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살이고 남편은 나보다 두 살 많은 30두 살이다.
우리는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났는데 취미가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해서 금방 친해지고, 사귀게 되었다.
교제하고 7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는데 그만큼 이 사람이다. 싶은 확신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외동아들이었는데 부모님에게 사랑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지원을 받고 있었다.
회사에 취직한 기념으로 부모님께서 사주셨다는 남편의 아파트에서 우리는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파트는 시댁에서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우리는 신혼 초부터 주말마다 시댁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어제도 남편이 이번 주에도 엄마가 저녁 먹으러 오라고 하셨어.
우리가 너무 자주 가서 어머님께서 저녁 준비하느라 힘드신 거 아니야?
괜찮아 엄마도 며느리와 더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자꾸 부르시는 거야.
하긴 나한테 저녁을 만들라고 시키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차려주시면 편하게 먹기만 하면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신혼이고 두 사람만의 시간도 소중하게 보내고 싶고 나도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니까 주말에는 여유롭게 쉬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시댁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시댁에만 다녀오면 무조건이라고 말해도 높을 확률로 나는 몸 상태가 안 좋아졌는데 시어머니의 요리를 먹고 난 후에 배탈이 나는 것이었다.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는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시는데 미소는 항상 남편을 향해 있었고, 나와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어서 와라 잘 왔어. 아가도 거실에서 쉬고 있어라 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항상 눈은 남편만 보고 계셨다.
저도 저녁 준비하시는데 도와드릴게요라고 말씀드려도 응 아니야. 괜찮아 나는 주방에 다른 사람 들어오는 거 원래 안 좋아해 .
거실에서 티브이라도 보면서 앉아 있어 라면 나를 전혀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한 말들을 하셨는데 내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앞 접시나 수저를 세팅하려고 하면, 이 접시는 이쪽에 두는 게 아니야.
우리 집에서는 다 하는 방법이 따로 있으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아라 오히려 내가 일이 늘어나니까 더 피곤하네.
라며 남편이 내 옆에 없을 때만 나한테 방해된다며 화를 내시고는 했다.
남편과 시아버지 앞에서는 항상 미소 띤 얼굴로 말을 걸어주시기 때문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게 거실에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티브이를 보다가 식사하라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다 같이 식탁에 앉았다.
우리 아들이 어쩜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내를 맞이하게 된 건지 새아가를 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둘만 있을 때는 전혀 볼 수 없는 온화한 미소로 말을 걸어주셨다.
나는 딱히 대꾸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고 괜히 어색한 티를 내면 분위기만 나빠질 테니까.
나도 그냥 웃는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사양하지 말고 많이 먹어라 라고 말씀해 주셔도 사실 나는 전혀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어머니의 음식을 먹으면 후에는 메스꺼움과 함께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한참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인이 무조건 시어머니의 음식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고 애써서 만들어주신 요리들을 전혀 먹지 않고 집에 돌아간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음식들을 보면서 선뜻 먹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자 시어머니는 왜 안 먹고 보고만 있니 맛이 없을 것 같아? 라고 하셨고 그럴리가요 전부 맛있어 보여요.
잘 먹겠습니다. 하고 내키지 않았지만 전부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시 이날도 나는 배탈이 났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구토감과 복통으로 한참이나 배를 움켜쥐고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댁에 가는 스트레스로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유난히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느낌에 다음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로 했다.
약을 처방받고 집에 돌아와서 약 봉투를 식탁에 올려놨는데 남편이 지나가다가 봤는지 나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말을 쉽사리 꺼내기는 어려웠는데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하거나 감출 일도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전부 이야기했다.
나는 내심 남편이 화를 내거나 불쾌해하면 어쩌지 싶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다행히 남편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었고 시댁에 가는 횟수를 줄여보자고 먼저 제안을 해주었다.
남편은 내가 시댁에만 다녀오면 한참 동안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런 날을 걱정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나를 이해해 준 남편 덕분에 당분간 시댁에 가지 않았고 병원 약도 잘 챙겨 먹었더니, 몸은 금방 회복되었고 상태도 최상이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시아버지의 생신 날짜가 다가왔다.
그날만은 꼭 시댁에 가야 한다고 남편과 이야기가 되어서 오랜만에 시댁에 방문하게 되었다.
시댁에 도착하기 전에 남편은 일부러 무리해서 먹지 않아도 돼.
배탈 났다고 하거나 배가 안 고프다고 적당히 둘러대자고 말해주었고 나도 물론 그럴 예정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오는 거 아니야.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라고 맛있는 거 많이 했으니까.
두 사람 모두 많이 먹어야 한다.
어머니 죄송해요.
사실은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친구를 만나서 이미 저녁을 먹고 왔어요.
뭐라고? 죄송해요. 제가 맛있다고 유명한 케이크 사 왔어요.
식사 후에 디저트로 케이크 다 같이 먹어요.
오늘같이 축하하는 자리에 얼굴만 비추면 다가 아니고 가족 모두 모여서 다 같이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게 더 예의에 맞다.
어서 자리에 앉아라.
아니 설마 내가 만든 음식을 먹기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엄마 그런 게 아니고 .
사실은 남편은 옆에서 내가 혼나는 것을 보고 있는 게 민망했는지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의 사정을 모두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편의 행동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 되었고 시어머니는 크게 분노하고 말았다.
뭐라고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무조건 배탈이 난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며느리가 지금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에서 이간질하는 거야. 뭐야? 이런 여자와는 당장 헤어지거라.
당장 이혼하라고!!
정말 죄송해요. 확실한 원인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시어머니는 이미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았다.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었지만 주말마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며 시어머니는 계속 화를 내고 계셨다.
남편과 나는 이 상황을 어떡하면 좋을지 완전 공황 상태였는데 그때 갑자기 뒤에서 쿵 하고 큰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시아버지가 식탁 의자에서 떨어져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버지 우리가 당황하면서 얼른 가까이 가서 살펴봤는데 시아버지 입에는 음식물이 그대로 들어 있었고, 배를 움켜쥐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모습을 보고 시어머니도 공황 상태가 된 것 같았다.
아니 왜 양반이 며느리 접시에 있는 걸 먹었지?라고 시어머니는 혼자서 작게 중얼거렸는데 옆에 서 있던 나는 내 두 귀로 똑똑히 듣고 말았다.
나를 주려고 했던 음식을 시아버지가 드시고 쓰러졌다고 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시어머니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빨리 구급차 불러 조금 기다리자 바로 구급차가 도착했고 시아버지는 병원으로 실려 가셨다.
시어머니도 함께 구급차를 타고 가셨고 남편과 나는 아무런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로 따로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가 계신 병실에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안에서 시어머니와 의사 선생님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내용은 정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왜 상한 음식인 줄 알면서도 요리를 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느냐고 시어머니에게 묻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는 동문서답을 하면서 이상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었다.
내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안으로 들어가서 상한 고기라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내 접시에 있던 건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아버지가 드신 건 며느리한테 주려고 했던 거라고 했지.
왜 며느리한테만 상한 고기로 만든 걸 주려고 했는데, 라고 남편이 화를 내자 시어머니는 당황하면서 어머 벌써 도착했네.
방금 의사 선생님께서 아버지는 이제 괜찮다고 하셨단다.
말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 봐요.
어머니 설마 항상 저한테만 그런 걸 먹이셨던 건가요? 나와 남편은 거침없이 시어머니에게 따졌다.
시어머니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이 없었으나 이미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시아버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저거 완전 최악의 인간이네.
당장 며느리한테 사과하지 못해 시아버지가 호통을 치자 시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시아버지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의식이 돌아와서 의사와 시어머니의 대화도 전부 다 들으셨다고 했다.
아니 그러니까 며느리한테 내 아들을 빼앗긴 것만 같아서 분하고 아주 조금 괴롭히고 싶었을 뿐인데 설마 당신이 그걸 먹을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지금까지는 다행히 제 위장이 그나마 튼튼해서 괜찮았던 거지 저도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얼굴이 시뻘게진 남편이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서운 얼굴로 엄청나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가족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엄마야말로 당장 나가 두 번 다시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엄마한테 너무 실망했어.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시어머니는 계속해서 용서를 빌었지만, 남편과 시아버지 그리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후에 남편과 나는 병실을 나오면서 앞으로의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전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어머니는 나한테만 일부러 상한 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해주셨고 이상한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간도 세게 하고 향신료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매번 복통에 시달려야 했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토할 것만 같았다.
남편은 나를 위해서 앞으로 시어머니와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시아버지는 당분간 입원을 하셔야 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셨다.
그러나 시어머니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너무나 컸기에 결국 이혼을 결심하셨다.
당연히 시어머니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매달리셨는데 솔직히 말해서 자업자득이었다.
지금은 우리 집에서 시아버지도 함께 세 명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시아버지는 처음에 완강하게 거절을 하셨는데 항상 자상하고 다정하신 시아버지가 혼자서 외롭게 계시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함께 살자고 말씀을 드렸다.
시어머니는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지내시는데 가는 곳마다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있다는 것 같다. 시어머니는 요즘에도 거의 매일 전화를 해서 용서를 빌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남편과 시아버지는 전혀 상대하지 않았고, 항상 내가 대응하고 있다.
나보다 두 사람이 훨씬 더 시어머니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큰 것 같았다.
최근에는 남편과 시아버지와 맛집으로 외식하러 다니고 남편이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자주 해줘서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새 생명이 찾아와서 남편은 물론이고 시아버지도 굉장히 기뻐하며 손주의 탄생을 기대하고 계신다.
일단 시어머니에게도 기쁜 소식을 알리기는 했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일이 있을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일을 겪었지만, 이제는 시어머니를 만나지 않고 상한 음식을 먹을 일도 없게 되어서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