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잃은 한 청년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전화상담에 감동을 받았고 감사함을 전하고자 상담사를 찾아간 순간 상담사의 정체에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 밤거리를 한 청년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땅만 보고 걷다가 공중전화부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화국 24시간 희망의 상담서비스 무료. 129번’

잠시 망설이던 청년은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눌렀습니다.

여자 상담사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저… 하고 싶은 말좀 해도 되겠습니까? 지금 제 주변에는 저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이 한사람도 없어요. 저는 잘못 한게 없는데, 모두 잃었어요. 직장도, 가족도,친구도 이제 저도 잃을려 하고 있어요. 저에겐 내일이 없습니다. 그래도 누구랑 한번은 말하고 싶었어요. 감사했었습니다. 이제 전화를 끊어야 겠어요. 다른 사람이 위해서”

“여보세요? 끊지 마세요. 제가 책을 한 권을 권해 드릴께요”

“저는 지금 책 필요없습니다. 죽을려고 하는 사람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그러다면 제가 책을 읽어드리면 안될까요? 이 내용을 들어보시고 생각해도 늦지 않을거 같은데요?”

‘내일이 아름다운 이유’라는 우화입니다. 9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번째 이야기 입니다.

뇌성마비 원숭이 시몽과 눈먼타조 비비가 펼치는 이야기예요.

햇살이 따뜻한 어느 오후였다. 원숭이 시몽은 숲속 빈터에 화구들을 펼쳐놓고….”

상담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한자 한자 책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청년은 수화기 너머 읽어주는 음성을 들으며,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전화부스 바깥을 쳐다보았습니다.

‘읽어 준다더니 뭐야 녹음테이프를 들려주는건가’ 확인하고 싶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잘 듣지 못하였는데 처음부터 다시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햇살이 따뜻한 오후였다. 원숭이 시몽은 숲속…….”

청년은 그때부터 읽어주는 책을 쫑긋 듣고 있었습니다. 읽어주는 목소리도 따뜻함이 묻어있었습니다.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처음과 같이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정성스럽게 읽어주었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이야기를 읽어려고 하니 청년이 말하였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조금 쉬었다 읽어 주시면 안될까요?”

“그렇다면 꼭 전화하셔야 돼요. 꼭..”

청년은 수화기를 내려 놓았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거리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건물 앞. 한참을 망설이던 청년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경비아저씨가 무슨일이냐고 물어봅니다. 이런저런이야기를 하고는 상담사얼굴을 한번만 보았으면 해서 찿아왔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아 그 분! 자원봉사자님이신데”

‘상담사분이 자원봉사자라고?’ 청년은 의아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2층 어디 몇 번으로 가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문을 살짝열고 안을 들여다 보니, 청년과 상담하던 상담사번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까만 안경을 쓰고 있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전혀 사는 것은 지장없어라는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열심히 점자책을 손가락으로 읽고 있었습니다.

‘내일이 아름다은 이유’를 손으로 읽고 있었습니다.

공중전화를 걸었습니다.

“아홉번째 이야기입니다. 시몽은 태풍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상 이 이야기는 끝입니다. 읽어 주는 동안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년은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좀 전까지는 다르게 상담사의 목소리가 너무나 따뜻하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죽지마세요. 저같은 사람도 잘 살고있잖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제가 고맙습니다. 죽을려고 했던 제가 죄송하네요. 이제 다시 꿈을 찿으려 노력하겠습니다. 당신과의 만남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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