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어 오빠 지금까지 게임만 한 거야?
먹은 거라도 치우고 있지 그냥 내버려둬 알아서 할게.
알아서 한다고 해놓고, 한 적이 없잖아. 더럽다 느끼는 사람 치우는 거지 뭐 나 안 더러워 보인다니까.
맞다. 갈아입을 팬티도 없더라 뭐라고? 코로나가 터지고부터 바깥 데이트보다는 제 자취방에서 만나는 날이 많았어요.
취업 준비생이던 남자친구와 자연스럽게 반 동거처럼 함께 지내게 됐는데 생활 습관도 그렇고 남자친구의 몰랐던 모습이 점점 보이더라고요. 오빠 볼일 보고 나서 변기에 뛴 건 좀 물로 닫고 나와 달라 했잖아.
미안 머리를 말렸으면 드라이기 코드도 좀 빼서 정리해 놓고, 화장실 불도 좀 끄고 미치겠다.
내가 젖은 수건은 침대에 올려두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잖아.
이거 세균번씩 한다고 몇 번 말해.
다 떠나서 잘 안 마른다니까 축축한 상태로 자야 한다고 알겠다고 아니 그리고 대체 얼마 만에 씻은 거야.
나갈때나 씻는 거지 안 나갈 때 뭐하러 씻냐. 한 달도 넘었을 텐데 찝찝하지도 않아?
몸에서 찌든 냄새가 나더만 안 씻는다고 안 죽는다.
신었던 양말은 대체 왜 화장대 위에 던져뒀는데 입었던 옷들도 바닥에 그냥 던져두지 말고 걸어두던가 빨래통에 넣든 가 해야지.
이따 치운다고 나 지금 참아주는 거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라.
살아온 환경에 차이겠거니 생활습관 차이 날 수도 있는 거니 이해하려 했어요.
너무 못 참겠다 싶은 것만 고쳐달라고 하면, 초반에는 남자친구도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뿐이었어요. 상황을 모면하려 미안하다 하는 거지.
남자친구는 제 부탁을 조금도 들어주지 않았죠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어요.
우리 이불 빨래 언제 했지 일주일 전에 .
아주 비켜봐 이거 갖다 버리게 그러니까 이불이랑 베개에서 냄새가 나지.
우리 엄마는 매일 이불 빨래하셨어. 자주 씻기나 해 .
이불 냄새가 아니라 오빠 찌든내겠지.
내가 100번 양보해서 우리 엄마처럼 매일 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데 일주일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잠깐만 오빠 설마 또 방에서 담배 피웠어 코로나인데 밖에 나가면 큰일이잖아.
코로나가 언제부턴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말마따나 코로나인데도 나는 밖에 나가서 일하잖아.
야 너 지금 돈 좀 번다고 유세 떠냐 니가 또 난리 칠까 봐 환기까지 다 했는데 뭐가 문제야.
남자친구가 조금이라도 배려해 주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참고 잘 지내보려 했어요.
남자친구 취업 후에 결혼하자는 말도 나왔었으니까요?
그래도 내가 사랑하니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라고 되뇌면서 제가 꾹꾹 참을수록 남자친구는 오히려 왕처럼 굴기 시작했죠.
더 이상 남자친구와의 트러블이 생활습관 차이만이 아니게 됐을 때 결국 사건은 터졌어요.
면접 준비로 스터디 모임 간다던 남자친구는 백화점에서 신나게 제 카드를 긁고 있었어요.
명품 매장에서 긁힌 카드 결제 문자 메시지를 보고 나니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오빠 지금 뭐하는 거야. 뭐 하긴 면접 때 입을 옷 샀지.
야 오빠가 너 생각해서 6개월 할부로 긁었어 할부 말하는 거 가오상했는데 너 생각해서 오빠가 쪽팔림을 감수해 줬다 이거야.
내 카드로 마음대로 긁어놓고 생색내는 거니.
야 이까짓 푼 돈 내가 취업만 하면 금방 다 줄 수 있어.
푼돈?? 지금까지 네가 먹고 쓰고 있는 것까지 다 대주느라 나는 남들 다 드는 명품 하나 없는데 너는 명품관에서 옷까지 사놓고 뭐 이까짓 푼돈 구질구질하게 왜 그래 .
진짜 내가 취업만 하면 ..됐고 나 지금 카드도 나 신고해 버릴 거야.
경찰서 가고 싶지 않으면 당장 환불해라.
야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 같은 소리 하니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으니까.
헤어져 자기야 왜 그래 기분 상했어.
기분 풀어 자기야 내가 잘할게 너네 집 주소로 짐 다 보낼 테니까.
앞으로 우리 집 근처 얼씬도 하지마 .
자기야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충분히 이성적이니까.
연락 더 이상 하지 마시고요. 십분 준다.
10분 뒤에 카드사 전화해서 돈 안 신고 할 거니까 빠르게 환불해라.
나 한다면, 하는 거 알지 끊는다 .
자기야 미안해 내가잘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