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하선이 아픔으로 얼룩진 가족사를 고백하던 도중 끝내 눈물을 흘리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그에게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극중 남편을 잃은 명지 역을 맡은 박하선은 이날 가족을 잃은 연기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가족을 잃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박하선은 이어 “동생을 먼저 보낸 아픔이 있다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라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을 언급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던 박하선의 두 살 어린 남동생 박준규 씨는 2019년 11월 21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바, 박하선은 “김희정 감독님의 전작 ‘프랑스 여자’를 감명 깊게 봐서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다”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박하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섭외 제안이 왔는데 감독님께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제가 동생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섭외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습니다.
박하선은 “감독님이 명지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배우를 찾으신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만나 해소하지 못했던 부분이 오히려 치유된 느낌이었다는 박하선은 “어른이 된 뒤 마음 놓고 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보고 시원하게 울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박하선은 “동생이 생전 장애를 앓아 제가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시나리오 중 편지 내용에 ‘누나 밥 잘 먹어, 잘 자’라는 문장이 참 와닿았다”라며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1987년생으로 올해 나이 37세인 박하선은 고등학생이던 시절 영화 ‘키다리 아저씨’ 시사회를 구경차 방문했다가 캐스팅돼 2005년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던 박하선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방영된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내로라하는 여성 예능인들을 제치고 여성 배우 중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예능상을 수상한 박하선은 2017년 1월 22일 8살 연상 배우 류수영과 결혼해 2017년 8월 23일 딸을 품에 안았습니다.
앞선 2017년 4월 2일 공개된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 출연 당시 박하선은 경찰 남편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하던 중, “저희 동생이 어렸을 때 집을 많이 나갔었다”라며 동생 관련 일화를 꺼내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박하선은 “제 동생은 조금 아픈 친구다. 문을 잠가 놓지 않으면 집을 나갔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이어 박하선은 “집이 서울이었는데 동생을 포항이나 부산에서 찾아왔다. 그때마다 경찰들이 하루 이틀 만에 동생을 찾아주셨다. 지금도 경찰하면 따뜻한 사람들 같다”라며 경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2021년 8월 21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세상을 먼저 떠난 동생을 추모하는 박하선의 모습이 그려져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겼습니다.
해당 회차에서 버스를 타고 한 전시회에 방문한 박하선은 “여기에 온 적이 있다”라며 방명록을 적었습니다.
이내 박하선은 방명록을 뒤져 자신이 과거에 적었던 방명록을 보여주며 “제 이름은 아니고 동생 이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생이 재작년에 하늘에 갔다”라고 운을 뗀 박하선은 “동생이랑 이런 데 많이 왔었다”라며 지난 날을 돌이켰습니다.
박하선은 “제 이름 쓰기 좀 그럴 때 동생 이름을 쓰면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데 오면 꼭 남기고 간다”라고 밝혔습니다.
동생이 계속 살아있는 것만 같다는 박하선은 “식당 예약 같은 거 할 때 동생 이름을 적으면 주변 분들이 당황하실 때가 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박하선은 “이런 얘기를 할 때 주춤주춤하신다”라고 주변인들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 동생이 없었던 것처럼 조심스러워하는데, 사실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습니다.
박하선은 “저는 이게 좋은 것 같다. 저만의 애도 방법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을 보탰습니다.
방송에서는 이어 박하선의 남편 류수영이 수상 소감 도중 처남을 언급했던 영상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2019년 MBC 연예대상에서 일일·주말드라마 남자 부문 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류수영은 소감을 통해 “저번 달에 하늘나라로 간 처남”이라며 말문을 틔웠습니다.
류수영은 이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순수한 청년이었는데, 처남과 이 상의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다”라고 추모했습니다.
2022년 10월 27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진행된 영화 ‘첫번째 아이’ 언론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박하선은 동생의 사망 당시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박하선은 ‘첫번째 아이’를 두고 “3년 전에 찍은 작품”이라며 “아이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고, 동생이 사망한 직후 촬영에 들어간 영화라 그 힘듦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라고 소개했습니다.
박하선은 “지금은 괜찮지만 그때는 힘들었다. 마음이 아팠다”라면서 “아이가 입원한 병원에서 출퇴근하면서 이 영화를 찍었다. 현장에 오면 ‘괜찮냐’고 걱정들을 해주시니 티는 안 냈는데, 사실 힘들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박하선은 “동생이 사망하고 2주 있다가 찍은 영화”라며 “뿐만 아니라 다른 아는 동생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반려견도 죽고. ‘왜 내게 이렇게 힘든 일이 계속 일어나지?’ 싶을 정도로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었던 기간인데, 그 기분 그대로 연기하니 촬영은 힘들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박하선은 “동생이 죽은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님이 ‘찍을 수 있겠냐’고 묻더라. 그러나 미룰 수 없어 책임감을 갖고 촬영했다”라고 되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침에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질만큼 힘든 시기에 찍은 작품이다. 그런 힘듦이 영화에 저절로 나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박하선은 “헤어짐을 많이 겪은 탓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숨을 못 쉬는 순간도 있었다”라고 해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박하선은 이어 “어디서 듣기로 가슴이 아픈 것도 통증이기에,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다고 해서 먹기도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안 좋은 일은 몰려드는구나’ 싶어서 눈에 대본이 안 들어올 정도였다는 박하선은 “3년 상을 치른다고들 하는데 이제서야 동생 이야기나 반려견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라면서 “힘든 때 찍은 영화이지만, 다시 보니 고통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에게 고맙다”라며 동생을 향한 애틋함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