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타고 시댁에 가고 있는 며느리” 내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뜻밖의 말에 며느리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시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서 남편도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아이와 가족 세 명이서 시댁에 갈 예정이었다. 우리 가족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가정이었다. 남편과는 대학 시절에 만나서 27살에 결혼했다.

조금 지나서 아들이 태어났고 평범하지만 행복한 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시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아서 당시에 유치원에 다니고 있던 아들도 시부모님 댁에 가는 날이 가까워 올수록 흥분하며 신나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댁에 가는 날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약간 쌀쌀했던 초겨울쯤이었다. 우리 가족은 KTX를 타기 위해서 아침 일찍 역으로 향했다. 사실 비행기를 타는 게 더 편했는데 열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서 KTX를 타기로 했다.

그때 비행기를 타고 갔다면 혹시나 운명이 변했을지도 모른다 그날은 공휴일도 연휴도 아닌 평일이었기 때문에 KTX 좌석은 기왕이면 할인도 되는 자유석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역시나 좌석 대부분이 비어 있었고, 우리는 앞뒤로 마주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열차를 정말 좋아하는 아들이 흥분되고 신나서 떠들기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주변 승객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까. 라는 생각도 있었다.

드디어 KTX는 출발했고 아들은 정말 신나 있었다. 나도 오랜만에 시부모님을 뵐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출발하고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처음 보는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나는 당황했다. 다른 좌석들이 텅텅 비어 있는데, 왜 하필이면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히 거절할 일도 아니었기에 아이가 조금 시끄럽게 할 수도 있는데, 저희는 괜찮아요라고 허락했다.

그리고 남편을 봤는데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눈을 크게 뜨고 벌벌 떨고 있었는데, 그 시선은 내 옆에 앉은 여자를 향해 있었다. 남편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가 왜 뭐라고 무슨 일이야 라고 내가 물어보자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남편분과 만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인사드리는 게 늦어졌어요. 뭐라고 도무지 영문을 몰라서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여자는 이어서 말을 했다. 오늘만의 계속 기다려왔어 이 시간대에 KTX였구나 새벽 첫차 시간대부터 기다려서 계속 찾아다닌 보람이 있었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당사자인 남편은 그녀의 말들을 전부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는 묻지도 않았는데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파견 사원인데 처음부터 접근해 온건 남편이었다고 자신은 남자와 사귀었던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경험이 남편과 처 이었다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첫 경험을 함께 한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곱게 자랐다고 남편은 자신의 운명적인 상대이고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한다. 남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등등등 너무나도 충격적이라서 무슨 말을 했는지 선명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말들을 했었던 것 같다

믿을 수 없는데 이거 진짜 싫어라고 이런 여자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남편은 뭐 하고 있어 주인공이랑 아이가 너무 불쌍하잖아. 남편은 여자가 말을 할 때마다 그런 거 아니야. 너 혼자 착각한 거야. 여보 내 말 좀 들어봐. 진짜 아니야. 라면서 여자가 하는 말들을 부정하며 똑같은 변명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이 사람 누구요. 궁금한 눈빛으로 물어보는 아들에게 여자는 너 아빠랑 재혼할 사람이야 따위를 말하고 있었다. 아들은 다행히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기분 좋은 듯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런 아들의 모습과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불륜녀 그리고 끊임없이 횡설수설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처음에 큰 충격과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던 나도 이 지옥 같은 상황이 바보 같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속으로 타격을 가하려는 듯이 여자 이대로 당신 집에 가서 부모님께 결혼 인사를 드릴 예정이야 남편은 머리를 감싸안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남편을 보았다. 이 상황이 너무 싫다 빨리 내리고 싶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버린 걸까 이런 가혹한 상황에서 나는 단지 한숨만 계속 쉬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두 시간 후 역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두 시간이 이토록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KTX에서 내린 후에도 남편은 여자에게 제발 따라오지 마 부탁이야 미안해 한 번만 내 말 좀 들어주라 라고 말하며 필사적으로 여자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설득하고 있었다. 물론 여자는 뒤로 물러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아들과 함께 두 사람을 앞질러서 택시를 잡고 시부모님 댁에 도착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은 잔뜩 신이 나서 현관문을 열었다 어서 먼 길 오느라 힘들었지 아들 여자분은 누구 시어머니가 금방 뒤따라온 남편에게 묻자 여자는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은 결혼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연거푸 한숨만 쉬고 있었다. 아니 네가 무슨 말이라도 좀 하라고 시어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거실 쪽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시아버지가 현관으로 오셨다 어서 와라 잘 도착했네 들어와야지 다들 여기서 뭐하고 있어 그쪽은 누그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여자는 만면의 미소를 띠며 대답했고 빨간 하이힐을 벗기 시작했다. 이거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화과자를 좀 사 왔습니다. 라고 말하며 시어머니에게 선물을 건네고 거실로 들어갔다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듯한 시어머니는 멍한 표정이셨다 아가 이게 무슨 어머님 저도 여기 오면서 알았어요.

어머님도 상황의 심각성을 아셨는지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리고 거실에는 우리 세 가족과 시부모님 그리고 남편의 불륜녀라는 있을 수 없는 조합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 숨 막히는 침묵을 깬 건 당연히 불륜녀였다. 아버님 어머님 저는 아드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아드님의 운명의 상대는 바로 저입니다.


만남이 너무 늦었을 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괜찮습니다. 아드님과의 결혼을 허락해 주세요. 아니야. 아니라니까 내가 나쁜 놈이야 제발 부탁할게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줘 남편이 또 횡설수설하기 시작했고, 그런 남편을 보면서 인간이 극한까지 궁지에 몰리게 되면 저런 상태가 되는구나. 생각했다. 너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아내가 있는 사람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까지 있는데, 시아버지도 이제는 상황을 전부 이해하셨고 시어머니는 울기 시작하셨다 시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이 순간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남편과는 함께 할 수 없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어머님 아버님 지금까지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기다려 기다리라고 나가 기다려 내 아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정말 볼 면목이 없구나 그나저나 어머님 제가 차라도 좀 끓여올까요?

제가 가져온 허과자는 유명한 곳에서 사 그쪽은 입을 좀 다물어 도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와 있는 거야. 당장 나가요 아들 너는 빨리 아가를 따라가야지 뒤쪽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택시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은 뭐였을까? 내 결혼생활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엉엉 울고 싶어졌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내 손을 잡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정신 똑바로 차렸 이 아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 나는 친정으로 가서 남편에게 우편으로 이혼 신청서를 보냈다 남편으로부터 거의 매일 전화와 문자가 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이야 한 번만 용서해 줘 여자랑은 다 정리했어.

회사에서 하는 채도 안 해 절대 눈도 안 마주쳐 나한테 정말 소중한 건 너랑 아들이야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 제발 부탁이야 이제 우리 가족만 생각하면서 살게 아들에게도 아빠가 있어야지 아이에게 아빠는 나밖에 없잖아. 매일매일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는데 정말 너무나도 지긋지긋했다. 새로운 레퍼토리도 생각해 내지 못하는 무능함의 한숨만 나왔다. 그래서 얼마 후 터는 듣지도 않고 그냥 삭제를 해버렸다

남편은 계속 이혼을 거부하며 협조해 주지 않았기에 이혼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그러나 무사히 이혼이 성립되었고 아이에 대한 친권은 물론이고 위자료와 양육비도 받기로 하였다. 그 후에 시어머니께 걸려온 전화로 들은 이야기인데 남편은 사내에서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발각되어서 지방발령 처분을 받았고 불륜녀는 사내에서 다수의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폭로되어서 파견 계약을 해지당했다고 한다.

KTX에서 남편 이외의 남자와는 사귄 적이 없다고 했던 것은 당연히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런 여자에게 멍청하게 걸려든 남편도 한심하지만 그런 남편을 골랐던 나도 참 바보였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빨리 헤어지게 된 게 다행이라고까지 느껴졌다 설마 그런 타이밍에 남편의 불림녀를 만나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쌓여왔던 행복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은 반대의 의미로도 말할 수 있다.

나는 초등학생이 된 아들과 둘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사실은 최근에 고등학교 동창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이후로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들과도 처음으로 같이 만나게 되었는데 아들도 동창이 마음에 들었는지 금방 친해져서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다. 언젠가 재혼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상황이었으면 바로 울어버렸을 텐데 세상의 모든 엄마는 정말 강한 존재들인 것 같다 어떤 사정이 있더라 아이 앞에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정말 최악의 불륜녀이다. 주인공의 헤어짐도 새로운 만남도 모두 엄청 드라마틱하다 앞으로 아들과 새로운 연인과 오래오래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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