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하에 아기 하나 키우는 주부예요.
저는 학원 강사 일을 하다가 아이가 들어서는 바람에 마땅히 육아를 도와줄 분이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처음엔 남편이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에게 돈을 받고 애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단칼에 거절하시더라고요.
조부모가 손주를 꼭 돌봐야 하는 의무는 없으니까.
그건 별로 섭섭하지 않은데요. 남편과 제가 가장 신경 쓰고 있던 문제는 육아가 아니라 매달 나가는 시어머니의 용돈 30만 원이었어요.
시어머니는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 혼자 사신 지 꽤 되셨고 남편 월급에서 매달 30만 원씩 용돈 차원으로 수령하고 계셨는데요.
아버님이 남겨둔 재산이 아예 없는 게 아니어서 솔직히 유산으로 혼자 생활하시는 데 무리는 없었어요.
돈도 남편이 총각 시절 몇 번 드리던 게 습관이 되는 바람에 이 지경까지 온 건데요.
하지만 식을 올리기 전 남편이 결혼 이후로는 용돈을 안 드리겠다고 하자 욕심 많은 시어머니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어요.
너희 결혼식에 안 간다 결혼할 때 훼방 놓을 거다.
불효막심하다 별의별 욕을 다 들었는데요.
결국 시모의 고집에 못 이겨서 일단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돈을 보내드리기로 하고 겨우 달랬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이가 있고 또 제가 직장을 그만두다 보니 30만 원의 부담이 너무 크더라고요.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니 한 달 수입은 거의 반 토막 났는데 거기다 시어머니 부양까지 하려고 하니까 자금 압박이 심했어요.
특히 마이너스 통장에서 30만 원을 빼서 어머님께 송금해 주는 게 바보 같은 짓 아니냐는 얘기를 남편과 나눴는데요.
결국 남편과 저는 시어머니 용돈 송금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어요.
오히려 빚 없이 사는 시어머니에게 저희들이 지원을 받아야 날 형편이었거든요.
시어머니와 크게 사이가 나쁘진 않았지만 솔직히 이때까지 집이고 살림이고 도움받은 거 하나도 없고 용돈 한 번 받은 적이 없었어요.
제가 임신했을 때 보약은커녕 약국에서 공짜로 주던 비타민 음료 한 병 준 적도 없었고요.
심지어 제가 귤을 좋아하시는 걸 알면서 집에 놀러 오실 때 노점상에서 파는 귤 한 봉지도 사다 주신 적이 없었네요.
결혼식 때도 줄 돈 없으니까. 폐백하지 말자고 하실 정도로 구두쇠니 말 다 했죠.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전화로 아이가 태어나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앞으로 30만 원을 그만 보내야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조근조곤 얘기하던 남편이 시어머니와 대화가 잘 안 되는지 점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어요.
저 사람은 육아해야 되니까 제가 외벌이 해야죠.
도와줄 사람이 없는데 어떡하라구요.
저희 사정이 엄마보다 나쁜 거 아시잖아요. 이러다가 싸움만 날 것 같아서 남편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는데요.
시모가 성질이 불같은 사람인 걸 알기 때문에 같이 화를 내지 말고 단답형으로 훅 치고 빠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니가 남편한테 돈 그만 보내라고 시켰어?
아닌데요. 갑자기 보내던 걸 안 보내면 나는 어떻게 살라는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애가 어린이집 들어갈 때까지는 따박따박 붙여라 그럼.
어머님이 손주한테 동화책 자전거 장난감 전부 어머님 돈으로 사주시는 걸로 알면 되는 거죠.
그걸 왜 내가 사주니 너희들은 아이 하나 키우는 게 뭐가 어렵다고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다.
나도 하나만 키웠는데 외동이면 외벌이만 해도 충분하지.
어떡하죠. 저희는 두 명 낳을 거라서요.
그래 그럼 너희 친정에 부탁하면 되겠구나.
친정에서는 친오빠들 아기 돌봐주고 계시는데요.
너는 친정에서 경제적으로 도움도 못 받냐? 어머님께서 안 도와주시니까 이미 친정에 손 벌렸었죠.
그런데도 모자라는데 어떡하죠.
시모는 저와 대화하시면서 제대로 열 받으신 것 같았어요.
야 너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따박따박 말대답이야? 물어보셨으니 대답한 거죠.
대답 안 하면 얼마나 예의 없어 보여요.
야 너 지금 말 다 했냐? 아뇨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끊을게요.
이때까지 어머님 도움 받은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안 받을 거니까 지금부터 돈 달라고 연락하지 마세요.
앞으로 30만 원 달라고 하실 거면 그만큼 우리 아이 봐주셔야 되고 그전엔 어림도 없어요.
아니 얘가 미쳤나 그 말에 시어머니는 계속 콧김을 뿜어대더니, 결국 화를 못 이기고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하셨는지 후 몇 달이 지났는데도 돈 보내라는 얘기는커녕 추석 때 전화 한 통 안 하셨는데요.
남편이 전화해서 달래려고 해봤지만 겨우 30만 원 가지고 부모한테 막말하는 불효막심한 부부라고 욕만 먹었답니다.
겨우 30만 원이라니 그게 저희한테 얼마나 큰돈인데요.
이제 30만 원 보낼 일이 없어서 좋긴 한데 돈 욕심 때문에 자식하고 등 돌리고 사시는 어머님을 보면 우리도 남들처럼 하하호호 다정하게 살게 되는 날이 과연 올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