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핸드폰 두 대가 있습니다.. 한 대는 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돌아가신 시어머님 것입니다.
제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 건 2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로 핸드폰을 사드렸습니다.
시부모님께 문자 기능을 알려 드렸고 두 분은 며칠 동안 서로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올 작년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제가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보러 나가신 후 ‘띵동’하고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오게 되었습니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저는 너무 놀라고 두려웠습니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아버님께 치매증상이 온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습니다. 그날 밤, 또 문자가 왔습니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아버님은 그 후…
”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 가려하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 보고 싶구려…”
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거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뒤 저는 “네~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 라고 보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 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끓였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습니다.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미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 거란다…
그런데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미가 이 세상에 없다는게 실감났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내 눈치 보며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라며 아버님은 하염없이 한참을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날 이후, 아버님은 어머님 핸드폰으로 다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시지만 요즘은 제게 문자를 보내시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