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서 양배추와 물만 먹고 있는 아이” 직장 상사와 고깃집에 갔는데 깡마른 아이가 양배추와 물만 먹고 있었고 이내 알게된 충격적인 사실에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근을 나갔다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서 사무실에 복귀했는데 과장님이 직원 한 명의 업무 실수를 대신 처리하느라 혼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더니, 문제를 일으킨 직원은 울기만 하고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서 먼저 퇴근을 시켰다고 한다.
나는 어차피 집에 가도 온라인 게임 외에는 할 일도 없었고 과장님을 도와주기 위해서 자리에 앉았다.

혼자보다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나잖아요. 저한테도 자료 주세요.
나와 과장님은 집중해서 잘못된 부분들을 처리했고 두 시간 정도에 걸쳐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진짜 고맙다 내가 쏠 테니까. 고기 먹으러 가자 우리는 평소에도 사적으로 편하게 식사를 하는 사이였고 과장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가는 맛집이 있다면서 차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가게 안은 회사원들과 가족 단위의 손님들로 거의 만석이었다.

직원에게 자리 안내를 받고 있는데, 과장님의 핸드폰이 울렸고 거래처에서 전화 왔는데 이야기가 길어질 수도 있어 먼저 주문해서 먹고 있어. 과장님은 일단 다시 가게 밖으로 나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펼쳤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걸 주문해서 먹는지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살펴봤는데 40대 여성과 10살 정도의 여자아이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과 아이 한 명은 상당히 통통한 체형에 얼굴이 똑 닮아서 한눈에 모녀 사이구나 싶었는데, 또 다른 아이는 너무 말라서 거의 뼈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통통한 모녀는 고기를 끊임없이 구우면서 숨 쉴 틈도 없이 먹고 있었는데, 마른 아이의 앞에는 물과 양배추가 담긴 접시만 놓여 있었다.
저 아이를 분명히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주문하는 것도 있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가 누군지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놀랍게도 아이는 나와 함께 온 과장님의 딸이었다.

과장님은 4년 전에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고 당시의 딸과 단둘이서 지냈는데 나는 주말에 몇 번 집으로 초대를 받아서 놀러갔고 과장님 딸에게 책도 읽어주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1년 전에 과장님은 지인의 소개를 받아서 재혼을 했고 이후에는 과장님 집에 놀러 가거나 딸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과장님 재혼 상대의 얼굴은 몰랐지만 마른 아이는 아무리 봐도 과장님의 딸이 분명했다.

나는 처음보다 테이블의 상황을 더 유심히 지켜봤는데 과장님 딸은 울고 있는 것 같았고 재혼 상대로 추정되는 여자는 화가 나 있는 느낌이었다.
자리가 멀기도 했고 고기 굽는 연기가 심해서 확실하게 파악이 안 되었는데 과장님은 통화가 길어지는지 아직도 자리에 오지 않았고 마침 아이가 있는 테이블이 화장실 근처였기 때문에 나는 화장실에 가는 척을 하면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여자는 과장님 딸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좋게 말할 때 그만 우는 게 좋을 거야.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잖아.

나는 서둘러서 핸드폰 녹음 기능을 작동시켰다.

잘 알고 있겠지만, 너 아빠한테 말하면 절대로 안 된다.
약속 어기면 일주일 동안 학교에도 안 보내줄 거야.
너무 배가 고파요 밥이라도 조금 먹게 해주세요. 과장님 딸은 서럽게 울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너는 어차피 많이 먹지도 못하잖아.
이걸로 충분하다고 여자는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생고기 아래에 깔려있던 상추를 아이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본인과 친딸은 고기와 후식까지 배불리 먹고 깡마른 아이에게 심하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있자니 나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는데 그때 마침 과장님이 통화를 마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서둘러서 자리로 돌아갔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아직 주문도 안 하고 뭐하고 있었어?
지금 고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저쪽 테이블에 과장님 딸 맞죠.
저녁 먹으러 왔구나 과장님은 반가워하면서 딸에게 가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나는 다급하게 과장님의 옷을 붙잡으면서 만류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일단 이것부터 먼저 들어보세요.
나는 거침없이 녹음 파일을 재생했고 과장님의 얼굴은 충격에 휩싸여서 울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딸이 있는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자는 과장님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가식을 떨면서 말했다.
어머나 당신 저녁 먹으러 왔어요.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아이들이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
나는 지금까지 과장님이 화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순간에 과장님은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너와 재혼한 이후에 아이가 하루하루 말라가는 걸 보면서 계속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병원에도 데려가서 진료를 받게 하라고 부탁을 했었잖아.

근데 뭐 그냥 체질이라고 애초부터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기는 한 거야.

아이에게 고민이 있냐고 물어봐도 항상 괜찮다고만 하고 이제 알고 보니 너가 아이를 협박해서 아무 말도 못 하게 했었던 거구나.


너도 딸이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오해가 너무 심하잖아요.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건가요?
항상 아이들 밥도 골고루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이가 편식이 너무 심한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고요.


그래 과연 이걸 듣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과장님은 녹음 파일을 재생해서 여자의 귀에 가까이 가져갔고 당당하던 여자의 얼굴은 금방 새파랗게 질렸다 이거 조작된 거야.
나는 너무 억울하다고 내가 아이를 괴롭혔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져오란 말이야.
여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최후의 발악을 했고 과장님은 그런 여자를 무시하고 딸의 손을 잡았다.

아빠가 빨리 눈치채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아빠랑 집에 가자 아이는 안심이 되었는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서럽게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를 나서는 과장님을 보면서 여자는 억울하다고 소리를 질렀고 집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
너 짐은 내가 알아서 친정 집으로 보내줄게 과장님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후에 과장님은 초스피드로 이혼 소송을 진행했고 아이는 영양실조로 병원에서 잠시 동안 입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 일로 바쁜 과장님을 대신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를 만나러 갔는데 처음에 수액을 맞으면서 기운 없이 누워만 있던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고 점차 건강한 미소를 보여주게 되었다.

퇴원하기 전날에 내가 축하 선물로 사간 딸기 케이크를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하기도 했다.

과장님한테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여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가까운 사람들을 속이는 것에 능통한 사람이었고 과장님에게 여자를 소개한 지인조차 여자의 실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여자는 금전적인 문제도 심각해서 결혼기간 내내 과장님의 급여와 보너스를 전부 자신의 개인적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고 이혼 후에도 과장님은 여자가 사용한 막대한 금액에 카드 요금 청구서를 받기도 했다.
과장님은 혹시 모를 여자의 보복에 대비하기 위해서 딸과 함께 회사 근처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역시나 몇 달 후에 여자는 자신의 친딸을 데리고 회사에 찾아와서 과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행패를 부렸는데 당연히 미리 당부를 전달받은 회사 보안팀은 두 사람을 매몰차게 내쫓아 주었다.
나는 우연히 외근을 다녀오다가 광경을 목격했는데 오랜만에 본 모녀의 행색은 심각하게 초라했고 나는 아주 쌤통이라고 생각했다.

과장님은 자신의 잘못된 재혼으로 인해서 딸아이가 거의 1년을 괴롭게 지내고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소중하게 돌보기 위해서 회사를 관두고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로 이사를 갈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을 알게 된 딸이 아빠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곤란해지잖아.
나는 이제 정말로 괜찮아 오히려 과장님을 따뜻하게 위로했다고 한다.
다행히 과장님의 부모님이 이쪽으로 이사를 해서 아이를 돌봐주시게 되었고 덕분에 과장님은 지금도 회사에서 나와 같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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