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좀 괜찮아? 병원은 갔다 왔고? 응 이젠 괜찮아 병원에서도 큰 머리만 안 하면 아무 이상 없대.
여보 우리 또 해봐야겠지 아니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는 아이가 없을 운명인가 봐 이제 그만 포기하자.
당신이 힘들어하는 거 나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어머님이 꼭 손자를 원하시잖아.
당신이 집안의 장남인데 나 때문에 아들 못 가지면 어떡해 괜찮아 어차피 나는 동생도 있잖아.
그리고 사실 나는 애들 별로 안 좋아해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긴다면 모를까.
그냥 앞으로는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자.
여보 진짜 미안해 당신이 애들 좋아하는 거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냥 차라리 우리 이혼하자 나 때문에 평생 당신이 아예 없이 살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아.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내가 당신이랑 평생 살 생각으로 결혼한 건데 아이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아무 상관없어.
그냥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살자 내가 미안해 진짜 내가 잘할게.
저와 남편은 결혼한 지 6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습니다.
3년 전에 너무 아이가 생기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찾은 병원에서 덜컥 난임 진단을 받아버리고 뒤로 시험관도 몇 차례나 시도했어요.
처음 두 차례 시도해서 모두 실패했고 세 번째 만에 착상에 성공했지만, 결국 한 달도 못 가서 유산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남편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몸도 지치고 마음도 너무 지쳐서 버티기 힘들었어요.
그냥 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남편에게 미안해서 말도 못 꺼내고 있었고, 그런 제 마음을 읽은 남편이 먼저 아예 없이 살자는 말을 재개하더라구요.
어차피 시동생도 이 년 전에 결혼해서 예쁜 딸을 낳았기 때문에 마음의 큰 부담은 덜었는데 시어머니만큼은 애 못 낳는 저를 못마땅히 여기시고 틈틈이 괴롭히셨죠 .
이번 주말에 우리 집 집에 좀 내려와라 매실청 좀 담글 건데 와서 사람 손 좀 보태.
괜히 우리 영민이가 알면 또 와이프 데려다가 일 시킨다고 길길이 날뜰 게 뻔하니까 네 남편한테는 아무 소리 하지 말고 혼자 조용히 내려와 매실청이요?
혹시 동서도 같이 오나요? 아니 너는 집에서 애 보는 애를 왜 불러다 일을 시키려고 해 .
안 그래도 살림하랴 애 보랴 힘든 애한테 너는 주말에 하는 것도 없으니까. 상관없잖아.
어머님 제가 할 일이 없긴 왜 없어요. 저도 평일에는 남편이랑 똑같이 나가서 일하고 있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 해야 해요.
집안일은 평일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미리미리 해두는 거지 그래서 안 오겠다는 거야.
지금 요즘 들어서 한마디 하면 열 마디씩 말대답을 하는데 내 말이 점점 말 같지 않니?
아니에요. 어머님 남편한테 친정 간다 하고 토요일에 내려갈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애도 못 낳는 주제에 맏며느리랍시고 앉아 있는 너를 내가 내쫓지 않고 참고 살아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돼.
시모는 뒤에서 저런 폭언을 제게 쏟아냈지만 막상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 앞에서는 세상 착하고 좋은 시모인 척 연기를 했어요.
다른 분들께서는 저런 소리까지 들으며 뭐하러 참고 사는가 싶겠지만,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괜히 때문에 시댁 집안 시끄러워지는 것도 원치 않았어요.
평소 남편이 저를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모가 제게 저런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 집안에 큰 싸움이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이게 다 내가 아이를 못 낳기 때문에 생긴 일이고 전부 내 잘못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참고 넘기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님의 차별 대우는 점점 심해졌고 너무 유치해서 이제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까지 나빠질 정도였어요.
넌 내일 저녁에 뭐 하니 별일 없지? 내일이 금요일이죠.
퇴근하고 집에 오면 그냥 밀린 빨래나 좀 하려고요.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왜요는 무슨 그러면 너 별일 없는 거지 다른 게 아니고 너 내일 저녁에 조카 좀 몇 시간만 봐줘야겠다.
조카를 제가요? 동서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얘는 뭘 하나 시키면 꼬치꼬치 물어보는 게 많은지 몰라.
모처럼 내가 둘째네 소갈비 좀 사주려고 그런다 평소에 집에서 애 보느라 얼마나 힘들고 몸이 축나겠냐.
데려다가 몸보신 좀 시키려는데 애가 옆에 있으면 마음 편히 밥을 못 먹잖니.
너가 좀 저녁때 몇 시간만 애를 봐줘 네 동서 외식하러 가느라 저보고 조카를 보고 있으라구요.
어머님 그건 좀 제 입장에서도 기분 나쁜데요.
너가 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어 어차피 집에서 노는데 애라도 보고 있으라는 거지 .
게다가 너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애를 보고 있겠니 어머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세요.
제가 아이를 갖기 싫어서 없이 사는 것도 아닌데 글쎄다 여자로 태어나서 애 하나 못 낳으면 영 쓸모없는 사람인 거지.
내 아들이 워낙 착하니까 지금이야 너를 사랑하니 뭐니 하면서 참고 데리고 살고 있는데, 둘이나이를 좀 더 먹어봐라 애 없이 부부끼리 사는 게 뭐가 재미있나 나중에 울고불고 매달려봤자 그땐 소용도 없다.
너도 이제 소꿉놀이 그만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낫지 않니 저희 남편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거예요.
괜히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조카도 제가 볼 생각 없으니까. 그리 아세요.
어휴 저런 성질도 저런 모습을 우리 영민이가 알아야 하는데 시모와 연락 끊고 나서 너무 속이 답답해서 열불이 나더라고요.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남편과 시모 사이가 어떻게 되든 있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 생각했습니다.
제 입으로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시모와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보여줬고 이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남편은 분통을 터트렸죠.
남편이 제게 거듭 사과하고 정말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제가 보는 앞에서 심화와 한바탕 싸우기 시작했어요.
엄마 대체 선영이한테 뭐라고 그런 거야.
내일 제수씨 갈비 사주니까 우리보고 집에서 조카나 보고 있으라고 엄마 그런 사람이었어 ?
어머 영민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내가 선영이를 얼마나 아끼는데 너가 뭔가 중간에서 오해를 하는 거 같아.
아니, 다같이 갈비 먹으러 가자는 말이었지 나 엄마랑 선영이가 카톡 나눈 거 다 봤으니까.
이상한 변명할 생각 하지도 마 선영이한테 나랑 이혼하라고 했어?
엄마 진짜 그러다가 벌 받아 우리가 애를 안 낳고 싶어서 안 낳는 거야?
걔는 무슨 입이 싸도 그렇게 싸 두리 한 이야기는 비밀로 했어야지 그걸 바로 가서 너한테 일러바치니.
그래 내가 이혼하라고 했다. 어차피 너희가 애도 없이 결혼 생활 계속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
너도 그만 정신 차리고 멀쩡한 여자 만나서 애 낳고 살아 엄마 진짜 잊은 거야.
나 지금 이 바닥에서 밥 먹고 사는 거 전부 장인어른 덕이라고 나한테 기술 알려주고 거래처 소개시켜 주는 사람도 전부 장인어른이야.
내가 선영이 평생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엄마가 이렇게 뒤통수를 쳐.
너도 이제 독립해서 사장인데 뭐가 문제야 옛날에야 기술 배운다고 니네 장인 밑에서 수발 들고 살았던 거지 이제는 너도 번듯한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살려고 그래?
아니 엄마는 개뿔도 모르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우리 사무실에 일감 가져다주는 사람이 전부 장인어른 인맥이라니까.
그렇게 번 돈으로 엄마 용돈 주고 영원히 월급 주는 거라고 .
그랬니 아니 나는 네가 사장됐다고 하길래 이젠 너네 장인이 필요 없어진 줄 알았지.
필요가 있건 없건 그게 뭐가 중요한데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데려다가 기술 가르쳐주고 사장 소리 듣게 만들어졌는데 평생 은인으로 모시지는 못할 망정 나보고 뒤통수 치라고?
아니 엄마가 진짜 몰랐어.
네가 선영이한테 이야기 좀 잘해줘 응? 내가 그냥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 좀 한 거야.
진심은 아니었다니까 됐어 진짜 엄마한테 너무 실망이야 앞으로 내 허락 없이 와이프한테 말도 걸지 마.
알겠다. 알겠어 엄마가 그냥 입 다물고 있을게 실제로 저희 남편이 20대 때 아무런 기술도 없이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고 있었고, 그때 남편을 붙잡아서 기술을 알려준 것이 저희 아빠입니다.
친정 아빠는 인테리어 쪽으로 일을 오래 해오셨고 밑으로 직원도 여러 명 두고 아파트나 빌라 건설 현장을 주로 다니십니다.
그중에 남편이 일도 열심히 배우고 매우 성실했기 때문에 마음에 쏙 드셨나 봐요.
제가 남편과 만나게 된 것도 우리 아빠의 소개였고 지금 저희 남편은 따로 독립해서 시동생과 같이 일을 하고 있어요.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저희 시모는 이제 자기 아들이 사장됐다고 저를 내다버려도 되는 줄 알았나 봐요.
우리 남편이 꼭 그런 것 때문에 저를 사랑하고 함께 사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저와 헤어지면 두 아들 모두 백수 되는 건 시간 문제일 거예요.
며칠 후에 시모한테 그동안 자기가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장문의 카톡이 오긴 했지만, 저는 아직 읽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리 시어머니라지만 너무 괘씸하지 않나요? 속 보이는 짓도 정도껏 해야지 이제 와서 뒤늦게 사과해봤자 너무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