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한평생 두번다시 만나지 못할것 같은 저의 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옛날부터 ‘귀인’이라는 이야기를 어른들은 해 왔잖아요.
저에게도 그런 귀인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공부는 좀 못해도 밝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했었는데요.
그렇게 저는 지방에 있는 4년제 대학교에 진학을 했고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죠.
하지만 어느날 저는 인생에서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제가 법인카드로 백화점에서 사적인 목적으로 이것저것 쇼핑을 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 것인데요.
저는 그 법인카드를 관리하는 담당자 일뿐 사실상 당시 저희회사 부장님이 가지고 다녔었죠.
하지만 워낙 조그만 회사이기 때문에 사장님이랑 부장님은 서로 친인척 사이어서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저는 그렇게 쫓겨나듯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조리가 있기전 회사를 먼저 그만둔 이과장님이 있었는데요.
이과장님은 제가 입사하고 2년차가 될때까지 있으셨던 분이신데 그 회사에서 14년을 일하셨다고 합니다.
저에게 워낙 잘해주시고 하신 분이시라 처음엔 과장님이 그만두신다고 할때 저는 많이 서운하기도 했었죠.
저는 회사를 때려 치운날 과장님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과장님… 저 회사 때쳐 쳤습니다.”
“글쎄 나도 유대리한테 연락 받았어… 진짜 그 회사는 답이 없구만 그래”
“저 소주한잔 사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과장님?”
“그래 우리 자주가던 삼겹살집 있지? 거기서 6시쯤 뵙세”
그렇게 과장님과 만나 소주 한잔에 과장님이 회사를 때려치게 된 이야기 까지 들었습니다.
“과장님은 14년이나 다니시던 회사 왜 때려치신 거에요?”
“나도 자네랑 비슷해 그 곽부장… 그 새끼 때문에 도저히 못다니겠더라고. 틈만나면 나한테 구박에 온갖 일은 다떠맡기고…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말이야.”
“과장님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군요..”
“과장님은 무슨! 나 이제 새로운 사업 시작했어~”
“아 정말요? 어떤 사업이신가요?”
“식당에 냉장고나 기계들 납품하는 회사야. 아참 자네 다른 회사는 구했나?”
“아직이요…”
“그럼 우리회사에서 한번 일 배워보지 그래. 비전도 좋아~ 나중에 돈 벌어서 따로 차려도 되고.”
“저야 그러면 감사하죠…”
“그럼 이번주는 푹 쉬다가 다음주 부터 한번 나와보라고”
저는 과장님의 도움으로 다음 회사를 수월하게 취직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소개팅을 통해 아내도 만나게 되었고 저희에겐 딸도 생기기도 했어요.
그렇게 한 3년정도 일을 배우면서 어느정도 일이 익어가는데 갑자기 과장님이 저를 좋지 않는 표정으로 부르셨습니다.
“자네 미안한데.. 우리 아내가 몸이 좀 많이 안좋아서.. 이제 자네도 이번달까지만 일을 해야할것 같아.. 갑작스럽게 이런 얘기해서 미안하군”
저는 순간 앞날이 캄캄했어요.
이제 30대 후반에 처자식도 있는 마당에 다른 회사에서도 쉽게 받아줄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혹시 자네가 이 사업 인수해서 해볼생각은 없나?”
한번도 사업에 대해 생각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이 앞섰죠.
저는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이왕 이렇게 된거 한번 자기가 해봐~ 어떻게 보면 좋은기회 아니야? ㅎㅎ”
저는 아내가 믿어주는 마음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장님에게 제가 인수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래. 잘 생각했어! 여기있는 장비는 그냥 다 주고 갈테니까 한번 잘해보게!”
그렇게 사장님 부부는 강릉으로 떠나고 저는 혼자서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해가 지날때마다 사업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고 어느덧 직원도 5명이나 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그날도 미팅이 있어 타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요.
갑자기 도로에서 차가 멈춰 있는 거에요.
저는 뭔가 이상함을 직감하고 도로에 잠시 정차를 한 뒤 차에게 다가갔는데요.
“이봐요! 왜 안가시고 서계세요! 어디 몸이 불편하세요?”
안에는 식은땀을 흘리는 여성이 아이를 앉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가 너무 아파서요. 근데 차가 고장이 난거같아요.. 보험은 불렀는데 아직 안오네요…”
아이의 상태를 보니 아이가 울지도 않고 숨이 붙어있을랑 말랑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황이 급한것 같은데 제 차로 먼저 가시죠!”
“아이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부탁좀 드릴게요…”
그렇게 아이 엄마와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조금만 늦었다면 정말 큰일날뻔 했다고 하더군요.
정확한 병명은 듣지 못했지만 저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사례금을 건네는 것을 저는 사양하고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여자의 부모님이 급한 걸음에 달려왔는데요.
여자의 아빠와 저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말 믿을수가 없는 사람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여성분의 아버지는 다름아닌 과장님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니 과장님!”
“자네가 여긴 어떻게.. 설마 그 은인이 자네야? 이거 너무 고마워서 어쩐담…”
“과장님 무슨 이런인연이 있어요.. 그동안 연락도 안돼시고..”
과장님의 전화번호는 전에 거래처들의 연락이 계속해서 와서 번호를 바꿔 버렸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이번에는 연락이 꼭 끊기 말자며 약속을 하고 일때문에 헤어졌는데요.
그렇게 몇일후 과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고 김사장! 강릉에 식구들 데리고 한번 휴가 오는거 어때? 내가 풀코스로 대접할테니까!”
“그럴까요 과장님?ㅎㅎ 제가 출발할때 연락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그 뒤로 종종 서로 만나 소주도 한잔 기울이며 가족끼리고 함께 여행도 다니고 마치 집안 형제처럼 우애깊게 지내고 있어요.
참 사람인연은 모르는것 같습니다.
나한테 해가 되고 좋지못한 악연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마음 잘맞고 서로 배풀고 지내다 보면은 이렇게 좋은 관계로도 남을 수 있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