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볕이 쨍하게 내려째는 어느날, 꽃가게 안으로 10살?12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아줌마! 60년동안 꽃 배달을 해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조금 황당한 질문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진지한 듯 다시 나에게 물어봅니다.
“60년동안 꽃을 주문하고 싶어요. 매달 5월 20일날 카네이션 한다발을 저의 엄마께 배달해 주세요”
아이는 주소가 적힌 쪽지와 꽃값이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꽤 많은돈을 내밀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어떤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받을 어머니 성함도 알려 줘야지”
“저의 엄마 성함은 김민지에요. 꼭 그 날이 되면 잊지 않고 배달해 주세요”
“지금이 3월이니 두 달 남았구나. 어머니 생신날 잊지않고 배달해 주마”
아이는 고맙다며 꾸벅 인사를 하였습니다.
다음날.. 그 아이가 가게 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아주머니 잊지 마세요. 부탁드릴께요”라며 인사를 하고 사라집니다.
그 다음날도, 그 그 다음날도 아이가 가게를 찿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아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절대 잊어면 안된다며 거듭 부탁한다면서,
“아주머니 제가 그림 배운지 3년정도 되었는데, 초상화 한 장 그려 드리고 싶은데 그려도 될까요?”
속으로 ‘재미있는 아이구나’하면서
“그래 그려주면 나도 고맙지”
한 30분 정도 정성스럽게 나의 얼굴을 그려줬습니다.
“어머나 그림 잘 그리는 구나. 나랑 똑 같이 그렸는데?!”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아이의 얼굴은 볼 수 없었습니다.
5월 20일. 카네이션 한다발을 들고 집을 찿아갔습니다.
아이엄마께 꽃다발을 건네주며 아이가 엄마생신 날 꼭 배달을 해달라며부탁을 했다고 말하였습니다.
“아이가 잘생기고 참 똑똑하던데요. 그림도 잘 그려서 초상화도 그려줬는데 안보이네요?”
아이의 엄마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즈음..
“얼마 전에 아이가 백혈병으로 천국을 갔어요. 치료할려고 여러병원을 다녔지만..흑흑.. 죄송해요. 아이 생각이나서요… 우리애가 알고 있었나봐요. 본인이 살 수없다는 것을..
그래서 저 믿고 병원비를 저한테 달라고 하더니 이런 주문을 하고 떠났나 봐요.”
아이엄마의 우는 얼굴을 뒤로 하고 어떻게 그 집을 나와 가게까지 왔는지 나는 몰랐습니다.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 이런걸까? 가슴이 쪼여왔습니다. 내가 60년동안 이 가게를 할 수 있을까? 기도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그 아이와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이왕이면 60년을 다 채울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