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연애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결혼 후에 알고 보니 남편은 심각한 마마보이였다.
결혼 전에는 평범한 가정에 적당히 사이좋은 모자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안일하고 잘못된 판단이었다.
결혼하고 1년 정도 되었을 때 남편은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혼자 살아서 항상 너무 걱정이야.
나는 외아들이고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엄마와 같이 살고 싶어.
내 기준으로는 시어머니 연세가 엄청 많으신 것도 아니고 같이 살게 되더라도 좀 더 나중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남편이 말을 꺼낸 바로 일주일 후에 시어머니의 짐이 집으로 도착했다.
남편은 나에게 말하기 전에 이미 시어머니와 둘이서 이사를 결정하고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시어머니는 이미 살던 집도 전부 정리하고 나도 차마 내쫓을 수는 없어서 그대로 강제적으로 시어머니와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어머니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없다고 욕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의 우편물이나 택배를 마음대로 개봉했다.
나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전에 출근했는데 동료의 사정으로 갑자기 변경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데 현관에 남편의 신발이 있었다.
분명히 아침 출근길에 같이 집을 나왔고 잊어버린 물건이라도 있었나 이상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거실이 유난히 조용했다.
평소라면 티비 소리와 시어머니의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야 정상이었다.
나는 굉장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침실 쪽에서 어떤 여자의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걸어서 살짝 열려있는 침실 문틈 사이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침대 위에서 남편과 시어머니가 합체가 되어 있었다.
나는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면서 순간에도 증거를 남겨야만 한다는 생각에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열심히 찍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친정으로 갔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너무 충격을 받으셔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바로 변호사를 선임했고 문제의 영상과 함께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남편에게는 친정아버지의 건강이 조금 안 좋아지셔서 당분간 친정에 있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빨리 집에 오는 게 좋을 거야. 집안일 안 하냐고 엄마가 엄청 화나셨거든.
아무리 거짓말이기는 해도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데 걱정 한마디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남편의 답장을 보고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내가 받은 정신적인 충격만큼 남편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남편 회사 동료의 와이프에게 연락을 했다.
회사 부부 동반 행사에서 만나서 친하게 지내오던 지인이었다.
나는 울면서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고 지인은 깜짝 놀라면서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지인은 입이 굉장히 가벼웠고 남편의 회사에 소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남편과 살던 집에 이웃에 계시는 어르신께도 전화를 드렸다.
어르신은 내가 일하는 병원에 자주 진료를 보러 오시면서 친해지게 되었고 평소에도 나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
어르신께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고 어르신도 동네에 친구들이 많은 소문은 날개를 다른 듯이 퍼져나갈 것이다.
수일 후에 드디어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회사 사이트에 익명으로 이상한 글이 올라왔어.
당신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라면서 무슨 영상이 있다는데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야?
그리고 어머니도 동네 마실 나가셨는데. 평소에 이야기 나누던 사람들이 전부 슬슬 피한다던데 이것도 당신과 관련 있는 거야.
나의 예상보다 소문은 더 빠르고 방대하게 퍼져 있었다.
소문의 영상은 내가 직접 찍은 게 맞아 그리고 나는 이혼 준비를 하고 있어 앞으로 연락은 변호사님을 통해서 해주면 좋겠어.
남편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지 않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처음에는 이혼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증거가 너무 명확했고 영상의 내용이 심각하게 충격적이었기에 결국 우리가 제시한 위자료에 합의를 하고 순순히 이혼 과정에 협조를 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소문은 더 과장되어서 퍼져나갔고 전 시어머니는 집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전 남편도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혼과는 별개로 전남편의 회사와 동네에 퍼진 소문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 남편은 결국 회사를 자진 퇴사하였고 이후의 소식은 모르는 상태로 나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수개월이 지나고 전 남편은 스토커처럼 갑자기 기분 나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메시지 중에서 가장 역겨웠던내용을 적어보려고 한다.
보고 싶은 당신에게
나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당장 이혼하라고 난리를 치지 않으셨다면 절대로 당신과 이혼하지 않았을 거야.
당신은 기본적으로 큰 오해를 하고 있어.
지금부터 내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테니까. 잘 이해를 했으면 좋겠어.
내가 어머니와 합체한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변태적인 요건 같은 게 아니야. 나는 그냥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거야.
각종 회귀 본능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당신은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으니까.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나의 행동이 비윤리적이라고 나와 어머니의 행위는 절대로 더러운 게 아니야.
나는 오히려 신성한 의식이라고 생각해 .
나는 지금 몸이 너무 커져서 어머니가 안아줄 수가 없잖아.
그래서 다른 표현 방식으로 어머니와 연결되고 싶었을 뿐이야.
태어나기 전처럼 다시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거야.
그래서 나는 내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자궁 근처까지 닿을 수 있는 부분을 이용한 거야.
결코 당신에 대한 배신 같은 게 아니야.
불륜이나 바람은 더더욱 아니지 이건 원래 남자라면 누구나 다 느끼는 아주 평범한 감정이라고 단지 표현의 방법이 각자 다를 뿐이야.
나는 여전히 당시 사랑하고 당신을 안고 싶어.
혹시 어머니와 당신 중에서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로 이해를 해주면 좋겠어 .
처음부터 어머니와 당신에 대한 사랑을 비교하는 것조차 어리석으니까.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잖아.
당신이 여기까지 읽고도 납득할 수 없다면 나는 좋은 생각이 있어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나와 어머니 그리고 당신이 태어난 그대로의 아기 같은 모습으로 셋이서 함께해 보는 거야.
그럼 당신도 무조건 안락함과 편안함을 이해하게 될 거야.
당신의 잘못된 생각을 꼭 바로잡아주고 싶어.
고민해보고 언제든지 우리 집으로 와줘.
어머니와 나는 진심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우리 예전처럼 다시 사랑하자.
쓰다 보니 구역질이 난다. 나를 설득해서 근친상간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려는 걸까?
당장 핸드폰 번호를 바꿔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
당신이 없어서 너무 외롭다. 어서 돌아와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바로 내 옆이야.
이후로는 메시지의 빈도가 많이 줄었고 이대로 조용히 전 남편에게 잊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장문의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너무 보고 싶고 그리운 당신은 새로운 애인이라도 생겼을까?
내 생각에는 아닐 것 같아 .나 말고 당신과 딱 맞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요즘 생각해 봤는데 당신과 나의 아이는 굉장히 귀여울 거야.
우리의 첫 아이는 딸이었으면 좋겠어.
사실 이름도 미리 생각해 보고 있어 .
우리는 왜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아이가 있었다면 당신이 집을 나가지 않았을 텐데 .
나는 반드시 당신과 귀여운 딸을 낳을 거야.
어머니도 당신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우리에게 다시 와줘 .
나는 소름이 돋았고 이혼을 담당해 주셨던 변호사님께 연락을 해서 상담을 했다.
변호사님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충분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메시지는 전부 지우지 말고 저장해 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말고 일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새로운 핸드폰을 구입하라고 알려주었다.
지금 상태에서 전 남편을 차단하거나 번호를 없애버리면 오히려 상대방을 자극하게 되어 돌발적인 행동을 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친정 부모님과 나는 이사를 했고 메시지도 더 이상 오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고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 연락이 왔는데 전 남편이 여동생 집에 찾아왔었다고 한다.
다행히 동생은 출장 중이라서 집에 없었는데 우편함에서 서류 봉투와 편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봉투에는 이미 작성되어 있는 혼인신고서가 들어있었고, 두 장의 편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 편지는 일단 처제에게 두고 가지만 다음에는 당신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혼인신고서 봤어? 당신과 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해 .
당신이 도장을 찍어서 직접 제출을 하고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
어머니도 당신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어.
나와 어머니는 동네에 퍼진 소문 때문에 꽤 오랜 시간 고통받고 있어.
그래서 더 이상은 여기에서 못 살 것 같아.
하지만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괜찮겠지.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처제가 잘 보살펴 드리지 않을까?
당신은 우리와 행복해질 권리가 있잖아.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 .
두 번째 편지는 동생에게 쓴 것이었다.
처제에게 혼인신고서와 편지를 언니에게 빨리 전달해 줘.
핸드폰 번호도 바뀌고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 조만간 다시 올 거야.
기다리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러나 스토커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 사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전 남편에게 주의를 주는 정도로만 끝나고 말았다.
여동생도 결국 이사를 하게 되었고 변호사님과 상담하여 전 남편에게는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내용 증명을 보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게 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나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재혼을 했고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몇 년 전에 전남편이 체포되어서 현재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에 소문이 크게 퍼진 이후로 외톨이가 된 전 시어머니가 매일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전 남편은 위자료와 재산분할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생계를 위해서 일하기에 바빴는데 어머니의 간병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남편이 어머니를 폭행했는데 정도가 심각해서 결국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도덕관념을 버리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나눌 만큼 서로에게 애틋했던 두 사람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이미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두 사람이지만 끔찍했던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 한동안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충분히 안정적이고 앞으로도 계속 나의 가족들과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