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또 남편이랑 싸웠대 이번엔 애들 데리고 엄마 집에 와 있다는데 이러다 진짜 이혼하면 어떡하지?
됐어 자기도 그냥 신경 쓰지 마 집안 싸우는 게 하루 이틀이야 보나마나 또 그러다가 며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지낼걸 ?
그럴까 아까 엄마 전화 받아보니까, 이번엔 심각한 것 같다던데 매제가 이번에 또 바람 피우다가 걸렸다 하더라고 진짜 바람도 병이다.
딸이 둘이나 있는데,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이참에 그냥콱 갈라서라고 해.
내가 볼 때는 그거 못 고쳐 내가 그런 말을 어떻게 해.
이혼하라고 했다가 진짜 이혼하기라도 하면 그걸 어떻게 책임지냐?
벌써 걔네 큰딸은 유치원 갈 나이야 애 둘을 여자 혼자서 어떻게 키워 아니 못 키울 거 뭐가 있어.
어차피 어머님 집에 계신데, 애들 어머님에게 맡겨두고 시누가 나가서 돈 벌면 되지.
시누가 이혼하면 혼자 나가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어머님 댁에서 얹혀살 거 아니야.
그러기야 할 테지만 그래도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괜히 내가 오지랖 넓게 나서고 싶지 않아.
그럼 그냥 가만히 있어봐. 두 사람 얼마 안 있으면 또 좋다고 난리칠걸 그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이젠..
저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여자입니다.
결혼 5년 차인데 세 살 아들 하나 키우고 있어요.
남편과 저는 근무 연차도 비슷하고 매달 벌어오는 돈도 비슷합니다.
결혼할 때 조금 무리해서 돈을 끌어다가 집을 사서 결혼했는데 많지 않은 월급으로 대출 갚으랴 아이 키우면서 노후 대비하랴 정말 빠듯한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쪼들리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여유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어요.
원래는 결혼할 때 둘째까진 낳을 계획이었지만 이대로 무책임하게 둘째까지 낳았다가는 도저히 아이 키우면서 학원도 못 보낼 것 같고, 고생만 시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하나만 잘 키우면서 살기로 했는데 문제는 저희가 아니라 시누네였죠.
시누네 부부는 애초에 외벌이인 데다 벌이도 많지 않아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집도 오래된 빌라에서 월세로 살고 있고 항상 생활비가 부족해서 시아버님에게 돈을 빌리기 일수였죠.
하지만 첫째, 딸 낳고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와중에 연년생으로 둘째까지 가져버렸고 뒤로 생활은 더 힘들어지고 말았어요.
첫째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시누가 다시 일을 해서 돈을 벌었어야 했는데 둘째를 낳은 시점에서 집 살림은 아예 가망이 없어졌어요.
외벌이로 생활은 맨날 적자였고 시누 남편도 집안의 정을 못 붙이고 밖으로만 돌더라구요.
자기 남편이 모양이면 시누라도 아이들을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할 텐데 사실 시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을 해본 적도 없고 결혼하기 전까지 시부모님 댁에 얹혀살면서 가끔 아르바이트나 하며 지내왔어요.
술집에서, 즉석으로 만난 남자와 사귀는 중에 뱃속의 아이가 생겨서 급하게 결혼을 하게 됐고 엄마가 될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이 하루가 멀다하고 시부모님이나 우리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본인 남편 흉을 보고 돈 없어서 살기 힘들다며 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래도 아무리 싸우고 헤어질 것처럼 하다가도 며칠 지나면 다시 화해하고 살고 있길래 그냥 집은 저렇게 사는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결국 올해 초 고비를 넘기지 못했어요.
내 동생 결국 이혼한다더라 진짜 걔는 이제 어쩌려고 그러지?
애는 그럼 누가 키운대 동생이 키우지 누가 키워 …
매제 쪽은 벌써 다른 여자랑 바람난 상황인데 잘도 애를 데려가려 하겠다.
아니 그럼 고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딸이 둘이나 있는데,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워 그게 사람이야?
몰라 걔네 지지리 가진 것도 없어서 재산 분할할 것도 없어 위자료 좀 받고 양육비 얼마씩 받을 거라 하던데 양아치 같은 놈이 제때 잘 보내주려나 모르겠다.
일단 아버님 댁 들어가서 살면 생활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야.
둘째, 조금만 크면 어머님한테 아이 봐달라 하고 시누도 나가서 일하라고 해야지.
우리 아빠 야간 경비하면서 버는 돈으로는 내 동생이랑 애 둘까지 못 키우지.
부모님 노후도 생각해야 하는데 걔는 진짜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네.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네 진짜 머리 아프다 시누가 나가서 일하는 수밖에 없어.
당신이 이야기 잘해봐 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알겠어 엄마한테 또 전화 온다 엄마는 자꾸 울기만 하는데 진짜 머리 아프네 당신이 잘 달래드려.
결국 진짜로 이혼해버린 시누는 딸 둘을 데리고 시부모님 집으로 들어갔어요.
집 구할 돈도 없고 위자료로 얼마 받긴 했다고 들었는데 아이 키우면서 살만한 집을 구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었죠.
양육비를 매달 받기로 했다는데 결혼 생활 막판에는 밖에서 바람 피우느라 생활비도 제대로 안 가져다 준 사람이 양육비라고 제때 보내겠어요.
시누가 현실 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는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아무튼 벌써 몇 달째 시댁에서 시누가 살고 있는데, 당연히 양육비는 거의 받은 적이 없답니다.
전화를 몇 번씩이나 해야 5만 원 10만 원 이런 식으로 보낸다고 들었어요.
그게 사람 놀리는 거지 제대로 된 애 아빠의 행동인가요? 시부모님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시누와 손녀딸들을 집에 품어주긴 하셨는데 아까 남편이랑 이야기했다시피 그쪽도 사정이 막막하긴 마찬가지였죠.
결국 참다못한 시어머니가 저희 남편에게 매달 얼마씩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하셨는데 우리도 여유는 없었지만 차마 거절하긴 힘들더라고요.
남편이 본인 용돈에서 매달 얼마씩 시댁으로 보내기 시작했는데 저는 이 상황 자체가 못마땅하고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당장 시누가 나가서 돈 벌어오면 좋겠는데 일자리 구하는 중이라며 그때까지만 도와달라고 해서, 남편 용돈 40만 원에서 20만 원을 보냈고 저도 제 용돈에서 10만 원을 보태서 30만 원씩 어머님께 보내드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왜 이 돈을 보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가지만 시댁 잘못 둔 죄라 생각하고 참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 시어머니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애미야 매번 너희가 돈 보내주는 거 잘 받고 있다.
너희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아니에요. 그나저나 아가씨는 이제 좀 어때요?
아직도 많이 안 좋아요? 말도 마라 맨날 술만 먹고 새벽에 놀고불고 딸린 애도 둘이나 있으면서 언제까지 저러고 있으려는 건지 진짜 어머님이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저희가 여유라도 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버님은 건강히 잘 계시죠?
그게 말이다. 니네 시애비가 이번 달이면 일을 그만두거든.
당장 집에 입이 몇 갠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버님이요?거기 정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이번에 건물 관리 업체가 바뀐다나 봐.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다 나가라고 한다더라 다른 일자리 구해보고 있긴 한데 양반도 내일모레면 칠순이야 아파트 경비도 잘 안 써주려고 하더라.
갑자기 그러는 게 어디에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이 보내주는 돈을 당분간 늘려줄 수 없을까?
우리 연금 나오는 거랑 계산해보니까, 너희들이 100만 원 정도만 보내주면 아쉬운 대로 목구멍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00만 원이나요? 아시잖아요.
어머님 저희도 대출 갚고 나면 살림 빠듯한 거 10만 원 정도 더 보내드리는 거면 몰라도 100만 원은 도저히 무리해요.
그럼 어쩌니 우리 가족 다 굶어 죽으라는 거냐 너네 돈 관리는 네가 다 알아서 하고 있다면서 둘이 버는데 뭐가 그렇게 맨날 돈이 없어.
저희가 벌어봤자 얼마나 번다구요. 아무튼 이따가 오빠 집에 들어오면 이야기 좀 해볼게요.
그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머님에게 사이에 무슨 말을 듣고 온 건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집에 오더라고요.
자기 엄마가 오죽했으면 며느리한테 생활비를 달라고까지 했겠냐면서 어떻게 매몰차게 거절할 수가 있냐고 가족이 많냐고 묻는 겁니다.
저도 이야기 듣는 순간 시모에게는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쏟아냈어요.
시댁 집구석에 성인이 셋이나 있는데, 그중에 최소한 사람은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적어도 한 사람은 나가서 돈을 벌고 그래도 모자라면 조금 보태줄 수도 있는데, 셋이 집에서 손 빨고 놀면서 어떻게 우리한테 먹여 살리라고 할 수 있는 거냐고 남편에게 화를 버럭버럭 냈습니다.
남편이 제가 화를 내니까 조금 당황하는 듯하다가 겨우 한다는 소리가 자기 동생은 험한 일을 안 해봐서 어쩔 수 없다네요.
그 말 듣고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 하기 싫어서 아이 방으로 들어와 버렸어요.
다음날까지 화가 안 풀려서 낮에 출근해서 일하는 도중에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야 네 동생은 귀하게 자라서 험한 일은 할 줄도 모르고 나는 막 자라서 회사 다니면서 일해서 돈 벌고 있냐?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 내가 언제그런 소리를 했다고 앞으로 내 돈으로 너네 집에 용돈 보내주면 바로 이혼이야.
돈 관리도 따로 해 대출금이랑 매달 생활비 정확하게 반 나눠서 청구할 테니까.
돈만 나한테 보내고 나머지 돈으로 너네 식구들 먹여 살리던지 말던지 너가 알아서 살아.
지금 나랑 장난해?내가 장난하는 걸로 보여 불쌍한 너네 집 식구는 너가 알아서 먹여 살리라고 괜히 나까지 끌어들일 생각하지 말고 원한다면, 이혼해 줄 테니까.
아예 너도 집에 들어가서 같이 살던지 이 얘기는 그만하자.
이혼은 무슨 이혼이야 돈 관리는 앞으로도 너가 다 하고 그냥 내 용돈에서 알아서 할게.
진짜 또 당신 엄마한테 내가 돈 달라는 소리 듣게 하지 마.
시댁에 다 퍼주면 우리 애는 어떻게 키우라고 돈 없어서 둘째, 못 낳은 것도 서러운데 내 돈으로 니 조카 먹여 살릴 생각하지 마.
알겠어 이제 이야긴 그만하자 한 번 이혼까지 결심했더니, 못할 말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남편은 본인 용돈에서 얼마씩 시댁으로 보내는 것 같았고 며칠 전부터 시누가 시댁 집 근처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습니다.
애가 둘인데 열심히 일을 할 생각을 해야지 언제까지 구걸해서 애를 키우겠어요.
남편한테 했던 말들은 반은 진심입니다. 우리 애한테 쓸 돈도 부족한데 시댁 조카들한테 소중한 제 돈을 쓰고 싶지 않았어요.
한참 아이 클 때 친정엄마한테 맡겨두느라 옆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일만 하면서 번 돈인데 이 돈을 어떻게 시댁에 가져다줍니까.
시어머니는 기분이 많이 상하셨는지 뒤로 저한테 연락 한 통 없으세요.
제가 가족끼리 너무 야박하다고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돈 문제는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불쌍하다고 무턱대고 퍼줬다가 아마도 나중에 큰 싸움 났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