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에요.
제 친한 친구들도 저처럼 미혼이라 같이 여행도 다니고 집에 초대해서 와인 파티도 여는 싱글의 삶을 만끽하고 있어요.
원래는 대학 시절에 저를 포함한 5명이 몰려다녔는데 한 명은 소식이 끊겼고 나머지 한 명은 혼전 임신으로 일찍 결혼했는데요.
비록 관심사는 달랐지만 결혼하지 않은 저희 세 명과 일찍 결혼한 친구 A는 꾸준히 연락을 하고 모임을 하는 사이였어요.
하지만 친구의 세 번째 임신 이후 그동안 쌓인 게 터져서 결국 친구와 절교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A의 진상짓은 결혼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식을 못 올리는 친구 부부가 안타까워서 저희끼리 돈을 모아 젖병 살균기 아이 옷과 신발 등 출산에 꼭 필요한 용품들을 결혼 선물로 주었는데요.
이것 좀 봐 우리 아기 어때 너무 귀엽지.
하지만 친구의 출산 후 시도 때도 없이 단톡방에 올라오는 아기 사진 때문에 대화 흐름이 끊길 때가 많았고 계속 예쁘다고 칭찬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저러니 저희들도 지쳐서 결국 미혼인 친구들끼리 따로 단톡방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1년쯤 지나 A가 저희들만 부르는 돌잔치를 한답시고 집으로 초대하더라고요.
가볍게 준비했다길래 큰 기대는 안 하고 갔지만 솔직히 차려진 음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뷔페 돌잔치만 가봐서 잘은 모르지만 돌잔치상 하면 백설기 경단 과일 정도는 올라오지 않나요?
친구 부부가 차린 상 위에는 떡볶이 순대 만두 튀김 종류 과자 케이크 하나가 올려져 있었어요.
떡이랑 과일은 우리가 안 먹어서 준비 안 했어.
너희들도 잘 안 먹잖아. 음식 낭비 안 하고 다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들로만 준비했으니까.
많이 먹고 가. 그래도 돌잔치 음식하면 대단한 건 아니라도 잡채나 전 같은 걸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금반지 주고 인스턴트 음식만 깨작거릴지 몰랐네요.
문제는 이런 식의 돌잔치를 둘째, 낳고서도 또 했다는 거예요.
그뿐인가요? 친구 남편 직업이 쉬는 날이 불규칙해서 주말에 혼자 애 보기 힘들 때는 꼭 저희를 불러요.
혼자 있는 친구가 애 본다고 힘들어하는 게 불쌍해서 직접 집까지 찾아가 도와주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고마워하기는커녕 친구들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A의 태도에 질려 저희들도 A와의 연락을 서서히 줄여갔습니다.
꼭 만날 일이 있을 때는 A의 집 근처 카페에서 두세 시간 대화하다 헤어졌는데요.
얘들아 나 완전 힘들어 우리 애들 데려왔는데 나 커피 마시는 동안 애들 좀 맡기자.
자 이제 이모들한테 가서 놀고 엄마는 좀 쉬자.
카페에 올 때도 저희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애들을 데려와서 자기 애 보느라 힘들었다고 저희 보고 좀 봐달라고 하면서 휴대폰만 만지는데 불만이 살짝 있긴 했지만, 친구의 육아 강도를 생각하니 불쌍해서 여기까진 참을 수 있었어요.
저희가 폭발한 건 친구가 쌍둥이를 임신하면서부터였는데요. 처음엔 형편도 어려운데 쌍둥이가 들어섰다고 우는 소리를 하더니, 저희들한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더라고요.
얘들아 나 독박 육아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 걸릴 것 같은데, 가까운 곳에 태교 여행 좀 보내주면 안 될까?
제주도는 바라지도 않고 춘천이나 남해에 있는 펜션에 가서 힐링하면 나아질 거 같은데, 나 말도 못 하게 힘들어.
설마 우리 돈으로 여행 보내 달라는 거니?
사람 살리는 셈치고 딱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될까?
남편한테 보내달라고 하면, 눈치 보인단 말이야.
너희들이 보내주면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
이번에 못 가면 평생 기회가 없어 한 번만 도와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어차피 우리 애들 돌 때 선물 챙겨줄 거잖아.
그거 안 챙겨줘도 되니까. 돌반지 대신 여행 보내준다.
생각하면 되는데 왜 그래 이대로 집에만 붙어있다간 쌍둥이한테 제대로 태교도 못해줄 것 같아서 그런다고.
그게 말이 되니 그리고 떡볶이 만두 차려놓은 돌잔치를 우리더러 또 오라고?
웃기네 어차피 잘 안 먹는 떡 과일 대신 너네들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린 건데 말이 심하잖아.
그래도 기본이라는 게 있어 손님들 돌잔치라고 초대해 놓고, 분식 메뉴 몇 개 갖다 놓으면 누가 좋아하겠니?
맞아 그동안 너한테 잘해주려고 불편함 전부 감수해 가면서 도와줬는데 지금 생각하면 후회될 정도야.
우리는 친구지 네 남편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니거든.
정 떨어져서 너 허구는 연락 못 하겠다. 나도 너랑 도저히 못 놀겠다.
남편이랑 애들 네 명 데리고 행복하게 살든가 말든가 이렇게 저희 세 명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단체 톡방과 A와의 개인 톡방을 나왔는데요.
다음날 A는 징그럽게 긴 문자로 저희들에 대한 분노와 섭섭함을 표출했어요.
딱히 어떤 감정도 안 들어서 문자도 무시했더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후로 더는 연락이 없네요.
그 친구도 저희들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기 때문에 앞으로 연락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바라지 말고 도움을 받게 되더라도 감사할 줄 아는 그런 가정을 꾸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