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렉슬 계약했다가 5억원 날리고 포기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과도하게 오른 집값에 대한 피로감, 금리 급등이 원인인데요.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자칫 실물 경제 위기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해봤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9월 서울에서 거래된 513건 아파트 중 77.6%가 기존 가격보다 가격이 내린 하락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 중 하락 거래의 비중은 작년 10월부터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작년 8월만 해도 20%대 수준에 그쳤는데, 올 상반기 60%대로 올랐고, 하반기에는 80%를 위협하고 있는데요.

집값 부진의 가장 크 원인은 거래 절벽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2006년 조사 이래 최저치인 644건을 기록했고, 8월에도675건에 그쳤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대폭 늘어 매수세가 실종된 탓입니다. 그런데도 집을 팔아야 할 사정은 생기게 되고, 결국 가격을 대폭 내린 ‘급매물’이 계속 나오는 상황입니다. 거래 절벽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를 보면 611건에 불과합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 하락하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송파구가 대표적입니다. 10월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144㎡에선 25억원 거래 사례가 나왔습니다.

기존 최고가(33억원)보다 8억원 급락했습니다. 또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81㎡은 직전 최고가(29억5000만원)보다 5억원가량 낮은 24억4100만원에 거래됐고,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는 지난 1일 직전 최고가(21억원)에서 6억원 내린 15억원에 거래됐습니다.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집값이 더 내릴 것이라고 전망한 매수자들이 수억원대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계약을 철회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실행에 나서는 것입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거래(직거래 제외) 중 계약이 해제된 사례는 381건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85건(22.3%)이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계약이 해제된 고가 아파트 거래의 계약금(매매 가격의 10%) 총액은 249억6800만원에 달한다. 그 금액만큼 매수 회망자들이 날린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는 지난 5월 49억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거래 가격(43억5000만원)과 비교해 6억원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계약서를 쓰고 5개월이 지나고 난 10월 20일 계약이 해제됐습니다.

최근 가격 하락을 반영한 것으로 보였습니.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 급매물은 현재 42억원에 나와 있는데요. 5월 계약할 때 합의한 49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7억4000만원에 이릅니다. 차라리 계약금 5억원을 포기하고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됐습니다.

서초구에선 지난 8월 37억8000만원에 팔린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가 계약 석 달만인 11월 2일 계약이 해제됐습니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은 급매 호가가 34억5000만원까지 내린 상황이다. 이밖에 지난 6월 38억원에 거래된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2차’ 전용 126㎡도 지난 9월 계약이 취소됐습니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 급매가격은 35억원 선에 형성돼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계약 해제가 아파트 호가를 높이기 위한 ‘자전거래’에 의한 것이란 의심이 있는데요. 기존 실거래가보다 크게 높아진 신고가가 공개되면 다른 매물 호가도 덩달아 뛰어 아파트 전체 시세가 올라가는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이를 노려 허위로 고가 계약을 맺었다가 취소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침체한 부동산 시장 때문이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가격 하락 우려를 버티지 못하고 매수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 한 관계자는 “요즘처럼 거래 절벽에 매수 문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자전거래를 해서 가격을 띄울 이유가 없다”며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거나, 향후 집값 하락을 우려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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