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는 60대의 A씨(여)가 살고 있었습니다.
2021년 1월 A씨는 복통, 설사, 발열 등을 호소하다 지역 병원에 입원했는데요.
이듬해에는 건망증과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진행한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수술을 집도하던 신경외과 전문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A씨의 뇌에서 8cm 길이의 기생충이 발견됐는데,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이 기생충을 ‘오피다스카리스 로베르시’라는 회충으로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주로 비단뱀(python) 체내에서 발견되며, 사람 몸에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A씨는 비단뱀이 주로 서식하는 호수 인근에 거주하는데, 자연 속에서 풀을 채집해 요리에 쓰곤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회충이 비단뱀의 배설물을 통해 풀에 묻었고, A씨가 이를 직간접적으로 섭취하면서 감염됐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호주국립대 전염병 전문가 산자야 세나나야케는 또 다른 유충이 여성의 간 등 다른 기관에 침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비단뱀에게서 발견되는 회충에 감염된 세계 최초의 환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녀는 매우 용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동물과 사람의 서식지 교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에게서 감염되는 질병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새로 확인되는 전염병의 4분의 3은 동물원성으로, 코로나19가 대표적인데요.
세나나야케는 “오피다스카리스는 사람 사이에서는 전염되지 않는다”며 “다만 뱀과 기생충은 어디든 있는 만큼 수년 내 다른 나라에서 사례가 확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의 사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행 국제학술지 ‘신종 감염병(EID)’ 29권 9호 (2023년 9월)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