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외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다가 갑자기 취소되어 돌아오게 된 날이었습니다.
도중에 남자친구에게 연락했는데 이상하게 답장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을 열었더니, 남자친구의 신발이 놓여 있었습니다.
남자친구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혼자 살고 있어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저희는, 현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저의 집에서 지낼 때가 더 많았거든요.
응? 여자 구두 뭐지. 그때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욕실에서 흘러나오는 남자 친구와 낯선 여자의 웃음소리 침대 위에 마구 널브러진 옷들 .
남자친구가 제가 외근을 나간 줄 알고 집에 여자를 데려온 거였습니다.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인 저는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가구들만 끌고 와서 욕심 문 앞에 놓았어요.
그리고 큰 소품들을 모두 가져 화장실 문 앞을 막았습니다.
화장실이 복도에 있어서 문을 막는 건 간단했어요.
그다음 아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아빠 지금 우리 집에 와줄 수 있어 어머니 아버님과 함께 우리 집에 좀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중요한 일이에요. 서인아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시간 되는 애들 좀 다 모아줘 저와 남자 친구가 같은 대학 선후배로 만난 사이라 서로 아는 공통 친구들이 많아요.
양쪽 부모님부터 친구들까지 모든 사람을 부른 후에도 분이 안 풀려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남자 친구의 바람녀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보세요. 너 왜 연락이 안 돼 누구세요.
사정이 있어서 제가 받았는데요. 혹시 휴대전화기 주인분 남자친구 되세요. 네 그런데요. 혹시 사고라도 났나요?
아뇨 사고는 아닌데 이분이 지금 전화를 못 받은 상황이라서요.
우리 집에서 다른 남자한테 정신 팔려있거든요.
전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남자는 우리 집 주소를 물었습니다.
가까운 곳이라며 곧 오겠다고 했죠. 솔직히 예상외 수확이었습니다.
뭐야? 왜 안 열려 ?
왜 그래? 문이 안 열려 앞에 뭐가 막혀있는 거 같은데, 왜 이래.
그러는 사이 욕실 밖으로 나오려던 돌은 열리지 않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난리가 났습니다.
많이 즐거웠나 봐 집주인이 왔는데도 눈치 못 잴 만큼 .
너 왜 집에 있어 일단 문 열고 얘기하자.
내가 더 설명할게. 아니 설명은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당신들이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좀 기다려줄래? 그게 무슨 말이야.
먼저 도착한 건 이 여자의 남자 친구라는 사람이었어요.
저와 간단히 인사를 한 후 아무런 말도 없이 화장실에 갇혀 난리 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과 집안은 동영상으로 찍더라고요.
친구들과 양가 부모님까지 전부 도착한 후 드디어 관객이 다 모인 듯해서 욕실 앞에 치여둔 바리케이드를 개방했어요.
그러자 있는 힘껏 문을 밀고 알고 있던 두 사람이 쏟아지듯 넘어졌습니다.
꼴이 너무 우스워서 웃어버렸더니,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지금 이거 그냥은 못 넘어가. 남친과 여자는 적반하장으로 저한테 소리를 지르다가 눈앞에 펼쳐진 예상 밖의 광경을 눈치를 채고는 얼어버렸습니다.
순간 남자 친구의 아빠가 달려들어 아들에게 풀스윙을 날렸어요.
뭘 잘했다고 소리 질러 당장 옷 입고 와서 무릎 꿇어.
그렇게 관객들 사이에서 남자 친구가 아빠에게 두들겨 맞던 사이 침대 옆에 숨어 있던 여자는 자기 남자 친구가 던져준 옷을 입고 사색이 되어 끌려나가더라고요.
그날 밤 양가 부모님 앞에서 남자친구는 무릎 꿇고 끌고 싹싹 빌었습니다.
결혼 앞두고 이게 무슨 일인지 어떻게 책임지실 거예요. 정말 면목없습니다.
다 저희 잘못입니다. 죄도 없는 자기 부모가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는 걸 보면서 죽을 맛이 없겠죠.
후에 여자의 남자친구였던 사람과 연합해서 각종 파혼 관련 위약금이며 의사 비용을 정부에 모두 받아냈어요.
바람 피우는 현장을 수많은 사람 앞에서 들켰으니 이미 소문 다 퍼져서 사회생활 불가능해진 두 사람은 회사도 그만두고 도망치듯 잠적해 버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