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바빠요 잠깐 나랑 이야기 좀 조용히 할 수 있어요.
아가씨 무슨 일이세요?방금 퇴근해서 집에 왔어요.
남편은 지금 집에 없으니까.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내가 남편 몰래 사고를 친 게 있어서 급하게 막아야 할 돈이 있거든요.
언니 진짜 미안 나 450만 원만 빌려줄 수 있어요. 450만 원이요?그렇게 큰돈을 갑자기 어떻게 구해요.
나 진짜 너무 급해서 그래요. 지금까지 내가 언니한테 단 한 번도 돈 이야기 해본 적 없잖아요.
친구가 코인 하나 추천해줘서 일주일만 있으면 10배로 오른다길래 딱 1000만 원만 넣었는데 완전 반토막 났어요.
이거 남편 알면 나 큰일 나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아가씨 또 코인했어요?
저번에도 하다가 걸려서 부부싸움 엄청 심하게 했었잖아요.
아니 그때는 주식이고 이번에는 코인이죠.
내가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 10배로 오른다니까 그냥 지른 거지.
아무튼 남편 월급날 전까지는 무조건 채워 넣어야 하는 돈이라서 언니 진짜 꼭 좀 빌려줘요.
내가 두 달 후에 돈 들어올 곳이 있는데, 그때 갚을게요 아가씨 사정은 알겠는데 제가 무슨 수로 갑자기 450만 원을 빌려드려요.
그냥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용서받으세요. 나 진짜 이번에 들키면 이혼 당한다니까요?
나 이혼녀 되면 새언니가 책임질 수 있어요. 아니 그걸 제가 왜..
그러니까 오빠네 돈 관리 새언니가 다 맡아서 한다면서요.
우리 오빠 몰래 450만 빼서 빌려줘요 두 달 뒤에 내가 돈 갚으면 조용히 채워 넣으면 되잖아요.
언니랑 나만 아는 비밀로 하고 아무도 모르게 하면 돼요. 하루만 생각 좀 해볼게요.
알겠어요. 우리 오빠한테는 진짜 비밀이에요. 엄마랑 남편이 알면 나 가만 안 놔둘 거야.
저는 당연히 그런 중요한 결정을 혼자 할 수는 없어서 남편과 바로 상의했어요.
남편은 이번 기회에 동생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면서 절대 빌려주지 말라고 했고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단호하게 쳐내기에는 당시 시누 상황이 너무 불쌍하고 저러다가 정말 이혼이라도 당하게 되면 안 되니까 그냥 빌려줘야겠다 싶었습니다.
결혼 전부터 따로 갖고 있던 제 비상금 통장이 있었고, 결혼한 이후에도 매달 제 몫의 용돈을 조금씩 모으고 있었어요.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고 800만 원 정도 있는데, 그냥 제 돈에서 450만 원을 빌려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저희 부부는 생활비와 용돈을 제외하고는 모든 여유돈을 적금통장에 넣기 때문에 사실상 시누에게 빌려줄 돈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적금을 깨서 줄 수도 없는 일이니까. 그냥 제 비상금에서 빌려주기로 한 거죠.
남편이 저보고 그러다가 후회한다면서 원래 돈이라는 게 앉아서 빌려주고 나중에 서서 받아야 하는 거라며 나중에 골치 아파질 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하더라구요.
아니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기야 하겠나 두 달 뒤에 돈 들어오면 내 돈 돌려받으면 그만이고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면 집안 시끄러워질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해서 그냥 빌려줬습니다.
아가씨, 지금 계좌 좀 불러주세요. 두 달 뒤에 꼭 갚으신다고 해서 제가 빌려드리는 거예요.
진짜요 내가 정말 남편 복은 없어도 올케 복은 있다니까 너무 고마워요.
내가 언니한테 받은 이 은혜는 눈 감는 날까지 잊지 않을게요.
은혜라고 할 것도 없으니까. 잊지 말고 두 달 뒤에 꼭 갚아줘요.
그리고 이건 우리 두 사람의 비밀이니까. 괜히 일 크게 안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물론이죠. 일을 크게 만들어봤자 저한테 좋을 거 하나 없으니까요? 정말 내가 언니밖에 없어요.
이번 문제 다 해결하고 나면 언니한테 크게 한턱 쏠게요.
한 턱 안 싸도 되니까. 앞으로는 절대 주식이나 코인 같은 거 하지 마세요.
그걸로 돈 벌었다는 사람 내 주변에서 한 명도 못 봤어요.
처음에는 좀 버는 것 같더니, 결국엔 다 잃고 말더라구요.
알아요. 저도 이제는 다신 안 할 거예요. 친구 말 듣고 덥석 투자한 내가 바보였지.
언니 덕분에 나 진짜 지옥에서 건져진 기분이야 내가 두 달 뒤에 돈 들어오면 바로 언니 돈부터 갚을게요.
알겠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렇게 시누에게 돈을 빌려주고 나니 뭔가 쎄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입금해주는 순간부터 괜히 빌려준다고 했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문제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시누를 한번 믿어 보기로 했고 만약 두 달 뒤에도 내 돈 안 갚으면 저는 저대로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시누를 믿기로 하고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지났어요.
그 사이에 시누는 저한테 어떠한 연락도 먼저 하질 않더라구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생각에 어차피 저는 이자놀이 할 생각도 없고 빌려준 원금만 받으면 그만이었는데.
약속한 날짜가 이미 지날 때까지 시누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제가 먼저 연락을 하게 되었죠. 아가씨 저번에 말씀하셨던 돈 갚기로 한 날이 지났는데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아뇨 안 그래도 제가 먼저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긴 건 아니고, 내가 적금 만기 날짜를 잘못 알고 있었더라고요.
원래 다음 달에 만기가 되는데 제가 이번 달로 착각했었어요.
딱 한 달만 더 기다려줄 수 있어요. 다음 달에는 정말 돈 들어오는 거 맞죠.
한 달은 더 기다려 드릴 수 있는데, 저도 이상은 곤란해요.
돈 관리는 서로 깔끔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이죠. 저도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아무튼 다음 달에 제 통장에 돈 들어오는 대로 꼭 갚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나도 진짜 억울한 게 진짜 이번 달에 만기 되는 줄 알았다니까요?
알겠어요. 그런 실수할 수도 있다고 믿을 테니까. 다음 달엔 꼭 주셔야 해요.
네네 걱정 마시라니까요? 제가 겨우 정도 돈 떼먹을 사람으로 보여요?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드릴 테니까. 먼저 연락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요.
사람이 급하게 늘어갈 때랑 나올 때 기분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시누 말투가 예전과는 다르게 짜증이 잔뜩 섞여 있더라구요.
이전까지 제가 빚 독촉을 해본 적도 없고 괜히 시누가 스스로 부담 느낄 것 같아서 연락 자체를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런 식으로 나오니까 제 기분도 좋진 않았어요.
짜증은 살짝 났지만 일단 빌려준 돈만 받고 다음부터는 시누랑은 돈 거래 자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났는데도 시누에게서 연락 한 번 없었고 인내심은 이미 한계 상황에 다달았지만 그로부터 보름을 더 참고 기다렸습니다.
아가씨 이제는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약속한 날짜가 한참 지났는데 아직까지 어떻게 됐다고 말 한마디 없을 수가 있어요. 당장 돈이 없는데 어떡해요.
올해 안에는 갚을 수 있으니까. 일단 좀 기다려봐요.
자꾸 이런 식으로 재촉하면 주고 싶어도 마음이 다 사라질 것 같으니까요?
뭐라구요.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언제 갚으라고 독촉했다고 그래요.
오늘로써 딱 두 번째 얘기하는 건데 아가씨가 진작에 날짜 맞춰서 갚았으면 제가 이런 소리 할 일도 없잖아요.
몰라요. 나 어차피 남편한테 들켜서 이미 한번 혼났으니까. 내 입장에서 급할 건 하나도 없어요.
연말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내 배를 째던지 맘대로 해요.
아가씨 진짜 후회할 짓 하지 말고 당장 내 돈 갚고 여기서 끝내요 안 그러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마음대로 해보시던가 자꾸 나한테 뭐라고 하면, 연말에 줄 것도 안 주는 수가 있어요.
일단 알았으니까. 나중에 나한테 딴소리하게 없기에요.
네 언니 마음대로 해요. 그렇게 제 돈을 떼먹힐 상황에 놓이니까. 눈이 뒤집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남편에게 이야기해봐도 걔는 예전부터 그런 식이었다면서 자기가 빌려주지 말라고 했는데, 왜 빌려줘서 일을 키우냐고 이젠 자기가 말해도 아무 소용없을 거라네요.
일단 남편에겐 알겠다. 대답하고 뒤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부모님 두 분께 시누 누가 빚지고 안 갚는다고 가장 먼저 말씀드렸고 뒤로는 시누의 친구들 나중에는 시누 직장 동료와 시누 남편 회사 동료들한테도 전부 연락해서 우리 시누가 내 돈을 떼먹고 안 갚는대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죠.
요즘 SNS 조금만 찾으면 시누의 주변 인맥들과 금방 연락이 닿을 수가 있더라구요.
저는 박진상 씨의 아내인 남다름 씨에게 지난 6월 45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주식투자와 코인 투자 실패로 돈이 부족하다고 했던 남다름 씨는 제 돈을 받고 난 뒤 연락을 끊은 채 오리발을 내밀고 있어요.
제발 저를 도와주셔서 박진상 씨의 아내 남다름 씨에게 제 돈 450만 원을 하루 빨리 갚을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메시지를 적어서 신호와 남편의 모든 지인들에게 전부 보내버렸죠
효과는 정말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나오더라구요. 언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사람 망신을 줘도 유분수지 내 고등학교 동창들까지 찾아가서 그런 쪽지를 보내면 어떡해요.
아가씨가 맘대로 해보라면서요 저는 제 돈만 받으면 그만이에요.
온 동네 방네 다 소문나서 이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생겼어요.
이제 보니 우리 남편 회사 사람들한테도 보냈네 진짜 언니 제 정신이에요?그러니까 빨리 돈 보내요.
나 살면서 남한테 돈 빌려주고 못 받은 적은 처음이라 앞으로 무슨 짓을 더 할지 몰라요.
우리 남편 화내고 난리 났잖아요. 오늘 저녁에 당장 보낼 테니까. 쪽지 그만 좀 보내요.
입금해 주면 바로 그만둘게요 정말 거짓말처럼 30분 만에 제 통장에 돈이 들어오더라구요.
이렇게 금방 줄 수 있었으면서 왜 안 주고 버티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약속 안 지키는 사람에게 다신 돈 빌려줄 일도 없겠지만, 어떻게 급할 때 도와준 사람 뒤통수를 칠 생각을 했을까요?
식구끼리 돈 떼먹고 잠수탈 것도 아니고 아무튼 저는 받을 건 받았으니 앞으로 다시 시누랑은 돈거래는 하지 않을 겁니다.
돈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도움 주는 일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