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드라마에서나 보던 막장을 실제로 보게 되어서 깜짝 놀랐던 사건이 있었고, 오늘 문득 생각이 나서 한번 적어보려고 한다. 친구와 A는 대학 시절부터 사귀었고 A는 지금 공무원으로 시청에 다니고 있었다. A는 살짝 통통한 체형의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동물을 사랑하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친구는 대학 시절에도 예쁘다고 유명할 정도의 미인이었는데. 성격도 좋고.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멋진 여성이었다. 대학 동기들은 미녀와 야수라고 자주 놀리고는 했는데 사실은 우리가 모두 인정하는 굉장히 잘 어울리는 연인이었다. 친구와 A는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크게 싸운 적이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이 멋진 두 사람의 결혼식을 참석자 모두 따뜻한 시선과 축복하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결혼식 당일 날 감동적인 본 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는 식장 안에 있는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카페 입구 쪽에서 다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슨 소란인가 싶어서 상황을 살펴보러 갔는데 저 A오빠를 만나게 해주세요. 제 뱃속에 A 오빠의 아기가 있어요. 제발 오빠 좀 불러주세요.
카페 바로 옆은 축의금 접수대였는데 어떤 여자가 울면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여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고등학생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앳된 얼굴을 소녀였고 마침 접수대에 앉아 있던 대학 동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기에 나는 일단 서둘러서 신랑 가족 대기실에 달려갔다 .
쉬고 계시던 A에 부모님께 다급하게 상황 설명해 드렸고 두 분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소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셨다. A의 부모님은 소녀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말해달라 하였다. 소녀는 서럽게 울고 있었지만 야무진 말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오빠와는 반년 전에 처음 만나서 바로 사귀게 되었어요. 오빠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결혼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았어요. 소녀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자면 A이는 최근에 갑자기 소녀의 연락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후에 소녀는 바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당황한 그녀는 다시 몇 번이나 에이 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는 물론 메시지도 전부 답신이 없었고 소녀는 절망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A 와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명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A 사는 곳도 모르고 연락도 무시 당하던 소녀는 반 쯤 정신이 나가 있어 있었고,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명함을 봤는데 바로 연결 가능한 직통 전화번호는 없고 시청의 대표 번호만 있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시청으로 전화해서 A와 통화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상대방에게 장난 전화로 받아 들여졌는지 몇 번이나 거절을 당했고 마지막에 전화를 받은 연세가 있으신 것 같은 여성에게 자신의 사정을 구구절절 이야기했더니, 그분이 오늘 여기서 결혼식이 있다고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소녀를 둘러서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에 모두 할 말을 잃었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우리 아들이 그런 심한 짓을 저질렀다니 정말 미안합니다. A의 어머니가 울고 있는 소녀를 안아주면서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정말 미안해 지금 당장 이 자식을 이 자리에 끌고 올게. A의 아버지는 비통한 얼굴로 신랑 신부 대기실로 뛰어가셨다. 일단 여기 앉아서 좀 진정을 하는 게 좋겠어요. 뱃속 아기에게 무리가 가면 안 돼요. A의 어머니는 소녀를 가까이 있는 소파에 앉게 하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린 소녀는 여기에 오기까지 상당한 마음고생을 했을 것 같았는데 에이 어머니의 다정함에 안도감과 서러움이 폭발했는지 엉엉 울면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A의 어머니가 건넨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소녀의 손이 순간 멈추었고 소년은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 맞은 편에서 A가 아버지에게 멱살이 잡혀서 끌려오고 있었다.
“A 오빠!”소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쪽을 향해서 뛰어갔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결혼식을 망칠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나 아기가 생겨버렸어요. 내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확인 안 하니까 너무 불안해서 이렇게 올 수밖에 없었어요. 미안해요. 소녀는 울먹이면서 남자에게 이야기를 했고 “너가 왜 여기에 있어?” 남자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정체를 알고 우리는 더 놀라고 말았다.
뭐, 뭐야? A가 아니고 B잖아. 그렇다. 소녀는 이쪽으로 끌려오고 있는 A를 지나쳐서 뒤쪽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온 B에게 달려갔던 것이다. 지금까지 소녀가 말했던 A가 오빠는 같은 대학 동기인 B 였던 것이다. 소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눈치를 챘는지 저기 이 사람이 A 오빠가 맞죠.
떨리는 목소리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물어보았다. 비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도망갈 준비를 있었다. 그러나 A의 어머니가 바로 B에 멱살을 잡아서 어딜 도망가려고 이렇게 어린애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남의 결혼식을 그걸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지금 당장 똑바로 네가 한 짓을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 A의 어머니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B는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의 두려움을 느꼈는지 공황 상태가 되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B는 길거리 헌팅으로 여자들을 꼬셔서 자주 놀았는데 여자들에게 연락처를 알려줄 때마다 사용했던 무기가 A 의 명함이었다고 한다. A와의 술자리에서 받은 명함을 길에서 꼬신 여자에게 주었고 공무원 명함이 여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에 좋다고 깨달았다는 것이다.
A 의 명함에는 소속과 직급만 나와 있고 직통 번호나 개인 전 전화번호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는데 비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넣어서 가짜 명함을 대량으로 제작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의 비로 말하자면, 직업도 없이 부모님의 돈으로 먹고 놀기만 하는 백수였다. B는 가짜 공무원 신분으로 길에서 만난 여자들과 적당히 사귀면서 즐기다가 슬슬 질린다 싶으면 연락을 차단하고 관계를 끊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무기였던 명함이 배신을 했다. 소녀가 임신했고 B가 다른 사람으로 속인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한 채 A가 일하는 곳으로 연락해서 결국 오늘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여기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는 A였다.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 달려간 A 아버지는 다짜고짜 아들에게 취조를 했고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A는 내가 여고생을 꼬셨다고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요. 아버지 지금 무슨 농담하시는 거예요. 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모르는 척 오리발 내미는 거야.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어?아버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들의 뺨을 내려쳤다. 그리고 멱살을 잡아서 소녀가 있는 곳으로 끌고 오는 도중에 진실이 밝혀졌다.
다행히 결혼식에 참석한 대학 동기 중에 변호사가 있었는데, 자신은 피로연을 빠지고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면서 나서주었고 소녀와 B를 데리고 카페로 향했다. 덕분에 피로연은 예정대로 무사히 진행되었고 더 다행이었던 것은 신부인 나의 친구는 처음부터 신랑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는 A가 어린 여자애를 임신시켰다고? A가 나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는데 절대로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 지금까지 A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호탕하게 웃는 친구가 정말 예뻐 보였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억울하게 맞아서 오른쪽 뺨이 퉁퉁 부은 채로 등장한 신랑을 보고 하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신부는 멋쩍게 웃는 신랑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나는 순간이 너무 감동스러웠고 평생 이 결혼식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불쌍하게도 결혼식 이후 A의 시련은 아직 남아 있었다. A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일터로 돌아갔을 때 A는 어린 여고생을 임신시키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다.소문 들었어. A가 그냥 완전히 인간말종이던데 순진하게 생겨서는 뒤에서 호박씨 깐 거지 진짜 최악이야
A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일터에서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결혼식에 참석했던 동료가 A의 무죄를 사내에서 열심히 말하고 다닌 덕분에 헛소문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A는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변호사 친구에게 카페에서 있었던 B와 소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알겠어 내가 아이를 책임질 테니까. 우리 결혼하자 라고 갑자기 B가 자리에서 소녀에게 프러포즈와 비슷한 발언을 했는데 소녀도 그렇게까지 바보가 아니었다. 내가 이런 사기꾼과 결혼을 왜 해라고 거부했다고 한다. 너는 지금까지 취직해서 일해본 적도 없잖아. 결혼해서 가정을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변호사 친구는 B가 너무 한심하게 보였고 바로 자리에서 소녀의 부모님과 B의 부모님을 호출했다고 한다. B의 부모님은 고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면서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소녀의 부모님은 단칼에 거절했다. B는 여고생의 나이를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접근했고 미성년자를 임신까지 시킨 죄는 상당히 무거웠다.
소녀의 부모님은 자리에서 혼인 빙자 사기와 아동복지법 관련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B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의 소문은 듣지 못하고 동기들의 기억 속에서 B의 존재는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