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서 주임은 일을 못하기로 유명했는데 48살의 나이로 29살과 결혼을 했다.
와이프가 젊고 탱탱해서 많이 부럽지? 남직원들에게 매일 자랑을 했고 결혼을 한 여직원들에게는 그 집 남편은 정말 대단하네.
아줌마랑 무슨 재미로 살아 ?상식 이하의 비호감 발언을 혼자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이 존경하는 부장님이 다른 지점에 파견을 갔다가 복귀를 하셨고 다 같이 야근을 하는 날이었는데.
부장님은 와이프가 할머니 같아서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젊고 예쁜 아내가 있어서 빨리 퇴근하겠습니다.
주임은 여전히 헛소리를 지껄였다.
직원들이 황당해하고 있는데, 사무실 입구에 키가 크고 우아한 분위기에 미인이 등장했고 부장님이 와이프라고 소개를 해주셨다.
그날 아침 부장님이 출근 전에 야근 간식을 사서 회사에 와달라고 미리 부탁을 하셨다고 한다.
다음 날 직원들은 모두 부장님 아내분의 미모를 칭찬하느라 바빴고 주임은 어느 순간부터 말없이 조용해져 있었다.
내가 번 돈으로 자기 부모님께만 효도하는 남친
저한테는 이 년 가까이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친구 소개로 만나서 지금까지 잘 지내왔고 아직 헤어질 생각은 없었지만 남친과의 결혼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유는 남자친구의 직업과 경제 사정을 물어보신 부모님께서 남친을 탐탁치 않게 보시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친오빠와 터울이 큰 늦둥이라 부모님이 저한테 신경을 많이 쓰시는데요.
부모님 반대와는 별개로 저에게는 남친과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남친과 남친 부모님의 식탐 때문이었어요.
사귄 지 1년쯤 되었을 때 남친이 자기네 부모님이 저를 보고 싶어 하신다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찾아 뵈었는데요.
부모님이 남의 집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라고 교육하셨고 남친도 뭐 하나 들고 가자고 해서 남친네 집 근처 마트에서 한라봉 선물 세트를 사서 들고 갔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머 뭘 이렇게 비싼 한라봉을 사 왔어.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우리 아들 여자 친구가 통이 크구나.
아들 녀석도 안 사 오는 비싼 과일을 다 사 오네.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실컷 드세요. 우리 여친 부모님이 재력가잖아.
그래 그럼 사양 않고 고맙게 먹을게.
앞으로도 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
남친의 말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웃자고 한 이야기이지 싶어서 아무 말 안 하고 넘어갔는데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저를 자꾸 자기 집에 데려가서 자기네 부모님이랑 시간을 보내자고 하는 거예요.
어차피 한 번 보고 안 볼 사이도 아닌데 얼굴 자주 뵙고 눈도장 찍는 게 좋지 않겠어?
하하 맞다. 우리 엄마가 딸기 좋아하시는데 한 상자 사 가면 완전 좋아하실 거야.
맛있는 딸기도 먹고 점수도 따면 완전 대박이겠는데?
아직 난 결혼 생각 없고 부모님 뵙는 게 부담스러워서 싫다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남친을 좋아해서 그런지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반강제로 과일을 사서 갔었는데요.
어머 아직 딸기가 비싼데 이렇게 알이 큰 걸 다 사 왔네 너무 맛있겠다.
좋아하셔서 다행이에요. 엄마 내가 여친한테 엄마 딸기 좋아한다고 살짝 알려줬어.
어때 나 같은 효자가 또 없을걸 ?
그 이후로 남친은 자기 부모님을 만나러 가자고 할 때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저한테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했어요.
우리 아버지가 삼겹살에 소주 완전 좋아하시는데 삼겹살 사가서 부모님이랑 저녁 먹는 거 좋을 것 같은데, 엄마한테 파절임 무쳐 달라고 하자 .봄 하면 도다리가 제철인데 우리 엄마가 도다리회를 좋아하시거든.
자기가 직접 사왔다고 하면, 예쁘다고 업고 다니실 거야.
꽈배기 맛있겠다.
종류별로 두 개씩 사가서 드시라고 하자 옛날 생각나신다고 좋아하실 거야.
자기 부모님이 그렇게 좋아하시면 자식인 자기가 사드릴 것이지.
왜 저한테 은근슬쩍 압박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쯤 되니 남친 부모님이 제 주머니 털어 먹으라고 시켰거나 아니면 남친이 제 돈으로 효도하려고 그러는 거나 둘 중 하나겠거니 싶었어요.
아무리 제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지만 자꾸 은근슬쩍 뭔가 바라고 있으니 없던 정도 다 떨어져서 이제 남친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요.
얼마 후 남친을 만나기로 했는데 남친이 약속 당일 만나기로 한 장소를 자기 마음대로 자기 집 근처 마트로 바꾸자고 하더라구요.
카페에서 계속 있기도 솔직히 눈치 보이더라고.
그럴 바에는 우리 집에 가서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시원하게 있는 게 훨씬 좋을 거 같아.
그럼 내가 한 시까지 갈게.
난 더우니까 집에 있다가 도착하기 10분 전에 전화하면 바로 나갈게.
솔직히 짜증나서 그냥 전화로 그만 만나자고 하고 싶었는데요.
그래도 그동안 만난 정이 있으니 전화로 하기보다는 매너있게 직접 만나서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약속을 잡았어요.
벌써 온 거야. 30분이나 일찍 왔네 여기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일찍 왔어.
더우니까 빨리 우리 집에 가자 부모님이 자기 온다고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놓으셨어.
근데 나 사실 할 말이….
야. 여기 샤인머스캣 좀 봐 알이 진짜 엄청 크네.
샤인머스캣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자긴 먹어봤어?
먹어보긴 했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거 우리 부모님 드시라고 사가면 좋겠는데 상자로 사가는 건 비싸니까 한 송이라도 사가서 맛 보여드리면, 자기 점수 따는 정도가 아니라 예비 며느릿감으로 확정이다. 확정
지금 나보고 이거 사서 갖다 드리라고?
자기 재력 정도면 한 상자도 껌이잖아.
저는 남친의 말에 갑자기 욱해서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던 샤인머스캣 한 송이를 본능적으로 집어 들었고 집어든 아이를 망설임 없이 얄미운 남친의 얼굴에 던져버렸어요.
뭐야?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
샤인머스켓 안 먹어봤다며 쳐먹으라고 입에 던져줬는데 왜 못 받아먹어?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너희 집 물주 같아 보이냐?
틈만 나면 이거 사라 저거 사라 네가 니 돈으로 효도해야지.
왜 내 돈으로 네가 효도하려고 하는데?
너같이 구질구질한 인간하고 상종하기도 싫으니까. 여기서 끝내 저는 자리에서 제가 집어던진 샤인머스캣 값을 현금으로 치르고 자리를 떴어요.
자기 동네 마트 앞에서 망신을 당했으니 정신적 피해 보상 내놓으라고 떼쓸 줄 알았는데 자기도 느낀 게 있었는지 별다른 연락은 없더라고요.
초반부터 돈 밝히고 공짜 밝히는 음침한 구석을 가끔 봤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간 제가 바보였던 것 같아요.
이제부터 사람 보는 눈을 길러서 앞으로는 이상한 사람들과 엮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