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가 작년에 김장김치를 너무 적게 했나 보다 벌써 다 먹었는데 김치를 또 담궈야 해.
마트 갔더니, 김치값이 너무 올라서 배추 사다가 이젠 직접 해 먹어야겠더라.
그러게요 그런데 저희는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저희 아직 김치 많이 남았고 떨어지면 친정에서 보내주신대요 .
그러냐 사돈댁 김치가 저번에 먹어보니 맛있던데 다음엔 네가 가서 좀 도와드리지 그래?
혼자 하시려면 힘드실 텐데 안 그래도 제가 가서 돕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친정엄마가 저보고 회사 다니면서 돈 버느라 힘들텐데 그냥 집에서 쉬라고 하셔서 그러려구요.
그래 사돈댁 김치 참 맛있긴 하던데 시어머니의 시커먼 속셈을 누가 모를 줄 알고요.
저희 친정엄마는 정말 손맛 좋고 못하는 음식이 없으세요.
옛날 엄마가 건강이 좋던 시절에는 식당도 오래 하셨고 주변에서 엄마 반찬이 하도 맛있다고 해서 반찬 가게까지 몇 년 하셨었는데 지금은 엄마가 나이 들고 주방 일이 힘들다며 다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계세요.
그래서 지금은 딱 가족들 먹을 만큼만 음식을 만드시는데 김장도 40 포기 정도 하셔서 오빠네 부부랑 저희 집에 다섯 포기 열 포기 정도씩만 나눠주십니다.
예전에 시모가 저희 집에 놀러 오셨다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가신 적이 있는데, 그때 먹은 김치가 너무 맛있다면서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밖에서 산 게 아니고 저희 친정엄마가 해주신 김치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가끔 한 번씩 반포기만 달라고 해서, 두어 번 나눠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모도 매번 저한테 달라고 하기엔 민망하니까 자꾸만 저보고 친정엄마 김치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워다가 저한테 김장 담그게 해서 1년 내내 먹을 생각이겠죠.
하지만 시모가 평소 저한테 이쁜 짓이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잔소리 많고 얼굴 보면 구박하는 전형적인 못된 시어머니입니다.
당신 이번 주말에 별일 없지 엄마가 집에 한번 같이 내려오라고 하던데 별일 없으면 같이 가.
아니 또 우리 시댁 다녀온 지 겨우 한 달도 안 됐어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나 이번 주에는 친정에 가서 엄마 아빠 모시고 영화 보러 갈 생각이었단 말야.
나도 정확하겐 잘 모르겠는데 엄마가 백화점 가시러 당신이 옷을 잘 고른다면서 꼭 같이 내려오라 하시더라고.
아니 무슨 내가 옷을 잘 골라 평소에 내 옷도 잘 안 사는구만 그냥 어머님이 갖고 싶은 거 나한테 계산시키고 싶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글쎄 나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이번 주에 꼭 내려오라고 하셨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만약 친정 가고 싶으면 당신이 직접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서 못 간다고 이야기해줘.
진짜 나보고 대체 어쩌라구 저희 시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불러서 저한테 밥 사달라 옷 사달라 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저희 결혼할 때는 시댁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신혼집 구할 때 한 푼도 안 해주시고 그렇다고 평소에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준 적도 없으세요.
그저 저희가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돈으로 시댁 가려온 곳을 다 긁어달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이런 식으로 백화점 가고 싶으면 대놓고 저랑 남편 불러다가 돈 내달라 압박을 해요.
남편 혼자 보내놓으면 카드 할부까지 써서 팍팍 긁기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 엄청 받아요.
이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시모가 어느 날 갑자기 저한테 김치를 담그라고 명령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김치가 다 떨어져서 안 되겠다. 너가 김치 좀 담궈 봐 배추는 내가 스무 포기 정도 보낼 테니까.
나머진 너가 준비해서 너랑 나랑 반반 나누면 서로 헛돈도 안 쓰고 좋잖니.
어머님 저는 지금까지 김장해본 적도 없고 김치 어떻게 만드는지 아예 몰라요.
평일에 내내 일하러 나가고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아직 저희는 김치 남았어요.
그냥 집에서 쉬시는 어머님이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아니 김치 몇 포기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래.
그냥 너희 엄마 불러다가 양념만 한번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될 거 아니니.
너 주말에도 일하냐? 다음 주말에 너희 엄마 한번 놀러 오시라고 해 모처럼 딸 얼굴도 보고 모녀가 사이좋게 김치도 담그고 일석이조네,
뭐라구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저희 엄마가 왜 어머님 댁 김치를 대신 만들어요.
지금까지는 내가 말 안 하고 조용히 있었는데, 이젠 안 되겠다.
원래 시집오면 며느리가 김장을 맡아서 하는 거야. 그동안 내가 너 사정 봐줬으니까.
올해부터는 제대로 해라 어머님 본인도 시집와서 지금까지 김장 한번 해본 적 없으면서 누가 누구보고 며느리 도리를 다하라고 하는 건지 어이가 없더라고요.
막무가내로 무조건 김장해서 자기한테 가져오라고 하셨고 기어코 저희 집으로 절인 배추 스무 포기를 택배로 보내셨어요.
막막한 이 상황에 친정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해볼까 잠깐 고민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댁김장을 왜 나보고 하라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여보 당신 어머님이 결국 배추를 우리 집으로 보내셨어 난 절대 김장할 생각 없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
이대로 배추 박스째로, 시댁에 도로 가져다 드리던지 당신이 김장 알아서 하던지.
진짜 보냈다고? 우리 엄마지만 진짜 이해 못 하겠다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주말에 김장할 테니까.
어떻게 만드는지만 알려 줘 기왕 배추 사서 보낸 거니까 20포기 다 만들어서 우리가 반은 먹자.
당신이 직접 다 한다고 그럼? 내가 엄마한테 물어봐서 양념만 만들어 줄게.
그래 버무리고 자르고 전부 내가 다 할게.
당신은 옆에 기왕 만드는 거 맛있게 만들어서 수육도 삶아서 같이 먹자.
그렇게 저는 주말에 남편이랑 같이 팔자에도 없던 김장을 하게 되었어요.
내키진 않았지만 남편 본인이 다 알아서 한다는데 제가 말릴 이유는 없었어요.
사실 시어머니 앞에서는 김치 담글 줄도 모른다고 했지만, 예전 시집오기 전에는 집에서 엄마 김장할 때 옆에서 많이 도와드렸기 때문에 어깨너머로 대충은 배워서 알고 있어요.
그래도 양념배합은 친정엄마한테 전화로 제대로 물어봤고 외에 절임배추 심는 것부터 무채 만들고 김치 속 버무려서 넣는 것까지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만든 김치를 저희가 열 포기 갖고 나머지 열 포기는 남편이 차 트렁크에 싣고 바로 시댁에 가져다 드렸어요.
저는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남편이 자기가 했다고 말하긴 창피했는지 며느리가 만든 김치라면서 시어머니한테 가져다 드렸나 봐요.
안 그래도 저한테 좋은 감정도 없고 트집 잡을 기회만 노리던 시어머니한테 남편이 만든 김치는 시모가 트집을 잡기에 좋은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얘 대체 이 아까운 배추로 뭘 어떻게 해 놓은 거야. 김치가 너무 짜고 국물이 완전 한강이네.
너 진짜 너네 엄마한테 제대로 물어보고 한 거 맞아? 네 친정엄마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어요.
제 입에는 괜찮은데 뭐가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 이게 어떻게 너네 엄마 김치랑 똑같다는 거야.
완전 맛이 하늘과 땅 차이구만 네가 사돈댁네 손맛을 전혀 못 물려받았나 보구나 배추만 아깝게 됐다.
널 믿은 내가 멍청하지 누굴 탓하겠어.
어머님 사실 김치 오빠가 만든 거예요. 저는 김칫속 간만 봐줬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빠가 다 만들었어요.
뭐 우리 현민이가 김치를 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애가 김치를 왜 만들어.
어머님 가져다 드릴 김치니까 당연히 남편이 만들었죠.
저는 김치 안 먹을 거고. 저희 친정엄마 김치 먹을 거라서 손도 안 댔어요.
앞으로 시댁 김장 때마다 오빠 시킬 테니까. 언제든지 배추 보내셔도 돼요.
오빠한테 어머님이 김치가 맛이 없다. 하셨다고 전해 놓을게요 .
아니다. 지금 보니까, 좀 익으면 먹을 만할 것 같아 우리 아들한테는 내가 따로 연락할 테니까. 너는 괜한 소리 할 필요 없어.
남편한테 시어머니 이야기해줬더니, 안 그래도 그럴 줄 알았다면서 만약 제가 만들었으면 김치 먹는 내내 제 욕을 하고 타박을 하셨을 거라 하더라고요.
시어머니라면 그러고도 남을 뿐입니다.
맛이 있건 없건 본인 아들이 손수 만들었다는데 이제 어쩌겠어요.
싫든 좋든 맛있게 다 먹어야지 어머님 저번에 김치 다 드셨어요?
배추 언제 사서 보내실지 알려주세요. 아예 그날 남편한테 휴가 내라고 할 테니까요?
아니야. 앞으로는 그냥 사다 먹기로 했다. 배추도 비싸고 니들 힘들 텐데 괜히 그럴 필요 없어.
아니에요. 힘들긴요 어차피 남편이 다 아는데 저는 힘든 거 하나 없어요.
아이 하는 김에 오빠한테 깍두기도 좀 하고 파김치도 좀 하라고 할까요?
아니다. 아니야. 요즘 반찬 가게에서 다 사다 먹으니까. 필요 없어.
내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그렇게 다시 예전처럼 시댁은 김치를 사다가 먹고 저희는 친정엄마 김치를 받아다 먹습니다.
평소에 저희는 반찬도 잘 챙겨주시는 엄마한테 매달 용돈도 넉넉하게 드리고 김장 때는 김장 비용 넉넉하게 다 내드려요.
제가 도와드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저희 친정엄마는 일부러 오빠네랑 저희가 못 도와주게 평일에 김장을 하십니다.
본인 힘쓸 수 있을 때까지는 자기가 다 해주고 싶다면서 아직까지는 엄마가 해준 김치를 부담없이 받아먹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시모가 마음을 곱게 쓰고 평소에 저한테 잘 좀 하셨으면 가끔 한 번씩 엄마 김치도 드셔보라고 나눠줬을 텐데 이젠 달라고 해도 다 먹어서 없다. 하고 모르는 척합니다.
며느리 시켜먹으려다가 본인 아들 고생하게 생겼으니 다신 김장하자고 말도 안 꺼내는 거 보세요.
이러니 제가 시어머니를 이뻐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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