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살에 아내와 결혼을 했다. 아내는 동갑이었는데. 나와 결혼하자마자 외도를 저질렀고 숨기려는 내색도 없이 내 앞에서 불륜남과 당당하게 통화를 하고는 했다.
우리는 결혼 전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처음 만난 그날 과음을 하게 되었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아내의 원룸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리고 그날 바로 아내는 임신했고 연애 기간도 없이 결혼하게 되었다.
내 부모님은 아내의 인성과 행실을 단번에 알아보고 결혼을 반대하셨지만, 나는 소중한 생명을 저버릴 수 없었고 부모님과 연을 끊으면서까지 결혼을 강행했다.
아내의 불륜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당연히 화를 냈는데 아내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혼하자 어차피 결혼도 당신이 하자고 해서 해준 거야.
나는 지금 당장에라도 이혼 서류에 사인할 수 있어 언제든지 당신이 원할 때 제출하도록 해 어차피 이혼할 용기도 없고 그럴 주제도 안 되겠지만, 나는 아이에게는 반드시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주의였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가정을 유지하고 싶었다.그래서 항상 나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아내는 그런 내 마음을 이용해서 도덕적 관념을 전부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망나니처럼 살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하는 일상은 괴로웠지만, 딸아이만 보면 힘이 났고 아이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만 있다면 나는 아내의 악행과 폭언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아내 또한 딸아이에게는 진심으로 애정을 쏟았고 아이도 당연히 엄마를 좋아했다.
비록 배달음식이나 밖에서 사 온 반찬일지라도 아이의 식사는 잘 챙겨주었고 불륜남과의 데이트로 바쁜 와중에도 엄마의 책임은 다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내와의 이혼에 대한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상태로 아내를 향한 분노를 마음속에 꾹 눌러 담으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그동안 아내의 외도 상대는 여러 번 바뀌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내가 크게 다쳐서 병원으로 긴급 이송 중이라는 구급대원의 연락이었고 나는 일단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분은 6개월 이상 입원을 하셔야 합니다. 아내는 교통사고가 크게 났는데 불륜남과 함께 타고 있었다.
불륜남은 경상이었지만 아내는 안타깝게도 중추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되고 말았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아내와 남보다 못한 사이로 살았고 솔직히 아내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이가 슬퍼할 생각의 마음이 아려왔다.
의무적으로 아내의 치료에 온 힘을 다하고 주기적으로 문병을 없이 결혼하게 업무의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까지 하려니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초반에는 매번 딸 아이를 데리고 문병을 갔는데 아내가 아이를 보면서 기뻐하는 것은 잠시였고 하반신 마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우울증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애정이 있는 부부 사이였다면 만사 제쳐두고 아내의 옆에 붙어서 위로를 해주고 희망적으로 이끌었겠지만, 나는 아내에게 조금의 연민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내 심리 상태보다 딸아이가 더 신경이 쓰였는데 아내에 대한 아이의 마음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아내의 사고 소식을 처음 듣고 아이는 몇 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우고 거의 매일 엄마를 보러 가자고 했었는데 최근에는 내가 먼저 문병을 가자고 했지만 거절하고 엄마가 퇴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아내도 아이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아이는 안 온 거야.
요즘 나한텐 너무 쌀쌀맞은 것 같아 이제 슬슬 사춘기잖아. 나는 대충 그럴듯한 말로 얼버무렸는데 사실 나를 대하는 아이의 태도는 예전과 전혀 변화 마음이 없었고 여전히 밝은 성격의 다정하고 착한 아이였다.
아내가 슬퍼하는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딸아이가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아이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더니, 딸이 먼저 이야기를 해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엄마 바람피우고 있는 거지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거 맞지 나는 생각지도 못한 딸의 발언에 깜짝 놀라서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봤는데 아이는 한 달 전에 학교를 마치고 혼자 엄마를 만나러 병원에 간 적이 있다고 했다.
엄마 병실에 모르는 아저씨가 있더라고. 입구에 숨어서 대화를 엿들었는데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같았어.
어릴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한참 전부터 아빠를 배신하고 나쁜 짓 하고 다닌 게 분명해 딸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아이가 받았을 상처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많이 놀랐지 미안해 왜 아빠가 사과해 아빠야말로 아주 힘들었지 엄마가 아빠한테 심한 말 하고 소리 지를 때마다 아빠는 내가 못 듣게 하려고 항상 신경 쓰던 것 나도 잘 알고 있어 딸은 다정한 말투로 말하면서 나를 안아주었다. 엄마는 내가 싫어 그날 병원에 간 거 몰라 나는 바로 집으로 와버렸거든.
아빠 이제는 엄마와 헤어져도 괜찮아 나 때문에 계속 참고 있었던 거지.
나는 아이의 성장을 실감하면서 눈물이 터질 것 같았는데 그와 동시에 아내를 향한 분노가 끌어 올랐다. 나는 엄마가 좋았는데 이제는 아니야.
얼굴 보는 것도 싫고 목소리도 안 듣고 싶어 엄마의 진짜 모습은 괴물 같아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야.
딸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꾹 참으면서 말했다.
아이는 깊은 상처를 받고 엄마를 향한 미움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
나는 울먹이는 아이를 보면서 뒤늦게 깨달았고 아내와의 이혼과 복수를 결심했다.
누군가는 아내가 이미 천벌을 받은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참고 견딘 세월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했다.
일단 아내가 태어날 때까지는 아무 내색을 하지 않고 평소처럼 지냈다. 결혼 생활이 길어지면서 아내의 난폭함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는데, 내가 문병을 가면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빈번했고 나는 결실을 보기 위해서 아내의 히스테리를 전부 받아주었다.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잠시 병원에 들렀는데 문이 열려 있는 아내 병실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살짝 안을 들여다봤는데 아내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옆에는 불륜남이 아내에게 모진 말로 이별 통보를 하고 있었는데, 몰래 이야기를 듣다 있던 나는 자꾸 웃음이 나와서 참느라 힘이 들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딸과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가 오늘 바람피우던 사람과 헤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엄마가 싫어 완전 쌤통이다.
나는 앞으로도 엄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딸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고 나는 다시 한번 딸에게 엄마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중학생 딸과 진지하게 회의를 했다.
긴대화를 끝에 우리는 이사를 결정했고 새로운 집을 보러 다니면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는데 마치 신이 나는 여행 준비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내 위자료 청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혼에 대한 아내의 반발이 예상되었기에 소송은 불가피하겠지만, 아내가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 하고 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이 없다는 부분을 고려해 주기로 했다.
새집을 계약하고 이사는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아내의 짐은 병원 근처에 원룸을 구해서 전부 보내버렸다.
드디어 퇴원 당일이 되었고 아내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간다고 생각하니까 매우 좋아서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어.
그렇구나 그게 뭐야? 대답이 너무 성의 없잖아.
하긴 그동안 당신도 많이 피곤했지 이제는 우리 세 식구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 인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나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는데 일단 안에 귀중품이 들어 있는 가방을 건네면서 말했다.
나는 이거 전해주려고 온 거야. 딸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가볼게. 아내는 멍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딴 농담 재미없어 나는 지금 이 인생 최고로 재미있는데, 이제부터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이혼소송도 의뢰할 거야.
나는 가방에서 이혼 서류를 꺼냈고 아내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거 기억나지 당신이 먼저 작성해서 나한테 준 거잖아.
불륜남과 헤어졌어.
앞으로 우리 집에서 같이 잘 살아보자고 말하고 있잖아.
딸에게는 엄마가 꼭 필요해 아이한테 직접 물어볼 거야.
아내는 부들부들 떨면서 아이에게 전화하려고 했다.
헤어진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버림받은 거겠지.
당신이 우리를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다닌 거 아이도 이미 다 알고 있어.
아가 직접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당신은 평생 아이를 보지 못할 거야. 원룸 주소는 메시지로 보냈어.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아내는 경악한 현실에 입만 뻐금거리고 있었고, 나는 그런 아내를 뒤로하고 서둘러서 병원을 나왔다.
그 이후에 예상했던 대로 아내에게 참여의 메시지가 없다.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어.
당신과 아이와 함께 살고 싶어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게 제발 나에게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나는 딸과 함께 내용을 확인했고 아이는 코웃음을 치면서 메시지를 삭제하고 아내의 번호를 차단했다.
시간이 흘러서 이혼은 무사히 성립되었고 나는 딸과 함께 오랜 세월 만나지 못했던 부모님을 찾아 뵈었다. 부모님은 그동안 나와 아이가 많이 보고 싶었다면서 눈물을 흘리셨고 나 역시 불효의 세월이 후회되어서 목 놓아 울었다. 부모님과 딸아이는 금방 친해졌고 서로 진심으로 아끼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고 진정한 행복을 손에 넣은 느낌이었다. 아내와의 잘못된 첫 만남으로 긴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았지만, 앞으로는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