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12년차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전업주부입니다.
남편이 씻으러 들어가면서 속옷을 벗어났길래 세탁 바구니에 옷을 담았는데 남편 속옷에서 검정색 긴 머리카락이 붙어있더라고요.
내 머리카락은 그건 아닌데 오빠 팬티에 이 긴 머리카락 뭐야? 머리카락 모르겠는데 난 머리가 짧잖아.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여자가 긴 머리였는데 혹시 그때 묻은 건가 말이 되는 소리를해.
어쩌다 붙었겠지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지만 그날 이후 남편의 모든 행동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의심 갈 만한 정황은 없더라고요.
어쩐지 며칠 전에도 밧데리가 빨리 닳아 있더라 남의 폰을 왜 뒤져봐?
자기 의부증이야? 하면서 남편은 포토 앨범도 보여주고 카카오 내용까지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몰래 훔쳐보지 말고 보고 싶으면 나한테 보여달라고 말해 언제든지 보여줄 테니까.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회사일로 부장님과 1박2일 로 출장을 갔는데 영상통화로 남편이 머무는 숙소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화장실 안까지 보여주면서 저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저녁밥 먹고 설거지 남편한테 너무 미안하고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뒤론 남편의 휴대폰도 보지 않고 출장에 가서 연락이 잘 안되어도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오는데 남편이 우산을 안 챙겨갔길래 우산을 들고 뛰어가면서 남편을 불렀는데 우산 가져가야지.
비가 와서 잘 안 들리는지 대답도 없고 근세 아파트 입구 쪽으로 가더라고요.
그런데 입구에서 차 한 대가 남편 앞에 섰습니다.
검정색 긴머리 여자와 둘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고 모습을 목격한 순간 손발이 떨리더라구요.
근데 머리카락이 여자 거였어. 비 오는데 지하철역까지 어떻게 간 거야.
좀 뛰다가 편의점에서 하나 샀어 바쁘니까 내가 이따 전화할게.
이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다니 배신감에 눈물이 다 났습니다.
퇴근 시간에 맞춰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이 니들 제삿날이다.
자기가 웬일로 나와 있어 여자 누구야 우리 부장님.
부장님이 출퇴근도 시켜주고 아침마다 뽀뽀도 해주냐 남편은 당황하면서 잘못했다고 하더군요.
증거들을 모아 전문 변호사와 상담도 받았습니다. 저는 짐을 싸서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니들 싸웠다며 경석이가 네 걱정 많이 하더라.
이렇게 자상한 남편이 어딨니 그 사람 회사 여직원이랑 바람 핀 얘기는 들으셨어 손만 잡은 게 전부라던데.
오빠가 그래요?손만 잡았다고 다음 단계까지는 안 갔겠지.
출장도 같이 다니면서 갈 데까지 간 사이라고요.
네가 어떻게 했길래 착한 내 아들이 바람을 다 피니 남자들 외롭게 하면 안 돼 .
안쓰럽게 생각하고 참고 잘 살아라 그렇게 아드님이 불쌍하면 어머니가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저는 이혼할 거니까 그날 밤 남편이 친정으로 찾아왔습니다.
감히 내 딸을 두고 바람을 펴 곧 정리하겠습니다. 아버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썩 꺼져 댁에 남편 번호 찍어요.
제 남편에겐 말하지 말아주세요. 말하더라도 내가 먼저 말할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저는 여자 남편에게 불륜 사진과 카톡 대화방 캡처본을 모두 보내주었습니다.
네가 기다려주라고 했잖아. 너 때문에 이혼 당하게 생겼어 이 나쁜 년아.
남의 가정 파탄 내고 네 집구석은 무사할 줄 알았니 너 상간녀로 고소할 거야.
남편에게 더 이상 미련도 없고 이혼할 생각이지만 딸 때문에 망설여지긴 하네요.
이혼은 내 인생에서 없을 줄 알았는데 인생 헛산 거 같고, 허무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