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30대 초반이고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결혼 전에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시어머니가 나를 보는 눈빛이 굉장히 매서웠고 첫 만남부터 내가 시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결혼하기 전에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나는 우리가 결혼하면 네가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공부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맛있는 저녁밥 만들어서 내가 퇴근할 때 기다려주면 좋겠어.
남편이 진지하게 내 의견을 물어봤고 나도 회사 일에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퇴사를 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결혼 생활 초반에는 굉장히 평화로웠다 .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과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낮에는 집안일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는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남편을 기다렸다.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결혼하고 1년쯤 되었을 때 집 근처로 시부모님이 이사를 오셨고 그때부터 시어머니가 평일 점심마다 우리 집에 오시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처음에 우리 집에 오셨을 때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
미리 연락도 없이 갑자기 오셔서 나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는데 너는 점심시간에 시어머니가 집에 왔으면 어머니 점심 드셔야지요 하고 밥상을 차려야 하는 거 아니니 .
너는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어쩜 그렇게 눈치가 없니.
나는 시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어머님 죄송해요. 바로 식사 준비해 드릴게요.
내가 점심으로 먹으려고 만들어 두었던 오므라이스를 서둘러서 식탁에 차려 드렸다.
시어머니는 한 입 드실 때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맛없는 걸 우리 아들이 매일 먹고 있는 거니.
네 내 말이 잘 안 들려 .
네가 만든 음식이 너무 맛없다고 말하고 있잖니.
나는 당황스러워서 숟가락을 가져와서 한 입 먹어봤는데 평소와 똑같은 요리법으로 만들었고 이게 왜 맛이 없다고 하시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너무 당혹스러웠다.
그날 이후부터 시어머니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 점심시간에 무조건 우리 집으로 점심을 드시러 오셨다.
정성스럽게 식사 준비를 해드리면, 시어머니는 드실 때마다 맛없다고 불평불만을 하셨고 어느 날은 냄비째로, 싱크대에 음식을 전부 쏟아버리셔서 나는 너무 놀라서 눈물이 나온 적도 있었다.
시어머니는 집에 오실 때마다 청소 상태가 엉망이다.
여자가 이렇게 게을러서 어디에 써먹느냐 등등 폭언을 일삼으셨고 또 점심식사를 챙겨 드리면, 간이 너무 세다.
야채 써는 법도 모르느냐 싱겁다. 불만을 쏟아내시는데 마지막에는 항상 같은 비평으로 마무리를 하셨다.
마누라가 이렇게 요리를 못 하면 남편이 밖에서 열심히 일할 마음이나 생기겠어. 우리 아들이 너무 불쌍하다.
내가 너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겠구나.
나는 사실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친정엄마가 일하러 출근하시면 혼자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요리했고 자화자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어디에서든 요리가 특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남편과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카레를 만들어 준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한 입 먹자마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요리를 엄청나게 잘하는구나 나 이렇게 맛있는 카레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
나 기분 좋아하라고 과장해서 말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남편은 그날 이후로 나를 만날 때마다 항상 맛있는 거 만들어 달라고 간절하게 말할 정도로 내가 만든 음식들을 좋아했었다.
시어머니가 한 입 드실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건 음식의 맛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설마 내가 결혼해서 시집살이를 당할 줄이야.
나는 친정엄마 생각도 나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지만, 똑같이 상대하면 더 피곤해질 것 같고, 남편한테 말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 그냥 최대한 무시한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시어머니는 친정엄마가 만들어주신 무장아찌를 먹어보시더니, 이게 뭐야? 장아찌에서 시궁창 맛이 나는데 이거 썩은 거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전부 쏟아서 버리고 말았다.
나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그동안 꾹꾹 참아오던 분노가 한 번에 터졌다. 잠깐만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아무리 시어머니라고 해도 이건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나한테 찍은 감히 소리를 지르는 거야. 이거 저희 엄마가 고생해서 만들어주신 거예요.
이 무장아찌는 엄마 반찬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거라고요.
어쩐지 너희 엄마가 이렇게 음식 솜씨가 엉망이니까.
너도 모양이구나 역시 엄마의 딸이네! 나는 너무 분해서 눈물이 쏟아졌고 시어머니에게 똑같이 되갚음 해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바로 다음날 시어머니는 점심시간에 또 집으로 왔고 당연한 듯이 식탁에 앉아서 점심밥을 차리라고 호통을 치고 있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 둔 음식을 차려드렸고 시어머니는 한 입 드시더니, 순간 얼어버렸다 너 이거 맛이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
원래 그런 맛이 나는 음식이에요. 매일 똑같은 메뉴만 먹으면 싫증이 나잖아요.
앞으로 새로운 음식 많이 만들어 드릴 테니까. 지금처럼 매일 오세요.
어차피 지금까지 정성 들여서 맛있게 만든 음식을 내놔도 항상 쓰레기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이제부터 정말로 맛없는 요리를 시어머니께 드리기로 했다.
음식이 단순하게 싱겁기만 하면 아쉬워서 조미료를 있는 대로 대충 쏟아부었고 말도 안 되는 맛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시어머니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맛없다고 불평하기는 해도 대부분 다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정말 맛없는 음식을 드렸더니, 한 입 먹고는 그대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안 오시려나 했는데 다음날 여전히 시어머니는 점심시간에 딱 맞춰서 집에 오셨다. 오늘도 어머님을 위해서 열심히 요리했어요.
많이 드세요. 시어머니는 처음에는 먹는 시늉이라도 하시더니, 결국 또 젓가락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이미지
그래도 싫은 소리는 계속하고 싶으신지 꾸준히 집에는 오셨는데 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부러 망친 음식을 드렸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시어머니는 아예 집에 오지 않게 되었다.
나는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게 되었는데 수일 후 굉장히 흥분한 목소리에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해서 내가 요리를 너무 못 한다고 화를 내셨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당연히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히려 시어머니가 스스로 매일 우리 집에 왔었다는 사실을 말해버려서 남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엄마가 우리 집에 매일 점심을 드시러 갔다고 아니 왜 설마 며느리 시집살이시키려고 그러신 거야.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엄마가 집에 처음 오셨을 때 바로 나한테 말해주면 좋았잖아.
진짜 정말 미안해 나는 당신 요리가 우주에서 가장 맛있어 맛없을 리가 없는데 우리 엄마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남편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이야기했고 일부러 맛이 엉망진창인 음식을 드렸다고 했을 때 남편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구나 엄마가 맛없는 요리는 도저히 못 먹겠고 화풀이하고 싶어서 나한테 전화하셨던 거구나.
사실 나도 음식들 버릴 때마다 너무 아깝긴 했는데 식비가 쓸데없이 낭비되었고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미안해.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받게 해서 미안해.
내가 지금 당장 집에 가서 확실하게 말하고 올게.
남편은 시아버지께도 시어머니의 만행을 전부 말씀드렸다.
시아버지는 아직 현역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평일 점심마다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와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하셨다 .
그리고 바로 시어머니를 끌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 며느리가 만든 음식이 맛이 없다고 당신 혓바닥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당신이 만든 음식보다 100배 1,000배는 더 맛있는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고 다닌 거야.
시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시아버지의 말씀에 마음속으로 깊이 공감을 했다.
시어머니가 우리 집에서 내 음식이 너무 형편없어서 아들이 불쌍하다면서 가끔 직접 반찬을 만들어 두고 가시고는 했는데 나중에 내가 살짝 먹어보면 전체적으로 맛의 조화가 전혀 맞지 않아서 내 기준으로는 맛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간을 맞춰서 저녁에 남편에게 주고는 했었다.
나의 요리 실력을 시아버님이 어떻게 알고 계시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어머니가 친구분들과 외국여행을 가신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시아버님의 저녁 식사를 챙겨 드렸었는데 그때도 시아버지는 내가 만든 음식을 드실 때마다 엄청 칭찬을 하셨었다.
아가 정말 매우 맛있다.
우리 아들이 결혼하기 전부터도 자랑을 엄청나게 많이 했는데 진짜 아주 맛있어서 깜짝 놀랐구나.
이 정도로 맛있으면 내일 먹고 싶을 정도야 영양 균형도 싱겁다. 불만을 것 같은데, 제가 어릴 때부터 친정어머니가 영양사로 일하고 계셔서 여러 가지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우리 아들은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아내와 평생 같이 살게 되어서 정말 행복하겠구나 .
앞으로도 우리 아들 건강을 잘 부탁하마.
이런 대화가 오갔었기 때문에 때문에 시아버지도 시어머니 할머니가 일부러 나를 시집살이 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채셨던 것이다. 당신이 만든 음식이야말로 정말 맛이 너무 없어.
그런 주제에 며느리에게 요리 실력으로 타박하다니.
정도가 있어야지. 오히려 당신이 며느리한테 요리를 배워야 할 정도라고 아버지 말씀이 맞아 엄마 밥이 맛없다는 건 나도 아버지도 아주 옛날부터 느끼고 있던 거야.
단지 엄마가 상처받을까?
봐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던 거지 엄마는 그런 것도 모르면서 며느리를 괴롭히다니 정말 너무 실망이야.
나는 앞으로 평생 엄마가 만든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을 거야.
맞는 말이야.
요리 실력은 제쳐놓더라도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며느리를 시집살이시키는 여자와 같이 살고 싶지도 않으니까.
당장 짐 써서 나가 잠깐만 내가 잘못했어.
두 번 다시 안 그럴게. 한 번만 용서해 줘 시어머니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넋이 나가 있다가 결국 울면서 나에게 사과를 하셨다.
그 후에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와 있었죠.
이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우리 집에 오시는 행동 자체를 전부 금지당했다.
일 시아버지는 시어머니 음식을 드실 때마다 맛이 없다고 화를 내셨고 시어머니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