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워킹맘이고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 지긋지긋한 부부관계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둘 키우고 있기 때문에 식비나 교육비 보험료 같이 다달이 나가는 고정 비용이 많은 편이었는데요.
밥 굶고 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편도 아니어서 뭔가를 사더라도 기왕이면 저렴한 거 찾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런데 전 남편은 저보다 더한 짠돌이라 돈 쓰는데 아주 인색했는데요. 저한테만 그러면 참고 살겠죠.
하지만 이 남자는 자기 친자식인 우리 애들한테도 돈 쓰는 걸 엄청 싫어했어요.
양 많고 싼 과자도 얼마나 많은데 몇 개 들어있지도 않은 과자를 꼭 사야겠어.
학원 꼭 보내야 돼? 요새 홈스쿨링인가 뭔가? 많이 하는데 근데 그게 더 저렴한 거 아니야.
애들 빨리빨리 크는데 무슨 옷을 새로 사.
아는 사람한테 안 입는 옷 있으면 달라고 해서, 얻어 입히면 되니까.
절대 사지 마 이런 장난감이 뭐가 좋다고 사달라는지 이해가 안 되네.
아빠가 똑같은 거 만들어 그러니까 그냥 집에 가자.
저런 게 어떻게 애 아빠고 남편인가 싶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애들이 어려서 이혼은 힘드니 클 때까지 돈 모으고 기다리자고 마음을 다스렸어요.
제가 악착같이 직장을 다니는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없으면 우리 아이들 교육도 그렇고 맛있는 것도 눈치 보며 먹을까? 봐 그런 것도 있었는데요. 남편과 저는 결혼 초부터 각자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공동생활비 통장을 만들어서 거기서 필요한 지출을 했었어요.
그렇게 서로 얼마나 벌고 어디다 썼는지 자세히 터치 안 하다 보니 남편이 시누이한테 돈을 붙이고 있다는 사실도 한참 후에 알았네요.
제가 알게 된 계기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올 정도인데요.
여보세요. 엄마 아빠 나 휴대폰 액정 깨졌거든.
이거 할머니 휴대폰이야 저번 달 용돈 다 썼는데 이번 달은 몇십만 원 더 올려서 줄 수 있어?
운전 도중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받았는데 시누이가 시모 전화로 연락을 한 모양이더라고요.
목소리가 특이해서 시누이라는 건 알겠는데 갑자기 남편더러 아빠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황급히 전화를 끊었지만 똑똑히 아빠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방금 당신한테 아빠라고 하지 않았어.
아빠는 무슨 아빠야 오빠라고 한 건데 당신이 잘못 들은 거야.
아니야. 분명 아빠라고 했는데, 왜 당신을 아빠라고 부른대.
얘가 우리 아빠 번호랑 착각을 했나 전화를 잘못 건 거 같은데, 그럼 할머니는 누구야 당신 할머니 두 분 몇 년 전에 다 돌아가셨잖아.
그리고 용돈은 무슨 얘기야 몰라 내가 그런 걸 일일이 어떻게 알아 운전하고 있으니까.
말 좀 시키지 마 시누이는 남편과 띠동갑이 더 넘는 늦둥이인데 이제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입니다.
집안에서 떠받들어 키워서 예의범절은 갖다 버렸는데 신호 한마디면 시부시모는 물론이고 남편도 꼼짝 못해요.
시부모님이 애지중지하는 건 이해는 하겠는데 남편까지 시누이한테 설설키는 건 잘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결혼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늦게 낳은 아이고 미숙아로 태어났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요.
그런데 남편이 시누이의 전화를 급하게 끊는 게 너무 수상했고 아빠 할머니 용돈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더라고요.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데 남편에게 물어봐도 피하기만 하고 시부모님도 말씀 안 해주실 것 같았습니다.
그간 가족끼리의 분위기를 봤을 때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막장 스토리는 아니겠지 했지만, 날이 갈수록 자꾸 의심만 생겨서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네요.
저는 시부모님께 선물로 들어온 칫솔이 많아서 잔뜩 들고 왔다는 핑계로 새 칫솔을 갈아드리면서 시누이 것을 안 버리고 따로 챙겼는데요.
여기에 남편 칫솔까지 같이 수집해서 서류까지 작성하고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요새는 친자 검사 많이들 의뢰하고 결과도 빠르면 하루 이내에 나온다길래 저도 별일 없겠지 싶어서 마음을 가볍게 먹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문자로 받아본 결과에 저는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는데요.
남편과 시누이가 유전자적으로 일치하는 부녀 관계라는 거예요.
설마설마 했지만, 예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였는데 시누이가 남편 친자가 맞다고 하니 영혼이 가출하는 것 같더라구요.
남편과 시누이 관계가 아빠와 딸이면 나한테 시누이는 뭐가 되는 거지 하고 한참을 생각했네요.
저는 이런 막장 집안 다 뒤집고 이혼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먼저 시부모님부터 찾아갔는데요.
시부모님은 검사 결과 보시자마자 벌벌 떨면서 저에게 계속 미안하다며 엎드려 비셨습니다.
얘야 미안하구나 우리가 죄인이다. 아들이 학교 다닐 때 애가 생겼는데 아직 학생인 애들을 어떻게 결혼시키니.
어린 자식 호적 밑에 애가 딸렸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손가락질 받고 학업도 포기하고 힘들게 살아야 되는데 부모 입장에서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었어 .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족보를 이렇게 꼬아 놓으실 수 있어요.
손녀를 딸로 등록하는 거 엄연히 범죄인 거 모르세요.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빌게 니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이혼을 하겠다면 얼마든지 해라.
전 재산 털어서라도 위자료 전부 챙겨줄 테니 제발 너희 아이들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지만 말아다오.
너희 시누이도 우리가 조부모인 거 알고 나서 얼마나 삐뚤어졌는지 모른다.
제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두 분을 보자니 저도 아이는 입장이지만 자식 때문에 부모가 무슨 죄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애들을 가까운 친한 언니 집에 맡기고 남편과 둘이서 이 문제를 담판 짓기로 했는데요.
남편 역시 검사 결과를 보자마자 온몸을 떨더니,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자기가 다 잘못했으니 앞으로는 동생을 찾지도 않고 잘해주지도 않을 거다.
거짓말은 미안한데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가 헤어질까 봐 두려웠다.
이제부터 애들과 제 옆에서 쥐 죽은 듯이 살겠으니 용서해 줄 수 있냐고 울먹였는데요.
네 친자식은 만 원짜리 장난감도 하나 안 사주고 먹는 것도 제일 싼 거만 먹이라고 그러더니, 시누이한테는 비싼 거 잘만 사주던 이유가 이거였어.
그냥 시누이도 네 이름 밑에 올려놓고 딸로 같이 키워.
네가 내 새끼들한테 했던 짓 생각하면 진짜 배신감에 치가 떨려.
나도 자식들이 아빠 없으면 불쌍해질까 봐 이혼 안 하고 버티려고 했는데, 너 같은 막장 아빠 밑에서 자라는 우리 애들이 네 딸보다 100배는 더 불쌍해서 못 살겠다.
그날 시누이의 전화로 인해 저는 평생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비밀을 알게 되었고 바로 아이들을 데리고 별거에 들어간 뒤 이혼을 요구했는데요.
이혼을 요구받은 남편에게도 사람으로서의 죄책감이란 게 있었는지 협의 이혼은 물론 자신이 갖고 있는 예금주식 대부분과 아파트 지분을 전부 저에게 이전하고 친권까지 포기해 주었네요.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저는 비밀을 함구하고 있는 중이고 그쪽 집안과는 평생 연락도 안 하고 살기로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세상에 자기 딸을 여동생인 것처럼 숨기고 결혼하려는 남자가 제 남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거기다 부모 한쪽이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집안 족보도 완전히 꼬아놨는데 저런 집에서 끝까지 이혼도 안 하고 버티고 있었으면 저와 아이들이 제정신으로 살 수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남의 인생 망치려고 작정한 남편과 집안 사람들은 제가 벌하지 않아도 언젠가 누군가 천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hnOji0y5M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