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감치 가정형편에 대학가는 것을 포기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상경하였습니다.
옷 가방 한 개 달랑메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찿았으나, 기술도 없는 어린 나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배도 고프고 지쳐서 담벼락밑에 주저 앉아 있는데, 구인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구인 광고 보고 왔는데요?”
아저씨가 나를 아래위로 훝어보더니, “그 몸으로 물 한병도 못들겠다”
하시며 국밥 한그릇을 사주셨습니다. 배고 너무 고팠던 나는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서울에는 사기꾼밖에 없다고 조심하라고 하더니….
안쓰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시며,일하면서 기술을 가르쳐 줄테니 열심히 하라셨습니다. 나에겐 천사로 보였습니다.
인쇄소 한켠에 박스를 깔아 잠을 자며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실수를 하여 야단도 맞고, 일이 힘들어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드디어 첫 월급날.. 두둑하진 않지만 내 힘으로 벌었다는 마음에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최소한의 비용을 빼고 나머진 모두 저금을 하였습니다.
저녁은 라면으로 때우고 힘이 들때마다 통장을 들여다보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오늘은 유독 배가 고파 아껴두었던 두 개의 라면 중에 한개를 끓였습니다. 얼마나 맛이 있는지…
다음날, 저녁 배가 고파 다시 라면을 먹을려고 봤더니 분명 한 개 있어야 하는 라면이 어제와 같이 두개의 라면이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 분명 어제 먹었는데???”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줄지않고 계속 채워져 있는 라면…
라면을 채워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사장님…
나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채워 주셨던 것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생각을 해보면, 인생에서 사람 잘 만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