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신동엽이 소감에서 김구라를 공개저격하는 발언을 해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에 다른 스타들의 연예대상 논란에 대한 일침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연말이 되며 연예대상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은 과거만큼 관심도 기대도 떨어진 상태입니다. 심지어 대상 후보를 찾기조차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방송 후 무수한 논란들이 터지고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과 유튜브, OTT 플랫폼이 쏟아내는 다양한 콘셉트의 예능에 밀려 화제성까지 놓친 지상파의 입장에서 연말 연예대상을 둘러싼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상파 생태계를 오래 전부터 지적해온 것은 다름아닌 김구라입니다. 앞서 김구라는 2019년 SBS 연예대상에서 생방송 인터뷰 도중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 (시상식들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려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5년, 10년 된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 (대상 후보도) 구색을 맞추려 하지 말고 제대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상식에서 내용 없이 대상 후보만 여러 명 두고, 후보들의 입담으로 시간을 때우는 시상식 관행을 공개 저격한 것입니다.
‘팩트폭격기’ 김구라는 올해도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을 두고 뼈때리는 일침을 날려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구라는 최근 웹예능 ‘구라철’을 통해 올해 지상파의 연예대상을 전망했습니다.
방송인 김구라가 올해 지상파 3대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을 두고 꺼낸 말입니다. 1년 동안 예능계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김구라의 분석은 날카롭게 이뤄졌습니다.
김구라는 연예대상 시상식을 기획하는 “제작진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며 “있는 반찬(후보)을 갖고 어떻게 해보려니까 항상 밥상머리에서 걱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면 제작진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구라의 지적은 몇 년째 방송가에서 제기된 연예대상을 둘러싼 우려와 맞물립니다.
새로운 프로그램, 인물이 등장하지 못한 채 수년째 ‘정체’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연예대상은 10년 넘도록 절대적인 영향을 보이며 대상을 독식한 유재석을 중심으로 전현무, 신동엽 등의 인물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어 김구라는 “SBS와 MBC는 유재석이 (연예대상을) 받는 해와 받지 않는 해로 나뉜다”고 분석했습니다. 방송가에서 유재석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이지만, 한편으론 그와 대적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구라가 밝힌 ‘공식’ 대로라면, 지난해 SBS 연예대상을 놓친 유재석이 올해 다시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리고 김구라의 예측은 들어 맞았습니다.
지상파 3사 중에 가장 먼저 연예대상을 시작한 곳이 바로 SBS입니다. 대상후보가 없다는 대중의 쓴소리가 나왔지만 지상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상식이다보니 올해도 강행됐습니다.
대상은 김구라의 예측대로 ‘런닝맨’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재석에게 돌아갔습니다.
‘국민 MC’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에 그가 대상을 받은 뒤 이견은 없었지만 ‘런닝맨’에서 남다른 활약상을 보인 지석진이 무관을 기록해 그를 SBS에서 홀대한다는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이경규는 올해 가장 많이 버럭한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살다 살다 이런 희한한 상은 처음”이라며 뼈 있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신동엽 역시 구색 맞추기식의 후보 선정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오늘 유난히 김구라가 부럽다. 전에 한번 버럭 화를 내더니 대상 후보에서 빠지게 됐다”며 “저도 제 나름 열심히 했지만 후보에는 ‘미운 우리 새끼’ 아들들이 올라야 마땅하다. 저도 한번 확 화를 내서 대상 후보에 빠지는 기쁜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회자되었습니다. 수긍하기 힘든 대상 후보 선정에 대한 불편함을 재치있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SBS에선 수상 자체의 공신력을 지적하며 김구라의 가치관에 지지를 보냈던 신동엽. KBS 연예대상을 손에 쥐며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 이목이 쏠렸습니다.
SBS에 이어 KBS도 지난 12월 24일 ‘2022 KBS 연예대상’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은 ‘불후의 명곡’의 MC인 신동엽에게 돌아갔습니다. 대상 후보에는 이경규와 김숙, 전현무, 김종민이 함께 경쟁했습니다.
장기간 ‘불후의 명곡’ MC로 활약한 만큼, 그리고 10년 만에 대상을 품에 안은 만큼 신동엽의 수상에도 이견은 없었습니다. 다만 매번 같은 식으로 진행되는 연예대상인 만큼, 신동엽은 올해 KBS연예대상에서도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는 “시청자로서 ‘왜 이렇게 상을 많이 주지?’ ‘권위가 떨어지는 거 아닐까?’라고도 느낍니다. 근데 열심히 한 동료들이 받을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게 된다”며 동료들의 공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 “연예대상을 보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생각하지 말고, 1년에 한 번 큰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니 축하해달라”고 덧붙여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앞서 올해 시상식을 두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했던 김구라의 발언을 공개저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SBS에서는 본인의 대상 후보 선정에 대한 의아함을 2019년 시상식에서 버럭 화를 냈던 김구라를 언급함으로써 드러냈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KBS에서는 대상을 손에 쥐고는 동료들의 노력을 이야기하며, 일년 동안 고생한 사람들을 향해 지적보다는 응원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SBS, KBS 연예대상이 대중의 뭇매를 맞은 가운데, MBC 연예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쏠리고 있습니다.
MBC의 경우 12월 29일 연예대상을 진행합니다. 대표 프로그램이 ‘전지적 참견시점’,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인 만큼 세 프로그램이 주요 상을 모두 석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방송인 전현무는 MBC 연예대상 강력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현무는 그림 신생아에서 ‘무스키아'(전현무+바스키아)로 ‘요똥'(요리 똥손)에서 ‘무든램지'(전현무+무든램지)로 도전을 거듭하며 프리랜서 선언 10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올해 특히 지난 2013년 3월 처음 방송돼 9년 동안 이어온 장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을 통해 1인 가구의 다채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공개하며 ‘싱글 라이프 트렌드 리더’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전현무 역시 5년 전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적 있으며, 누구나 예상 가능한 후보군이기에 식상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상파 3사는 지금도 10년씩이나 해먹고 있는 장수 예능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KBS는 2007년 시작해 16년째 방송 중인 ‘1박2일’을 여전히 방송사 대표 예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불후의 명곡’도 햇수로 11년째,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10년째 방송 중입니다.
물론 장수 예능은 오랫동안 시청자와 소통해온 덕분에 시청률 면에서는 안정적입니다. ‘1박2일’은 10%대, ‘불후의 명곡’은 8%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반면 ‘홍김동전’ 등 신규 예능은 2~3%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말 예능대상의 주인공들도 장수 예능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한때 방송가와 연예계의 트렌드를 결산하는 연말 축제로 인정받았던 연예대상이 케이블 채널과 유튜브, OTT 플랫폼의 활발한 기획력에 밀려 장수 예능에 안주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방송가를 대표하는 화제의 예능은 전부 케이블채널과 OTT 플랫폼에서 탄생했습니다. 연애 예능의 열풍을 지핀 ‘환승연애’(티빙)와 ‘나는 솔로’(SBS 플러스), ‘돌싱글즈3’(MBN)를 비롯해 ‘강철부대2’(채널A)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예능은 지상파는 시도하기 어려운 과감한 표현 수위까지 허용하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시리즈화를 통해 매번 업그레이드 되어 새롭게 돌아옵니다.
유튜브에서도 예능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개그맨 김민경의 활약이 돋보이는 ‘오늘부터 운동뚱’, 이용진의 길바닥 토크쇼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 등이 최근 돋보이는 예능입니다.
이에 더해 MZ세대가 TV를 통해 예능을 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유튜브 예능의 영향력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지상파 3사의 예능은 과거 방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고, 그저 관성적으로 채워지고 있는 장수 예능이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러니 트렌드에서 벗어난 옛 프로그램에 포상하는 연예대상이 시큰둥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합니다.
프로그램이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하고, 달라진 프로그램들의 성취에 맞게 연예대상도 출연자 중심이 아닌 제작자, 기획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갈수록 연예대상은 효용가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