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네 친정아버지가 올해 정년퇴직을 하신다고 올해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됐나.
아뇨 정확하게 정년퇴직은 아니고 미리 명예퇴직 신청하신 거예요.
정년까진 좀 남았는데 지금 퇴사하면 회사에서 더 많이 챙겨주나 보더라구요.
아니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든 회사에 붙어있으려고 난리인데 나와봤자 다 늙어서 무슨 할 일이 있다고 그냥 몇 년 더 다니시라고 해 부모님들도 뭔가 계획이 있으시겠죠. 알아서 잘 하시니까 저는 부모님 걱정 안 해요.
내가 들어보니까, 올해 회사만 다니던 사람들이 퇴직하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업한다더라 .
너희 아버지도 괜히 그런 거 못 하게 해라 퇴직금이고 뭐고 다 난리고 니들한테 돈 달라고 손 벌리면 어떻게 하니.
걱정 마세요. 그럴 일 없어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걱정 안 해도 노후 준비도 다 하셨고 앞가림 잘하시는 분들이에요.
어머 얘 좀 봐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만약 니 아버지가 사업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너가 말려야 해.
저번에 보니 너희 엄마도 사람이 너무 좋아보이고 물러터진 거 같던데 너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지.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희 집 일은 제가 알아서 신경 쓸게요.
나는 걱정되니까. 하는 말이지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 마라. 네 어머님 들어가서 쉬세요.
결혼 6년차 세 살 아들 키우는 30대 맞벌이 여자입니다.
저희 시모는 보시다시피 오지랖이 아주아주 넓습니다. 넓다 못해 예의도 없고 엄청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결혼하기 전에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남편과 홀어머니가 같이 살고 있었어요.
지금은 분가를 하긴 했는데 어머님 댁이 저희 집에서 걸어서 5분입니다.
아들 없으면 안 된다고 멀리 가지 말라고 우기는 바람에 원래 1순위 후보지였던 아파트를 포기하고 시어머니 근처로 와서 살게 되었어요.
당연히 저는 너무 싫었고 이 결혼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머님께서 저희 집에 허락 없이 방문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고 결혼해서 살고 있습니다.
친정 부모님들은 저희 시어머니가 걱정하실 만큼 허투루 사신 분들이 아니에요.
일단 저희 아빠는 알아주는 대기업에서 거의 정년까지 일을 하셨고 엄마도 평생 살림을 하셨지만, 아빠가 벌어다 준 돈을 알뜰하게 모으고 불리는 재테크를 잘하셨어요.
지금 부모님이 살고 계신 아파트 빼고 선세 주고 있는 집도 하나 있고 월세 받고 있는 상가도 두 개나 갖고 계십니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오래된 15 평 낡은 아파트 하나밖에 없는 시어머니께서 저희 부모님을 걱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몇 년 전 저도 결혼하고 작년에 친오빠까지 장가가고 나니까 친정 아빠가 본인 할 일 다 하신 것 같다면서 조금 빨리 은퇴하고 싶다. 하시더라구요.
엄마랑 같이 작은 꽃가게 겸 카페를 차리겠다고 하시길래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평생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하셨는데 노후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죠.
저희 친오빠랑 제가 괜찮다는데 대체 시어머니가 무슨 걱정을 그리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부모님들께서 앞으로 일을 더 이상 안 하셔도 생활비 정도는 아무 문제 없거든요.
시모의 헛소리를 대충 들어넘기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저희 아빠가 지난 3월에 회사를 그만뒀고 지금은 엄마랑 장사할 가게 인테리어를 하는 중이에요.
그걸 남편에게 전해 들었는지 또다시 시모한테 연락이 와서 쓸데없는 오지랖이 시작되었습니다.
얘 니 아버지 진짜 왜 그러신대니 카페 한다면서 그거 안돼 요즘 카페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 동네에만 망해 나가는 카페가 1년에 10개도 넘어. 엄마랑 아빠가 옛날부터 커피 좋아하셨어요. 커피 때문에 이탈리아도 직접 몇 번이나 여행하셨고 두 분이 노후에 소일거리로 하시는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니 커피만 파는 것도 아니고 꽃집도 같이 한다면서 요즘 꽃을 누가 산다고 그래 사돈댁이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지 현실 감각이 너무 없나 보네.
엄마가 꽃을 엄청 좋아하시거든요. 평생 열심히 일만 하고 돈 벌면서 사셨어요.
이젠 하고 싶은 거 하시면서 행복하고 건강만 하시기를 바라고 있네요.
너도 속 편한 소리 한다. 장사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망하기라도 해봐.
나중에 네 오빠랑 너한테 생활비 달라고 손 벌리는 거 아니야. 늙은이들이 집에나 곱게 있을 것이지.
노망이 났나 왜들 그러는 거야. 뭐라구요? 정말 시모가 보낸 카톡 내용에서 글자 하나 안 바꾸고 노망이 났냐고 하셨습니다.
예전부터 저희 시모가 진짜 생각 없이 이야기를 했어요. 그것 때문에 주변 분들과 말다툼도 많이 하고 어머님은 친구도 하나 없네요.
저렇게 상대방 기분 생각 안 하고 막말을 해대는데 어느 누가 좋아하겠어요.
상견례 때부터 저런 식으로 툭툭 던지는 말 때문에 저희 부모님도 걱정하셨는데 다행히 남편은 시모와는 다르게 엄청 예의 바르고 싹싹한 사람이라 부모님이 결혼을 허락하셨죠.
당연히 저도 이 집안에 시집와서 처음에는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이 미안하다 대신 사과하고 저한테 싹싹 빌어서 화를 풀었어요.
올해로 결혼 6년 차인데 솔직히 시어머니 막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받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건지 또 시작이구나 생각하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
괜히 말대답했다가 대화가 길어지고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시어머니 본인은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분이기 때문에 대충 내내 하면서 빨리 넘기는 것이 상책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말대답도 해봤고 그런 말씀 하지 말라고 싸워도 봤는데 결국 스트레스 받는 건 저뿐이고 시몬은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구요.
평생 그런 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잘 참고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선을 넘은 것 같았어요.
어머님 방금 말은 취소하세요. 저희 부모님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생각 없이 일 저지르는 분 아니세요.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나는 걱정이 되니까. 말한 거지.
내가 언제 유혹을 하기로 했냐 망하라고 저주를 퍼부었냐 저희 부모님 정신 멀쩡하시고 어머님보다 훨씬 능력 있는 분들이세요.
가게 망한다고 해도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않을 만큼 재산도 있으시거든요.
저희한테 생활비 타서 쓰는 사람은 어머님이시면서 왜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무슨 말을 못 하겠네 나는 옛날부터 우리 아들이 챙겨주는 용돈 받는 거고. 너가 언제 나한테 용돈 한번 준 적 있냐 ?
맨날 아들이 주는 거지 저희가 결혼한 뒤로 돈 관리는 제가 하고 있어요.
어머님 드리는 용돈도 제가 계좌이체로 보내드리는 거고요.
친정 부모님들은 지금까지 용돈 한 번 달라 소리 안 하시는데 어머님은 너무 뻔뻔하신 거 아니에요.
뭐 뻔뻔 너 진짜 시애미한테 말이면 단줄 알아 내 아들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소받고 집에서 쫓겨났어 소박이요?
어디 한번 누가 소박 맞는지 끝까지 해볼게요 너만 우리 집에서 나가면 아무 문제 없어.
내 아들이 너네 부모한테 용돈까지 줄 거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아프다 .
남편보고 어머님이랑 살지 저랑 아들이랑 같이 살지 결정하라고 할 테니까. 일단 좀 기다려 보세요.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 내 아들이 나랑 살지 누구랑 살아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서 만난 남편에게 시모와의 카톡 내용을 보여줬어요.
나는 당신 엄마랑 도저히 가족으로 못 지낼 것 같으니까. 남편이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시모의 생각과는 다르게 남편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저와 우리 아들을 선택했어요.
결혼하고 애 낳고 살면 이제 우리 가족이 우선이지 막말에 문제만 일으키고 다니는 엄마랑 이제 와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저는 앞으로 시어머니 연락도 받지 않을 거고. 당연히 얼굴도 볼 일 없을 거라 했어요.
제가 집에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같이 맞벌이하고 돈도 비슷하게 버는 입장에서 눈치 보며 살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결혼할 때 시모가 해준 거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저희 신혼집 남편이랑 제 직장도 가까운 곳으로 정해놨었는데 막판에 시모가 자긴 아들 없으면 안 된다고 생난리를 치는 바람에 가계약금까지 날리면서 지금 집을 바꾼 거거든요.
친정 부모님들은 시집갈 때나 오빠 장가갈 때 똑같이 5000만 원씩 현금으로 지원해 주셨죠.
딸이라고 차별받은 것도 없고 덕분에 아무런 부족함 없이 결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결혼한 이후에도 시모는 매달 50만 원씩 용돈 받아가고 친정 부모님은 제가 용돈 드리려 했더니, 됐다고 거절하셨어요.
그런 거 받을 필요도 없고 그럴 나이도 아니니까 너희들이나 잘 먹고 잘 살라면서요.
오히려 명절이나 생일 같은 기념일마다 친정에서 더 챙겨주시는 걸요 남편도 저랑 결혼 생활 6년 동안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장인장모가 사위한테 진심으로 잘해주니까 맨날 모달라는 소리만 하는 시어머니보다 저희 부모님한테 더 고마운 마음이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죠.
만약 제가 선택하라고 했을 때 남편이 고민하거나 시어머니를 선택했다면, 아마도 우린 더는 같이 못 살고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진짜로 더는 시어머니 비위 맞추기 싫고 기분 나쁜 뒷담화 듣기도 싫거든요.
당장 50만 원 드리던 걸 끊으면 시모생계가 달린 일이니까. 돈은 끊지 않을 거예요.
치사하게 그런 걸로 협박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진짜 이제 고부 관계는 끝이고 남편 혼자 가는 건 몰라도 제가 어머님을 뵈러 갈 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 같네요.
나이 먹을수록 입조심을 해야지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