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여동생을 고아원에 맡겨 놓고,어떤 이유에선지 아버지는 평생을 숨어 살았습니다.
우리 남매는 연락 한번 없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어느날,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얼굴은 화상으로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어있거나 없어졌거나…
“저 아저씨가 내 아버지?” 괴물같이 생긴 아버지가 우리 남매의 아버지라는게 믿기지 않았고 인정하기도 싫었습니다. 고아원 생활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버지를 외면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우리남매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더 이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잊어 갈 무렵, 아버지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은 보내드려야지” 죽음마저 외면 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살 던 집엘 도착하니, 화상으로 얼굴은 더 찌그러져 있고, 몸은 더 왜소해져서 늙은 아버지의 차가운 몸만 남매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너희 아버지가 생전에 내가 죽게되면, 화장은 하지 말아달라고 입버릇처럼 말을 했어. 뒷 산에 묻어 주면 고맙겠다 노래를 불렀다네” 옆집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남매는 산소가 있으면 매년 돌아봐야 하는데 우리가 왜? 낳으면 부모야? 귀잖아라며, 아버지를 화장시키고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입었던 옷, 신발, 이불 차례로 하나씩 하나씩 태우던 중, 빚바랜 노트속에서 툭하고 편지가 떨어졌습니다. 한통은 어머니께, 또 한통은 우리 남매에게…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내가 죽어서도 당신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그 날 아이들 장난때문에 집이 불타고 있을때, 아이들을 먼저 구하지 않을 수 없었소. 당신을 먼저 구하지 않은 것에 후회는 하지 않소. 당신 희생 덕분에 아이들은 모두 잘 자랐고 지금은 잘 살고 있다오.
당신을 구하지 못한 나를 원망 하지는 않겠지? 도리어 나한테 잘 했다고 할 것 같은데. 나를 용서할 것이라 믿고 있소. 하지만 난 평생을 당신에게 미안함을 갖고 살았다오.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 하니 날 너무 나무라지 말아주기 바라오. 당신곁에가면 내가 잘 하리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아!
살아서도 아버지 노릇 제대로 못했고, 죽어서도 너희들한테 몸을 맏기게 되어 미안하구나.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 가지만 염치불구하고 부탁 한가지 하고 싶구나. 내가 죽거든 화장하지말고, 내 고향 뒷산에 묻어주면 고맙겠구나. 매년 나를 찿아오지 않아도 괜잖단다.
이 아버진 세상에서 불이 최고 무섭단다. 평생을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다보니 죽어서도 불속으로 들어가기 싫구나. 제발 부탁한다. 아들딸아!”
우리남매는 뒤 늦게 이 사실을 알고 땅을 치며 통곡하고 통곡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싫어하고 무서워했던 불속에서 한 줌의 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