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집안 살림은 통째로, 눈 어둡고 허리 아픈 칠순 노모 차지가 돼버렸습니다.
“저기 아들아 나 돋보기 하나 샀으면 쓰겠는데”
생전 당신 입으로 뭘 사달랜 적이 없는 데다 신문 한 장 볼 일 없는 까막눈인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달라니 웬일일까? 싶어 아들은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습니다.
먼저 퇴근한 아내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님 늦바람 나셨나 봐 아침엔 안경을 사달라 하시더니, 생전 안 하시듯 염색을 하셨지뭐야?,
아내의 너스레이에 아들은 툭 하고 볼멘소리를 던졌습니다.
“다 늙어서 왜 안 하던 일을 하고 그러신대 나 참”
왜 숭하냐? 멋쩍어 하면서 부엌으로 간 어머니가 돋보기를 꺼내 썼습니다.
엊그제 너희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가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를 내든지 이제 안경도 생기고 머리 염색도 했으니까. 그럴 일 없겠지
아무 말 못 하고 고개 숙인 아들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습니다. 사느라 바빠 어머니의 머리가 그새 온통 백발이 된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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