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야 학교 늦겠다. 빨리 일어나! 지각하겠다”
몇 일을 굶으면, 배에 힘이 빠져서 나오는 목소리로 엄마는 나를 깨웁니다. 벌떡 고개를 들어 언제 샀는 지도 모를 낡고 낡은 시계로 눈이 가는 순간 “아이 또 늦었다. 왜 이제 깨워? 지각이잖아. 아 짜증나” 엄마는 “일찍 못 깨워줘서 미안해. 몸이 안좋아 잠을 설쳤다 깜빡 잠이 들었지 뭐냐”
“또 아프데. 이번엔 또 어디가 아프다는거야. 매일 감기는 달고 살면서 병원 가보라고 했잖아 지겨워”
씻는 둥 마는둥 얼른 교복을 입고 현관문을 쾅 닫고 나와 버렸습니다. “영지야 도시락 갖고 가야지?” 엄마가 부르던지 말던지 뒤도 안보고 학교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아프기 시작하였습니다. 요즘은 더 심해지신 것 같았지만, 나는 아픈 엄마가 보기 싫었기에 짜증만 냈었고 엄마가 앓고 있는 병이 무었인지 관심도 없었고, 다른 엄마처럼 건강하지 않다는 것과 우리집이 가난하다는 것 외엔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엄마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잖겠지라며 학교로 향했습니다.
다음 주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간다 하였습니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우리 형편에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같이 가자고 합니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왜 이리도 무거운지, 집에 가기가 싫었습니다. 뭔가 집이 아니라 어둡고 칙칙하고 고통의 냄새가 나는 동굴로 들어 가는 것 같아 죽어도 들어가기 싫었지만, 이미 난 현관에서 있었습니다. “나 왔어”
목소리가 나올까 말까 나즈막하게 “엄마”를 불러봅니다. “왜 할말 있니?”
“응, 우리 다음 주 2박 3일 수학여행을 가는데….”
“가고 싶구나. 내가 알아서 먼저 줬어야 하는 데 미안하구나. 얼마?”
“10만원” 엄마의 얼굴이 변합니다. ‘그렇게나 많이’라고 생각을 하나 봅니다.
배개밑에서 통장을 꺼내 나에게 건냅니다.
“그기에서10만원 찿아서 회비 내. 수학여행은 가야지”
고맙다는 말도 없이 통장을 들고 신이나서 은행으로 달려 갑니다. 통장에는 10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돈을 보니 사고 싶은 것이 생각 났습니다.
“90만원이란 돈이 남았잖아. 엄마는 이렇게 돈이 있으면서 궁상은 다 떨고”
40만원을 찿았습니다. 친구들 모두 가지고 있는 나만 없는 휴대폰을 샀습니다.
“수학여행 갈때 입을 옷이 마땅치 않네. 엄마가 뭐라 하지 않겠지? 여지껏 옷 하나도 못 사줬으니 뭐라 하지 않겠지”
10만원을 또 찿았습니다. 평소 사 입고 싶었던 옷들을 샀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항상 머리카락은 엄마가 잘라줬습니다. 촌스러움이 철철 넘쳐 보입니다 “이번엔 미용실을 가야겠구나”
5만원을 찿았습니다.
완벽한 하루를 마치고 또 가고 싶지 않은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나 왔어” 창백한 엄마에게 통장을 건넵니다. 엄마는 바로 배개속으로 통장을 넣었습니다.
수학여행날이 되었습니다. 쫙 빼입고 온, 나를 친구들이 이뻐해 주며 반겨주었습니다. 아픈 엄마도 가난도 잊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그렇게 짧은 2박 3일이 지나고 다시 가난의 소굴로 들어 가야 했습니다.
‘아! 집 들어가기 싫은데’
“엄마 나 왔어”하기 싫은 인사를 합니다. 아무 말이 없습니다. “나 왔다고” 방문을 열어 젖히니 엄마는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느낌이 이상합니다. 엄마를 흔들었습니다. 엄마 몸이 너무 차가웠습니다. 순간 눈에서 눈물이 쭈루루 내립니다. 눈물이 계속 내 빰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지 이건 말도 안되지. 엄마 다시는 나쁜 짓 안할께. 제발 일어나봐 일어나보라고” 울부짖으며 엄마를 마구 흔들었지만 두번 다시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머리맡에 엄마의 편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하는 내딸 영지야 이 편지를 네가 볼때쯤이면 나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인데, 너를 혼자 남겨 두고 가는 이 엄마는 가슴이 미워지는 구나. 하지만 이 어려움 잘 헤쳐 나갈 거라 믿고 있단다.
사랑하는 내 딸아! 매일 아파하는 이 에미가 많이 미웠지? 이 가난이 싫었지? 너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리라 생각했는데, 마음 같이 되질 않더구나. 엄마가 많이 배운게 없으니, 돈도 많이 벌지도 못하고 남들 하는것 반에 반도 못해주고, 쓸모없는 몸뚱이가 되버려서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고 미한헸단다. 엄마가 병에 걸려 끝까지 너를 못 봐줘서 미안하고 어린 너를 두고 먼저 가서 미안하구나.
수술하면 살수 있다하였지만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수술비 누가 한푼 도와 주는 이 없고, 그 많은 돈 내가 감당할 자신도 없어, 엄마는 수술을 포기 했지만, 니가 밥벌이 할때까지만 살게 해 주면 내가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몸뚱이가 너 밥벌이 할때까지 기다려 주질 않는구나.
하지만 영지야 이 가난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은 것만 해도 이 엄마는 너무 고맙단다. 엄마 몫까지 잘 살다가 하늘 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그때는 엄마도 건강한 모습으로 너를 반기마.
우리딸 영지야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한다. 사랑해 영원히.”
편지 맨 끝에 “영지야 이불장 구석에 통장이 하나 있단다. 그건 혼자 남겨질 너를 위해 엄마가 틈틈히 모은 돈이란다. 내 딸이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보템이 되는 곳에 쓰면 좋겠다”
눈을 꼭 감고 있는 엄마를 보자니 내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그 동안 엄마를 미워했던 마음 백배 천배는 더 미워지면서
‘왜 그랬어? 이렇게 될때까지 너는 도대체 뭘 한거니?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다는데, 왜 모른척 한 거니? 왜 알려고도 하지 않은 거니? 왜 원망만 하고 산거니 왜 왜? 이런 내가 뭐라고 엄마는 왜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거니? 나를 버렸으면 살 수 있을텐데 내가 뭐라고 엄마는 왜?”
내가 미워 나에게 계속 질문을 퍼부었지만 이젠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다시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볼수도 만질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살아있는 엄마를 볼 수 있는 한번의 기회가 주워 진다면 이렇게 말할것입니다.
“엄마 정말 고마웠고 미안하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