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언니 지난번에 언니랑 쇼핑 가서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엄마도 언니가 사준 블라우스가 완전 마음에 쏙 든다고 계속 입고 다니셔 그래요.
다행이네요. 갑자기 쇼핑하러 가자고 해서 살짝 놀라긴 했는데 그래도 어머님이 마음에 드신다고 하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그래서 말인데 언니 다음 주에도 또 저랑 같이 쇼핑 갈래요?
이번에는 우리 엄마 데려가지 말고 저랑 둘이 가요 다음 주말에요.
글쎄 그때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그래요. 그럼 그다음 주에 갈까요?
나 언니랑 꼭 같이 가보고 싶은 매장이 있단 말이에요.
일단 제가 그때 상황 봐서 갈 수 있으면 연락할게요 언니 꼭이에요.
꼭 나랑 같이 쇼핑하러 가야 해요.
저희 시누는 아직 시집 안 간 28살 아가씨인데 아마 저랑 남편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시누였을 거예요.
친정 부모님들이 예전에 부동산 사업을 하시면서 재산을 많이 모으셨고 저도 부모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살고 있거든요.
처음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남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승낙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상견례 날짜부터 잡으라고 했던 사람도 바로 시누입니다.
남편은 전문직이고 저희 친정 아빠 사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똑똑하고 능력 있는 남편과는 다르게 시누는 벌써 나이가 28인데도 제대로 된 직장 없이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는 백수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6개월 정도 대기업에서 인턴을 했었다고 하는데, 그때 무슨 사고를 친 건지 갑자기 그만둬 버리고 지금까지 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해요.
시부모님들도 이제는 저러다 남자 만나서 시집가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듯 시누의 취업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놓고 계십니다.
돈 버는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시누는 사치 부리는 것을 좋아해요.
지금이야 해외여행을 쉽게 못 나간다지만 국경이 막히기 전에는 매년 두 번씩 해외여행도 다닐 정도로 잘 놀고 다녔습니다.
시누의 외모가 예쁘장한 편이라서 그런지 짧게 남자를 만나면서 비싼 선물도 받아내고 해외여행 갈 때도 자기 돈 한 푼도 안 쓰고 놀러 다닐 정도로 얻어먹는 방면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죠.
그래서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시누가 기뻐했을 거예요.
언니 이번에 오빠랑 놀러 간 곳이 어디예요?사진 올라온 거 봤는데 진짜 이쁘고 좋던데 풀빌라 맞죠.
정보 좀 공유해줘요 나도 다음에 남자친구랑 같이 놀러 가고 싶어서 그래요.
저희 친정 부모님 쓰시는 세컨 하우스예요. 요즘 사람 모이는 곳은 가기 부담스러워서 조용히 하루 놀다 왔어요.
대박 언니네 집에 별장도 있어요. 우와 나 별장 있는 사람 실제로 처음 봐 별장 같은 거창한 건 아니구요.
저희 부모님 은퇴하시면 지내시려고 몇 년 전에 집을 지으셨는데 일이 너무 바빠서 아직도 일을 그만 못 두시는 바람에 주말에만 가끔 내려가세요.
그게 별장인 거죠. 언니 나도 한번 가볼 수 있어요.
나 진짜 수영장 있는 별장에 한번 놀러 가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어요.
아무래도 그건 좀 제 것도 아니고 부모님 집이라서요 그럼 언니가 부모님한테 하루 쓴다고 허락받으면 되잖아요.
언니도 같이 가면 괜찮은 거잖아요. 딱 한 번만 가보고 싶어요. 네? 제발요.
그럼 부모님한테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할게요 진짜요 그럼 날짜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나 완전 기대하고 있을 거야. 수영복도 새로 하나 사야지 사실 저희 부모님은 집에 거의 내려가는 일이 없으세요.
은퇴하면 노후에 사실 거라고 집을 지어놓긴 했는데 친정엄마가 시골살이 불편하다고 해서 1년에 열흘도 집에 안 내려가십니다.
덕분에 결혼 전 연애하던 시절부터 가끔 남편이랑 내려가서 하루 놀다 오기도 했고 최근에는 영 놀러 갈 만한 곳도 없길래 주말마다 내려가서 푹 쉬다 왔었죠.
제가 간다고 하면, 부모님 허락을 받을 것도 없지만, 왠지 시누 데리고 가는 것이 꺼려지고 불편하기도 해서 허락을 받아야 한단 핑계로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누가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성격이 집요한 건지 뒤로도 포기를 못하고 언제 별장에 갈 수 있냐면서 저를 졸라대더라구요.
너무 시달리는 것이 지겨워서 그냥 한번 데려가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시누와 시모를 데리고 하루 별장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이 큰 실수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언니 지난 주말에 진짜 너무 재미있었어요. 수영장도 최고였고 노래방에 골프 연습장까지 있는 줄은 몰랐잖아요.
사진이 너무 예쁘게 잘 나와서 친구들이 다들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보길래 새언이 잘 만나서 별장에서 호강하고 왔다고 했죠.
그래요. 재미있었다니 저도 다행이네요.
그런데 언니 제 친구들이 거기 한번 가보고 싶다고 난리인데 다음에 친구들 데리고 한 번 갔다 오면 안 돼요?
아가씨 친구들이요?아무래도 그건 좀 알다시피 제 집이 아니라 부모님 집이라서 모르는 사람이 오는 건 곤란해요.
딱 하루만 조용히 놀다가 올게요 친구들이 하도 가보고 싶다고 난리 치길래 제가 데려가 주겠다고 이미 말했단 말이에요.
내 체면을 봐서라도 한 번만 허락해 줘요. 미안해요. 아가씨 그건 진짜 힘들 것 같아요.
부모님 집이나 마찬가지라서 개인적인 물건들도 있고 아무래도 외부인을 집에 들이는 건 여러모로 부담이 되네요.
진짜 치사하게 이럴 거예요. 나 벌써 애들한테 다 이야기 해놨단 말이야.
그러지 말고 딱 한 번만 갔다가 조용히 놀고 사진만 몇 장 찍을게요 네? 아가씨 진짜 미안해요.
더 이상은 이 문제로 말하고 싶지 않네요.
나중에 저희 놀러 가게 되면 그때 아가씨 한 번 더 부를게요 됐어요.
진짜 별것도 아닌 걸로 유세야 그렇게 시누는 저한테 기분이 상해버렸고 귀찮을 정도로 매일 같이 오던 연락도 딱 끊겨버렸어요.
시누가 항상 저한테 연락을 하면 용돈 좀 달라 이것 좀 사달라 등등 매번 아쉬운 소리만 하기 때문에 연락이 안 오는 것이 차라리 편하고 좋더라구요.
며칠 동안 아무 소식이 없길래 이젠 포기했구나 생각하면서 방심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밤중에 친정엄마한테 연락이 오는 겁니다.
얘 수현아 너 오늘 양평 별장 내려갔니? 아니 나 지금 남편이랑 같이 집에서 티비 보고 있는데?
오늘 주말도 아닌데 내가 거길 뭐하러 가 아이고 이거 큰일 났다.
별장에 지금 도둑이 든 것 같아 이거 어떻게 하면 좋지 ?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못 보던 차가 있네, 뭐지 일단 내가 경찰에 신고부터 할게요.
빨리 신고해 집에 훔쳐갈 것도 없는데 뭐하러 거길 들어갔대.
지금 니 아빠가 차 끌고 양평으로 출발했어. 너는 빨리 경찰에 신고부터 해라.
알겠어 저는 바로 경찰에 전화를 해서 부모님 집에 도둑이 든 것 같다고 신고를 했고 아무래도 한적한 동네라서 그런지 신고한 지 15분이 지나서야 경찰이 도착한 것 같더라구요.
도둑놈들을 잡아서 콩밥을 먹게 해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카톡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여기 경찰 왔어요. 언니가 경찰 불렀어요? 네? 아가씨 지금 어딘데요.
어디는 어디야 양평 언니네 별장이지 언니가 경찰에 신고한 거 맞죠?
우리 도둑 아니니까 그냥 가라고 해요.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거기 대체 어떻게 들어갔어요. 친구들이랑 담 넘어서 들어왔죠.
현관문 비밀번호는 그때 언니가 누르는 거 옆에서 봤어요.
아니 아가씨 그게 도둑이랑 뭐가 달라요. 대체 담을 넘을 생각을 어떻게 하죠?
지금 그게 중요해요. 경찰 아저씨들 그냥 가라고 해요.
저는 더 이상 모르겠으니까. 아가씨가 알아서 하세요.
10분 정도 있으면 저희 아빠가 도착하니까 아빠랑 경찰이랑 잘 이야기해 보시던가요.
사돈어른이 여기 온다고요. 언니 나 이거 우리 아빠가 알면 나 죽어요.
언니 선에서 해결해 주세요. 네 언니 제발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마시고, 경찰한테 잘 이야기해 보세요.
그럼 저는 이만 ..잠시 후에 현장 출동한 경찰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저는 지금 집주인이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집주인이랑 해결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밤중에 별장에 도둑이 든 줄 알고 서울에서 양평까지 내려가신 저희 아빠는 시누와 친구들이 술판을 벌리는 바람에 엉망이 되어버린 집안을 보자마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셨고 바로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돈 처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노발대발하셨어요.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신 시부모님들이 한밤중에 차를 몰고 양평으로 내려갔고 제 결혼식 이후로 양가 집안 부모님들이 처음으로 다시 만나게 되셨습니다.
경찰분들은 저희 아버지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며 돌려보냈는데 자리에 시부모님들까지 도착하자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다고 해요.
물론 저희 아빠가 시누와 친구들을 고발하지는 않았지만 시부모님들이 손 이발이 되도록 빌었고 후로 시누는 지금까지도 자택에서 근신하고 있습니다.
시아버님이 특히나 화가 많이 나셔서 앞으로 시누한테 용돈은 없을 거라고 시집을 가던지 취직을 하던지 더는 백수로 빈둥거리지 말라고 하셨다네요.
시누가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지 그런 집에 방범 시스템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한심하더라구요.
저희 친정 부모님도 그전까지는 CCTV 정도만 설치해 놓으셨는데 지금은 아예 사설 경비업체에 의뢰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시누가 한 번 더 별장담을 넘는다면 보안업체 직원들이 바로 출동해서 잡아가겠죠.
제가 볼 때 아직 정신 차리려면 멀었지만 내일모레면 시누 나이도 30인데 제발 빨리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면목 없다 미안하다 사과하시는 시아버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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