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년 전에 남편과 결혼을 했다.
우리는 30대 초반 동갑이고 연애 기간까지 합치면 7년이라는 세월을 서로와 함께하고 있었다.
지금은 연애 시절처럼 볼 때마다 설레지는 않지만, 남편은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를 많이 웃게 해주는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
나는 결혼 후에 바로 아이를 가지고 싶었는데, 남편이 마침 회사에서 승진하고 업무가 바빠지는바람에 임신 계획은 당분간 뒤로 미루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서 서로 회사 일에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나는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아기 천사가 찾아와 주었고 나는 매우 기쁘고 감정이 벅차올라서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남편에게 빨리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계속 말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 식사와 샤워를 끝내고 드디어 소파에 앉았다.
오랜만에 영화라도 볼까 나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나 임신했어. 뭐, 뭐라고 남편은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란 얼굴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오전에 확인한 임신 테스트기를 남편에게 보 보여주면서 표정을 살펴보았는데 남편은 계속 놀라기만 하고 기뻐하거나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남편을 끌어안으면서 행복감을 나누고 싶었다.
우리 가족이 늘어나는 거야. 당신은 이제 아빠가 되는 거라고 매우 좋지 나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남편은 여전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신 왜 그래 우리한테 아기가 생겼는데 기쁘지 않아.
나는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을 표현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 남편이 말을 했다.
불임이야 나는 불임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면서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불임이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당연하지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으니까.
남편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지금까지 숨겨온 사실로 충격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내가 품고 있는 작은 생명에 대한 혼란이었다.
남편은 나를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너 설마 불륜을 저지른 거야.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거지.
남편과 나의 대화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바로 남편의 말을 부정했다.
나는 불륜 같은 거 한 적 없어, 이 아이는 분명하게 당신의 아이야.
나는 절대로 부정한 행동을 저지르지 않았다.
남편과 7년 동안 함께하면서 나에게 있어서 남자는 오직 남편뿐이었다.
당연히 행에도 남편 이외의 사람과는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나의 불륜을 의심하면서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 나는 정자가 없어서 아이를 만들 수가 없어.
도대체 어디서 무슨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닌 거야.
그리고 감히 내 아이인 것처럼 나를 속이려고 하다니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황망한 얼굴로 임신 테스트기만 보고 있었는데, 남편의 분노는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런 인간인 줄 정말 몰랐다 진짜 정떨어지네. 이혼하자 불륜한 적 없어 제발 내 말을 믿어줘 나는 필사적으로 결백을 주장했지만, 나를 향한 남편의 의심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 들어봤어.
너한테 너무 실망이야 다시는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남편은 여행용 캐리어를 꺼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황당해서 울음이 터졌는데 남편은 울고 있는 내 모습조차도 꼴 보기 싫다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연기하지 마! 나는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일 당장 변호사를 선임해서 이혼은 물론이고 너한테 위자료도 청구할 거야.
남편은 신중하게 말을 하는 성격이었고 자신이 한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고 나는 집에 혼자 남아서 한참을 울었다.
나는 너무 억울했고 여전히 남편을 많이 사랑했다.
이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고 무조건 이건 나의 결백을 증명해야만 했다.
나는 눈물을 닦고 이 상황을 다시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남편의 불임은 진짜인 것 같았는데 임신 테스트기를 보면서 진심으로 감정이 동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제야 불임 사실을 알려주는 거야.연애 시절의 장난으로 미래의 자녀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아들이 태어나면 축구를 가르치고 싶다고 자주 말을 했었고 그게 전부 거짓말이었다니 나는 남편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무조건 남편의 자식이었다.
그리고 임신 6주째부터 태아의 DNA가 어머니의 혈액에 흐르기 시작하고 임신 7주차부터 산모의 혈액과 군의 상피 그리고 남성의 검사대상물을 이용해서 친자확인 감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남편은 집을 나갔지만, 최근까지 사용하던 칫솔과 머리카락은 얼마든지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나는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신청했고 결과는 정확하게 남편의 친자로 판명되었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로 검사 결과를 알려 변함없이 나를 의심하고 있었고, 결국 나는 남편의 회사까지 찾아가서 직접 서류를 보여주었다 .
이딴 종이 쪼가리는 얼마든지 위조하면 되는 건데 이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남편은 검사 결과 서류조차 의심하고 있었다.
나는 검사를 의뢰한 연구소의 명함과 검사 비용으로 지급한 200만 원의 영수증을 같이 보여주었고 남편은 상당히 놀란 얼굴로 서류를 몇 번이나 다시 살펴보고 있었다.
당신이 병원에 가서 확실하게 불임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거지 설마 나한테 거짓말을 했거나 혼자 불임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남편은 내 말을 듣고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우리 집에서 형들이 둘 다 불임이야 병원에서 유전적 요인 때문인 남성 불임이라고 진단을 받았어.
그러니까 당연히 나도 불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남편은 삼 형제 중에 막내였는데 두 형이 불임이라는 이유로 병원에 가보지도 않고 멋대로 본인이 불임이라고 판단하고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남편은 내가 품고 있는 아이가 자신의 친자식이라고 믿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불륜했다고 의심한 것에 대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에게 깊은 사과의 말을 했다.
나는 솔직히 나를 의심하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간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편과 지내온 세월이 있고 애증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남편을 향해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전부 없었던 일로 하고 지금부터라도 같이 태교에 집중하면서 새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고 싶었다.
남편은 바로 집으로 들어왔고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온 힘을 다하겠다면서 예전에 다정했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남편과 화해를 하고 정확히 3일 후에 회사 업무 중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퇴근길에 잠깐 카페에서 만나자는 이야기였다.
나는 상태가 안 좋아서 집에 빨리 가서 쉬고 싶었지만, 남편의 목소리가 어딘가 이상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편이 말해준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남편이 앉아 있었고, 테이블에 맞은편에는 정장을 입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일단 자리에 앉았는데 이 사람의 아내분이시군요.
여자가 침착한 말투로 말을 했는데 목소리에서 감춰지지 않는 분노가 느껴졌다.
내 옆에서 남편은 바들바들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에게 명함을 건네주면서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눈앞에 앉아 있는 여자와 1년 정도 사귀었다고 한다.
여자는 남편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내가 임신한 시기와 거의 비슷했다.
당연히 여자는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말했는데 남편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여자에게도 자신은 불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화를 내고 가차 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을 하였다는 것 이었다.
비참하게 버림받은 여자는 억울하고 화가 나서 흥신소에 의뢰했고 남편의 신변을 자세하게 조사를 했는데 남편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남편은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총각 행세를 하면서 여자와 교제를 하고 있었는데, 여자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었고 혼인 빙자 사기로 위자료를 청구하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나의 불륜을 의심하면서 분노하던 남편이 정작 본인이야말로 외도하고 있었다. 나는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전부 말해.
나는 울분을 참으면서 겨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 나는 남편의 첫마디를 듣고 말도 안 되는 핑계에 질려버리고 말았는데 침착함을 유지하던 여자도 끌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겠는지 남편을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미안하다는 말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잖아. 나의 냉정한 한마디에 남편은 어깨를 떨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모습을 보고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에는 여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서류를 꺼내서 테이블에 펼쳤는데 남편이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여자와 교제한 기간과 육체 관계를 맺은 횟수 등 남편의 치부들이 적나라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자는 남편에게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었고, 남편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서류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와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와 남편의 사이에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밝은 얼굴로 말을 했다. 위자료는 우리 적금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앞으로 나 진짜 정신 차리고 회사에서 일도 열심히 할게 .
그러니까 우리는 태어날 아기만 생각하면서 같이 힘내자 .
이혼하자 나는 남편의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속 속으로 결심한 단어를 담담하게 입 밖으로 꺼냈다 .
남편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면서 큰 소리로 말을 했다.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기를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려고 하는 거야.
아이가 너무 불쌍하잖아. 너처럼 쓰레기 같은 아빠는 필요 없어.
더 이상 남편을 향한 미련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바로 짐을 싸서 친정으로 돌아갔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불륜 상대가 협조해 주어서 명확한 증거들을 확보하게 되었고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었다.
양육비는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금액을 산정해서 바빠지는바람에 청구를 했는데 전 남편은 나에게 전화를 해서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런 큰돈은 절대 낼 수가 없어. 나는 너 말고도 다른 여자에게도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이대로라면 나는 파산하고 말 거야.
나는 전 남편의 말을 전부 무시하고 전 시부모님께 직접 전화를 드렸다. 전 시부모님은 직접 나의 친정으로 와주셨고 전 남편을 대신해서 사과의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위자료와 양육비를 입금해 주셨다 .
전 남편은 이후에는 연락이 없었고 나는 남편을 좋아했던 마음이 이렇게 한순간에 식어버려 하고 자신에게 놀라움을 느꼈다.
나는 아이를 혼자서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친정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 함께 태어날 손주를 행복하게 기다려주셨다. 전 남편은 이혼 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식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큰 질책을 받고 어딘가에서 조용하게 지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