 날이자 동생의 기일, 여친이 생일선물이라며 상자를 하나 건넸다고 합니다. 열어보니 10년전 동생이 사줬던 똑같은 운동화가 들어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아내 될 사람에게 운동화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없는 데 우연인가?
여친은 어떤 이유인지 애지중지 하며 신고 다니는 운동화를 보며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며, 10년전 모델을 찿느라 고생했다면서 선물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친구는 여동생이 살아 온 듯한 착각이 들었고, 이런 여자면 평생을 살아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에 청혼하고 결혼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내는 운동화만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고 하였습니다.
손에 꼭 쥐고 있는 그 운동화가 다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