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번을 말했니? 방 좀 치우라고. 돼지우리가 따로 없네. 깨끗하게 해 놓고 살면 널 어떻게 한다고 했니? 화장실도 깨끗하게 좀 쓰라고 했잖아. 일하고 와서 나도 힘든데 좀 치우며 살자 응?”
“알았어 알았어 누나. 내가 다 치워놓을께. 쉬어 쉬어 응..”
대답은 꿀떡같이 잘하면서 방은 여전히 돼지우리…..
시골 집에선 학교가 없으니, 내가 동생과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야 2교대로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다보니, 잔소리만 늘고 동생을 보살필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야근을 하고 들어오니 내 몸도 지쳐있어 누우려는데, 등교 준비를 하던 동생이 서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얼른 가방에 넣습니다.
“그거 뭐니? 담배같아 보이는데? 이리 줘봐”
담배였습니다. 정말 화가 났습니다.
“너 이게 뭐니? 뭐하는 짓이야? 엄마, 아빠, 나 이렇게 너 대학보낼려고 힘들게 일하는 것 안보이니? 이 나쁜놈아! 학교다니면서 필요한 것 사고 굶지 말라고 용돈 주는 걸, 학교도 안가고, 공부도 안하고 , 너랑 똑 같은 놈들이랑 담배사서 피우며, 밤 늦게까지 놀다 들어오라고 우리가족이 너 뒷바라지 하는 거냐? 개만도 못한 새끼 놀면서 돈 벌어오는 줄 아느냐고. 힘들게 벌어다 주면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이 나쁜새끼야?”
학교 갈려는 동생한테 화가치밀어 오르니,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입으로 막 튀어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야간 근무라 잠을 자지 않으면 밤에 일을 못하니, 화를 참고 뒤척이다 어느새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전화벨이 그렇게 울려도 못 들을 정도로 잠에 취해 있었습니다. 잠이 깰무렵 전화벨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여기 경찰서입니다. 민이 학생 가족분 되시죠?”
“네. 그런데 동생이…. 제가 지금 경찰서로 갈께요”
“저.. 민이 학생한테 일이 생겼는데, 저기 놀라지 마시고요. 경찰서로 오시지말고, 대학병원 영안실로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순간 머리가 띵하고 중심을 잡을 수 없어 자리에 풀썩 주저 않고 말았습니다.
온 몸을 덮고 있는 하얀색 시트지.
동생을 붙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여지껏 동생에게 했던 모진 말들이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 단어가 되어 빙빙돌고 있었습니다.
‘이 바보야 좀 참지. 조금만 더 참아보지 멍청아’ 이런말을 속으로 뇌까려봅니다.
학교폭력.
동생이 자살한 이유였습니다. 그 날 아침 담배…
동생에게 무한으로 요구를 했다고 했습니다. 용돈, 담배, 술심부름등 하루도 편한날이 없었던 동생. 없으면 두들겨도 맞았고,온갖 지저분한 일들은 다 했다고 하였습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공물이었습니다. 안 주면 또 때리니까…
그날 아침 담배사건으로 나에게 안들어도 되는 온갖 소리를 들었던 동생이 자살을 실행한 날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가방속에서 편지가 나왔습니다.
“내가 많이 사랑하는 누나에게.
나 지금 자살 기도를 드렸어. 아니 매일 매일 빨리 죽게 기도드렸어. 어제도 학교에서 많이 맞았는데 이제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어. 그래서 나 이제 살기 싫어졌어.
누나 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나 보고 기절할까봐 친구집에서 잔다고 말할려고.
누나 사랑하는 누나. 그 동안 못난 나에게 너무나 잘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난 매일 기도했어 그만 살게 해달라고.
학교도 가기 싫었는데, 가기 싫다고 하면 누나 걱정하니 참고 다녔어. 내가 죽으면 슬퍼할껄 알면서도 나 너무 힘들었어. 미안해.
내가 죽으면 책상 서랍 열어봐. 누나 좋아하는 오징어 사놓았으니까 아무도 주지 말고 누나 혼자 먹어.
나때문에 맛있는 것도 못 먹었쟎아.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사랑해”
이 편지가 가방속에서 6개월을….
‘민아 누나 용서해줘. 이제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이 있다면 다 잊고 그곳 천국에서는 좋은 친구만 만나고 하고 싶은것 맘껏 하고, 다시는 아픔없이 행복하게 살아.’
민아 사랑한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