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새언니 나 지금 엄청 급해요. 빨리 답장 좀 해봐요.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아니 나 지금 친구들이랑 술 먹고 있는데, 카드가 한도 초과지 뭐예요?
지금 급하니까 10만 원만 빌려줘요 지금 시간이 몇 시에요.
한 시가 넘었는데 집에 안 들어가고 술 먹고 다니는 거예요.
잔소리 그만하고 일단 돈부터 보내줘요 빨리 계산해야 한단 말이야.
월급 들어오면 바로 갚을게요 일단 보낼게요 내일 아침에 오빠한테 이야기할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오빠한테 얘기하면 안 돼요. 잔소리 엄청 한단 말이야. 내가 돈 최대한 빨리 갚을 테니까.
오빠한테는 비밀로 해줘요 증말 머리 아파 .
저는 결혼 3년차 30두 살 여자입니다. 5살 위에 남편과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시댁 식구들이 항상 걸림돌이에요.
아버님은 정말 교과서에 나올 법한 남존여비 사상을 부르짖는 옛날 분이시고 그런 아버님과 평생을 같이 산 시어머님도 말이 안 통하긴 매한가지였죠.
저보다 두 살 어린 시누는 아직 시집은 안 갔는데 어찌나 저를 만만하게 보고 잡아먹으려고 드는 건지 결혼식 올리기도 전부터 저한테 따로 연락해서 용돈 달라고 하던 게 최근까지도 저러고 있습니다.
자기 부모님은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직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저희 남편만 무서워해요.
시누가 몇 번 선을 넘을 때마다 남편에게 이야기해서 혼내준 적도 있는데, 한 달 정도 조용하다가 또다시 반복입니다.
제 돈이 자기 주머니 쌈짓돈이라고 생각하는지 매달 5만 원 10만 원씩 빌려가고 나중에 생각 끝날 때마다 조금씩 갚아요.
모두 얼마를 빌려줬고 얼마를 받았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남편은 대기업 다니는 회사원이고 저는 저희 아버지 회사에서 사무직을 하고 있어요.
몇 년 전에 아버지 회사에서 대기업과 같이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빠가 지금의 남편을 눈여겨보고 저를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저희 결혼할 때 아빠가 집도 해주고 남편 차도 새로 바꿔주셨죠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시댁에서 저한테 돈 이야기를 자주 하더라구요.
주말인데 뭐하고 있니 우리 오늘 저녁에 외식할까 하는데 너희도 같이 나올래?
저희야 좋죠. 어머님 이따 오빠랑 같이 시댁으로 건너갈게요 그래 모처럼 며느리가 사주는 고기 먹겠네 요.
앞에 한우 갈빗집 새로 생겼더라 이따 거기로 가자 네, 알겠어요. 저녁 제가 사드릴게요.
그래그래 다들 우리 아들 장가 잘 갔다고 주변에서 칭찬이야.
며느리 덕분에 내가 동네에서 어깨 피고 다닌다니까 저번에 너가 사준 안마의자 자랑하느라고 동네 아줌마들 다 우리 집에 한 번씩 왔다 갔어 별거 아닌데요.
뭐 아무튼 저희 저녁 시간 늦지 않게 건너갈게요 그래 늦지 않게 와라.
근데 다음 달에 우리 딸 상견례 하는 거 알지 기왕이면 너도 같이 오지 그러니 .
아가씨 상견례에 제가요? 그냥 오빠만 보내려고 했는데, 아니다. 아니야.
너가 상견례 자리에 나와줘야 우리 집안이 대단한 집안인 줄 알지 그 남자 집안이 무슨 식당을 크게 한다던데 그갓 식당이 너네 아버지 회사에 비교할 바가 되니? 어찌나 집안 좋다고 자랑을 하던지 에잉 저희 아빠도 그냥 작은 회사일 뿐인데요.
얘가 겸손하게는 아무튼 너도 상견례 같이 나오렴 너가 와야 우리 집안이 면이 선다.
알겠어요. 어머님 그럼 이따 뵐게요 제가 시집온 뒤로 저희 부모님께 해오던 그대로 똑같이 시부모님들에게 해드렸어요.
양가 부모님 차별할 생각 없었고 제가 진심으로 대하면 시부모님들도 저를 아껴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저를 부를 때는 항상 돈을 쓰라는 자리였고 어머님 아버님이 주변의 며느리를 자랑할 때도 저라는 사람이 아니라 제가 사드린 물건 제가 드리는 용돈 같은 물질적인 것뿐이었습니다.
내가 가난한 집 딸이었으면 시댁에서 우리 결혼을 허락하셨을까 싶더라구요.
신혼 초에는 그래도 시누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이제는 저도 포기하고 가끔 용돈이나 한 번씩 보내드리고 말게 되었죠.
며느리와 시댁 식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에 항상 있었고,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이가 좁혀지질 않았어요.
물주 노릇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는 너무 속이 보이니까. 가볍게 얼굴 보자는 약속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시누가 만나는 남자가 있었고, 결혼 준비한다는 이야긴 남편 통해서 들었어요.
상견례 한다고 저도 같이 가자고 하길래 내가 거길 왜 가냐고 상견례는 원래 가족들끼리 가는 거라 하고 빠져나가려 했습니다.
그래도 시모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까 도저히 안 가겠다. 거절할 수 없더라고요.
어색했지만, 신호의 상견례 자리까지 참석했고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꽂아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었어요.
어머님이 자꾸 저한테 말 시키고 우리 아버지 회사 이야기 시키길래 너무 민망했습니다.
여차저차 상견례가 끝나고 철없던 말괄량이 시누가 이젠 진짜 시집을 가는구나 싶었는데, 그게 벌써 두 달 전이네요.
두 달 동안 좀 조용히 지낸다 했더니, 얼마 전 시모가 제게 연락해서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하는 겁니다.
진짜 우리 딸이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네 망아지 같은 걸 누가 데려갈까 맨날 걱정했다니까 아가씨는 예뻐서 시집 잘 갈 줄 알았어요.
결혼식이 10월이라고 했나요?
맞아 내년 봄에 하라니까 그쪽에서 어찌나 올해 안에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지 올해 안에 해야 집을 해줄 수 있다는데 뭐 그렇게 바라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주 그냥 결혼이고 뭐고 다 없던 일로 하고 싶다니까 혼수 해오라는 게 맞나 봐요.
요즘 집값이 많이 오르긴 해서 아유 말도 마라 아주 그냥 이번 기회에 한 살림 밑천 챙기려고 하는 건가 봐 .
너처럼 집도 해오고 살림도 다 알아서 해오면 얼마나 좋아 하여튼 애매하게 있는 척하는 것들이 더 문제라니까.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너가 네 시누 결혼하는데 조금 보탤 생각 없니 너네 집은 여유 있으니까.
너한테는 큰돈도 아니잖아. 혼수해달라는 거 다 해주다간 우리 집 기둥뿌리 뽑을 것 같아서 미치겠네.
제가요? 제가 시누 혼수를요? 그래 말 나온 김에 너가 좀 보태줘.
아주 그냥 집 한 채 사준다고 해달라는 게 산더미야 그거 다 해줬다가 5000만 원도 모자라겠다.
우리가 그런 큰돈이 어디 있니 결혼 비용까지 생각하면 억으로 깨지겠어 저도 그만한 돈은 없어요.
시누 결혼 선물로 티비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티비 같은 건 내가 사줘도 돼 .
비싼 건 침대 냉장고 이런 게 진짜 비싼 거지 너가 좀 힘 좀 써봐라.
너네 친정에 이야기해서 사돈처녀 시집가는데 선물 좀 크게 쏘시라고 해.
아니 어머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저희 아빠가 시누가 시집가는데 돈을 왜 보태야 해요.
처음 생각한 대로 티비 정도는 해줄 마음이 있는데, 이상은 곤란하네요.
돈도 많은 집에서 대체 왜 그래 그거 다 해봤자 얼마나 한다고 너네 아버지가 타고 다니는 차 한 대 값도 안 될 거 아니냐.
얼마가 들던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닌 건 아닌 거예요. 이런 일로 두 번 다시 이야기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내가 며느리 무서워서 말도 못 하겠네 더럽고 치사해서 앞으로 너가 주는 돈도 안 받아 필요 없어. 진짜요 잘 됐네요.
제가 렌탈비 내드리고 있던 물건도 전부 빼버릴 테니까. 그렇게 하세요.
안마의자도 그거 맨날 잘 쓰고 있는 건데 대체 저랑 친정 부모님을 얼마나 호구로 본 건지 어떻게 시누 혼수를 저보고 맞춰달란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님은 홧김에 한 소리지만 저는 이때다 싶어서 바로 매달 드리던 용돈도 끊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어머님 댁에 공기청정기 정수기 안마의자 비데까지 렌탈로 해드리고 있었는데, 전부 해지해버렸어요.
위약금 얼마가 나오던지 상관없으니 다. 해지해달라고 했고 안마의자는 좀 아까워서 우리 집으로 옮겨놓고 제가 쓰고 있습니다.
남편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던 시부모님 핸드폰 요금도 중지시켰고 한순간에 제가 해드리던 지원을 다 끊어버렸죠.
차마 저한테 뭐라고 하진 못하니까 뒤로 남편에게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뻔히 시어머니가 먼저 원인 제공을 한 건데 남편도 저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그냥 눈치만 보고 화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그동안 제가 성질이 없어서 참고 살았겠습니까?
집안 어른들이고 우리 부모님이랑 똑같은 분들이라 생각해서 최대한 인간적으로 잘해드리려고 했는데, 저를 너무 호구로 보셨나 봐요.
시누 결혼 선물로 티비 사주기로 한 것도 남편한테 없던 일로 하자고 했어요.
그냥 제 이름으로 축의금이나 10만 원 싸주고 말 생각이에요.
생각해보니 시누가 제 결혼식 때 축의금도 안 내고 친구들 두 명 불러다가 밥만 먹고 간 것이 생각나서 또 열받네요.
앞으로는 절대 공짜로 드리는 건 없다고 확실하게 알게 해드릴 겁니다.
먼저 어머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예전 같은 대접은 다시는 받기 어려우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