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야 벌써 우리 생활비 다 떨어져 버렸다 다음 달은 아껴 쓸 테니까.
이번에 딱 30만 원만 더 보내다오 어머님 저희가 생활비 보내드린 지 겨우 이 주밖에 안 됐어요.
어머님 아버님 생활비까지 저희 집에서 보내드리기 시작하면서 적금도 못 붓고 살아요.
누가 그걸 몰라 다음 달에는 아껴 쓴다니까 노인네들 둘이 굶어 죽으라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도 너무 하시잖아요.
저희 형편에 매달 120만 원 보내드리는 것도 결코 적은 돈 아니에요.
그런데 매달 받자마자 다 써버리시고, 또 달라고 하시면 정말 힘들어요.
요즘 너가 마트 한번 나가 봐라 10만 원 들고 가봤자 살 것도 하나도 없어 주기 싫으면 말아라.
그냥 우리가 라면만 먹고 살면 돼 에유 너네 결혼할 때 우리가 집담으로 대출만 안 했어도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알겠어요.
이따 퇴근하고 30만 원 보내드릴게요.
다음 달 월급 받을 때까지는 정말로 더 이상은 못 드려요.
알겠다. 퇴근하면 바로 보내다오 저희 시부모님 두 분은 조기 은퇴하고 집에서 쉬고 계세요.
시어머님은 평생 전업주부를 하셨고 아버님은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을 하셨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이 아버님이 회사 다니면서 잘 지내고 계셨는데 갑자기 식당을 차리고 싶다면서 시아버님이 조기 은퇴를 하겠다. 하시더라구요.
작년이 대체 어떤 해 였습니까? 멀쩡하게 장사 잘하던 식당들도 다 망해 나가고 있는데, 평생 주방에서 일 한 번 안 해본 아버님께서 갑자기 장사를 하겠다고 하시니 저와 남편이 적극적으로 뜯어 말렸어요.
하지만 어디에서 무슨 소리를 주워 듣고 오셨는지 요즘 같은 때 창업을 해야 권리금도 없이 좋은 자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면서 무작정 퇴사를 해버리셨죠 .
그리고 아버님의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놓은 연금을 합치면 8000만 원 정도가 있었는데, 돈으로 식당을 창업하기 위해서 한동안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니시더라고요.
하지만 저희 사는 지역이 경기도에 있는 아직 발전이 덜 된 중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8000만 원이라는 돈은 식당을 창업하기에 넉넉한 금액이 아니었어요.
돈을 맞추면 위치나 상가가 마음에 안 들고 조금 괜찮다 싶으면 보증금의 권리금까지 주고 남은 돈으로는 절대 가게를 차릴 수 있는 돈이 안 되더라구요.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아버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더니, 가지고 있던 현금 8000만 원으로 시부모님 집에 걸려있던 담보대출 5000만 원을 갚아버리고 그냥 두 분께서 은근슬쩍 집에서 놀고 먹고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앞으로 연금 받으려면 4년 정도의 공백기가 있는데, 시부모님 두 분이 최소 생활이라도 하려면 당장 매달 100만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 상황이죠.
사실 아무리 대출 없이 자가가 있다고 해도 100만 원으로는 숨만 쉬고 살기도 불가능한 돈입니다.
하지만 저희도 세 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남편과 제가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우리 살림의 시부모님들까지 어떻게 먹여 살릴 수 있겠어요.
여보 어머님이 아까 낮에 또 30만 원 더 보내달라고 하시더라 그냥 보내드렸어.
아니 또 보냈어 내가 저번 달에 확실하게 이야기했잖아.
100만 원 드리다가 힘들다고 해서 120씩 드린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럼 어떡해 .
우리 결혼할 때 시부모님한테 받은 것도 있는데, 그거 얼마나 된다고 진짜 앞으로 우리 엄마한테 전화 오면 당신이 대답하지 말고 나한테 전화하시라 그래 내가 어떻게 어머님한테 그렇게 말을 하냐?
뭐라고 조금만 말 대답하면 아주 죽는 소리를 하셔 이번 달도 결국 우리 비상금까지 다 털었다.
이렇게 살다 보면 돈도 못 모으고 우리 애도 커가는데 나중에 학원도 못 보내줘.
진짜 확 은행에서 대출이라도 받아다가 엄마 아빠한테 5000만 원 줘버려 버릴까 받았던 거 도로 줄 테니까 앞으로 돈 달라는 소리 하지 말라고 5000만원이 당장 어디에서 나와? 일단 좀 있어보자.
아무튼 진짜 이제는 정해진 돈 외에는 보내드리지 마 내가 중간에서 차단할 테니까.
이제 더는 안 돼 알겠어 저희 결혼할 때 시부모님들께서 지금 사시는 집 담보로 5000만 원을 대출 받으셨어요.
돈 받아서 지금 우리 신혼집 전세 구하는 데 보태고 그래도 모자란 돈은 저희도 대출을 받았죠 남편이 영업직으로 일하면서 280에서 300만 원 정도 벌고 있고 제가 중소기업에서 격리를 하면서 200만 원 가까이 벌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가 육아휴직 쓸 수도 없을 만큼 작은 곳이라서 애 낳자마자 친정엄마한테 맡겨놓고 다시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해야 했어요.
그래야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생활이 돌아가고 다만 얼마라도 저금 할 수 있었으니까요?
친정엄마한테 애 봐주는 비용으로 용돈을 50만 원씩 드리고 있었고, 물론 부족한 돈이라는 건 알지만 저희 능력이 정도밖에 안 되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시부모님들이 작년에 백수가 되면서 처음엔 저희 보고 생활비 100만 원씩 매달 달라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남편도 저도 난색을 표했지만, 저희 때문에 은행에서 5000만 원 빌리지 않았냐고 그거 갚느라 힘들어 죽겠다면서 생활비 달라고 압박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고민 끝에 아버님이 다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만 드리겠다고 기한을 정했는데 100만 원 가지고는 두 분 성에 안 차시는 것 같았어요.
두 달 만에 12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하셨고 뒤로 지금까지 메달 톤 더 내놓으라고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편이랑 제가 남들처럼 한 달에 500만 원 1000만 원 이상 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저희도 양가 부모님들께 용돈 팍팍 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작은 회사 다니면서 겨우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사는 게 전부인데 100만 원 넘는 돈을 매달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애미야 이번 달에도 아껴 쓴다고 했는데,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다 딱 20만 원만 더 보내다오.
다음주 너희 월급날이지 어머님 지난 주말에 친구분들이랑 설악산 다녀오셨잖아요.
저희는 돈 없어서 주말에 나가지도 못해요. 진짜 보내드릴 돈이 더 이상은 없어요.
아니 둘이 버는데 살림을 어떻게 하길래 맨날 돈 없다. 소리가 나와?
나는 니 시아버지 혼자 벌어오는 돈으로 알뜰하게 살림 다 하고 열심히 돈 모아서 집까지 산 사람이야.
저희도 어머님 용돈 드리기 전까지는 적금 150만 원씩 넣고 살았어요.
시끄럽고 너희 친정엄마가 애 봐준다고 해서 용돈 드리고 있지 다음 달부터 내가 봐줄 테니까. 돈도 우리한테 줘라.
사돈댁은 솔직히 먹고살만 하잖니 뭐라구요. 처음에 제가 애 낳았을 때 딱 두 달 쉴 수 있었고, 바로 회사로 돌아가 봐야 했어요.
저희 집에서 가까이 사는 시모에게 아이 좀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자기 허리도 아프고 애 보는 것도 다 까먹었다면서 저희 친정엄마한테 맡기라 하더군요.
친정에서 저희 집까지 오려면 엄마가 버스 한 번 갈아타고 45분 정도 걸립니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당장 회사에 나가야 했으니 눈물을 머금고 친정엄마에게 애 봐 달라 부탁을 드렸었죠.
우리 아이 처음으로 말 터졌을 때 벽 잡고 두 발로 섰을 때 걸음마 할 때 전부 저는 직장에서 일하느라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마다 집에서 저희 친정 엄마가 애를 보고 계셨고 엄마가 동영상 찍어서 보내줘서 핸드폰 화면으로 우리 애를 봐야 했었죠.
엄마가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다 해주셨어요. 이제 그나마 세 살이라서 힘든 거 지나가고 손이 덜 가니까 시모가 애 봐주겠다며 엄마한테 드리는 용돈 50만 원도 달라는 겁니다.
정말 어처구니없고 화가 나더라고요. 남편에게 시어머니한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더니, 남편도 장모님이 지금까지 해주신 게 얼만데 그딴 소리를 할 수 있냐 하더라고요.
자기도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면서 내일 오후에 반차 내고 은행 가서 좀 알아보겠다. 하는 겁니다.
저는 남편이 눈이 돌아서 무슨 일을 저지를까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남편이 가져온 해결책에 저까지 무릎을 탁칠 정도로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리고는 모든 일이 한 달 안에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습니다.
얘 지금 너네 집 앞인데 혹시 비밀번호 너가 바꿨냐 지나가다가 화장실 좀 쓰고 가려고 했는데, 문이 안 열린다 아마도 비밀번호가 바뀌었을 거예요.
뭘로 바꿨어 빨리 얘기해 나 급해 저는 모르죠 뭐 너가 왜 몰라 집주인인 너가 모르면 누가 비밀번호를 아는데?
어머님 거기 이제 저희 집 아니에요. 지난주에 저희 이사했어요.
이사 아직 계약기간 남았을 텐데 미쳤다고 이사를 하냐? 저희 친정엄마 아파트랑 같은 곳으로 이사 왔어요.
남편이 어머님 아버님에게 받은 돈 5000만 원을 꼭 갚고 싶다고 해서 평수 좀 작더라도 이쪽 동네로 이사 오게 됐어요.
아마 이번 주 안으로 남편이 아버님 통장에 5000만 원 보내드릴 거예요.
아니 그걸 갑자기 왜 보내 우리가 갚으라고 눈치 준 적도 없는데 ?
아뇨 저희가 생각해봤는데 어머님 아버님도 어려우신데, 돈 갚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대신에 그만큼 저희가 대출이 더 늘어나는 바람에 앞으로는 생활비 못 보내드려요 .
이자는 못 드려서 죄송하고 지금까지 드린 용돈으로 대신할게요.
그게 무슨 귀신 쉬나라 까먹는 소리냐 지금 돈 받고 떨어지라는 말이야.
저희도 지금까지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생활비를 드리면서 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전부 남편이 결정한 일이니까. 어머님이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있으면 남편한테 직접 말씀하세요.
야 너네들이 우리를 버려 자식이 어떻게 부모한테 이럴 수 있어 더 이상 도움 못 드려서 죄송해요.
그래도 아직 두 분 모두 건강하시니까 소일거리라도 한번 찾아보세요.
그렇게 저와 남편은 밑도 끝도 없이 빨대를 꽂던 시부모들을 차단해 버렸습니다.
남편이랑 제가 아직 30대밖에 안 됐고 시부모님들도 60대 초반밖에 안 됐는데 요즘 세상에 모아둔 돈도 없으면서 그때부터 놀고 먹으면 어쩌란 건지 모르겠어요.
결혼할 때 5000만 원 받은 걸로 언제까지 우려먹을 속셈인지 누가 보면 수억짜리 아파트라도 한 채 사주신 줄 알겠더라고요.
아무튼 그동안 이자는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하고 원금도 이번에 싹 갚아 버렸으니까.
저도 시부모님에게 느끼고 있던 마음의 빚이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남편은 바로 다음날 아버님에게 5000만 원을 송금했고 120만 원씩 보내던 생활비도 그날 이후로 끊어버렸어요.
대신 장모님에게 그동안 형편이 어려워서 더 많이 드린 게 죄송하다면서 50만 원씩 드리던 용돈을 80만 원으로 올려서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예전과 다르게 생활에 여유가 생겼어요.
처음에 남편이 은행 갔다 오더니, 이사 가자고 했을 때는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전 집주인이랑도 이야기가 잘 풀려서 바로 집을 뺄 수 있었고, 마침 우리 친정 부모님 살고 계신 아파트에도 빈집이 있어서 금방 이사계획을 잡을 수 있었어요.
꽉 막혀서 답답하던 제 속도 뻥 뚫린 것 같습니다.
이 동네까지 시어머님이 찾아오실 일도 없고 바로 옆 동에 친정 부모님이 살고 계시니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동안 왜 마음 고생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네요.
자식한테 욕심도 적당히 부려야지 노후 준비도 전혀 안 됐으면서 무조건 빈대 붙으려고 하면, 어느 자식이 좋다고 하겠어요.
이제는 저희가 들인 돈도 있으니까. 그걸로 연금 나올 때까지 먹고 사시든지 아니면 잘 장사를 하던 나가서 다시 일을 하시건 알아서 하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