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서는 항상 제사에 안오는거야?” 시댁제사 때 마다 일부러 오지 않는 동서, 여자는 동서가 제사에 오지 않는 이유를 알게되자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서 금요일에 시댁에서 아버님 제사 있는 거 알고 있지?

이번에는 올 거야?네 형님 물론이죠.

저번에는 저희 가게가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퇴근하자마자 일찍 가서 음식 준비 도와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그래 며느리라고는 동서랑 나랑 딱 둘 뿐인데 시어머니 성격 알잖아.

나 혼자 있으면 정말 힘들어 이번에는 꼭 좀 일찍 와주라 물론이죠.

정시 퇴근해서 제가 형님보다도 먼저 가서 일하고 있을게요.

알겠어 그럼 그때 봐 네 그때 뵈요 저희 시댁에는 제사가 1년에 세 번씩 있어요.

그중에 시조부모님 두 분 제사는 보통 아들들만 가서 간단하게 지내는데 아버님 제사만큼은 며느리 둘이 총출동해서 제사 음식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차피 시댁에도 시어머니밖에 없기 때문에 조부모님들 제사는 간단하게 약식으로 대충 하셔서 저희 며느리들까지 갈 필요는 없거든요.

얼굴도 모르는 시댁 조부모님들 제사에 며느리까지 올 필요 없다면서 그때는 어머님이 전부 혼자 알아서 하십니다.

하지만 아버님 제사만큼은 음식 준비도 살벌하게 하고 완전 명절이 따로 없을 정도로 준비합니다.

탕국도 두 종류 끓이고 각종 전에 산 적에 시아버지 살아계실 때 가장 좋아하시던 음식인 황포목도 만들고 잣죽도 끓여야 하기 때문에 정말 제사 준비할 때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시집와서 지금까지 15년 동안 제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1년에 명절 두 번과 아버님 제사 때만큼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이 듭니다.

명절은 어차피 휴일이라 그렇다 치고 아버님 제사가 있을 때는 보통 저는 회사에 월차를 써요.

어머님이 오전에 장을 보시고 오후에 세 시 네 시부터 준비를 시작하시는데 저도 집에서 쉬고 있다가 세 시쯤 시댁으로 건너가서 함께 일을 하거든요.

그런데 저보다 4년 늦게 이 집안 며느리로 들어온 동서가 자꾸만 이 핑계 핑계를 대면서 아버님 제사 때 늦게 오거나 어떤 날은 아예 코빼기도 안 보이고 오지 않는 겁니다.

사실 저희 남편이나 시동생은 아버님이 하시던 가게를 물려받아서 일을 하고 있어요.

남편이 본점을 맡고 있고 2호점을 시동생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 전에 다니고 있던 회사를 계속 다니는 중이긴 한데 그래도 저희 집안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건 아버님 덕분인 것이 맞죠.

결혼할 때 집도 한 채씩 사주셨고 워낙 받은 것이 많아서 명절 제사 준비 정도는 며느리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매번 눈치 보면서 빠져나가는 동서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습니다.

동서 벌써 5시야 대체 언제 올 생각이야 동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카톡 보면 바로 전화 좀 해줘.

동서 진짜 이러기야 이번에도 안 올 거야?

결국 저녁 10시에 남편과 시동생이 가게 문을 닫고 올 때가 되어서야 겨우 같이 들어오더라고요.

오늘 시동생 가게에 단체 손님이 있었다면서 일손이 모자랐기 때문에 자기가 가게에서 지금까지 일하다가 같이 왔다고 하는 겁니다.

저는 직장 다니는 사람이지만 동서는 결혼한 뒤로 집에서 살림하는 가정주부예요.

가게에서 일손을 도와주기는 개뿔 지금까지 설거지 한번 도와준 적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뻔히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고 뺀질밴질 피해다니기만 하는 동서 때문에 제가 열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까지 시댁 제사에 안 가기에는 어머님 혼자서 하실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한 번은 너무 스트레스받고 짜증나서 시어머니한테 하소연을 한 적도 있어요.

나는 회사 다니면서도 월차 내고 와서 일하는데 동서는 맨날 이 핑계 핑계 대고 도망다니고 진짜 억울해 죽겠다고요.

하지만 우리 시어머니 정말 성품이 성인군자 저리 가라 하실 정도로 온화하신 분이라서 동서 때문에 서운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음식 준비하는 것 자기 혼자 해도 되니까. 저보고 저녁 9시에 천천히 오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시어머니가 화를 내거나 저희 며느리들에게 잔소리 한 번 하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남들은 결혼할 때 집 사줬다고 본전 뽑겠다면서 시집살이 시킨다는데 저희 시어머니는 함부로 집에 찾아오신 적도 없고 오히려 손주들 태어날 때마다 수고했다면서 큰 액수의 용돈 며느리한테 쥐어주고 가시는 분입니다.

이러니 제가 어떻게 어머님을 외면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정말 성인군자 저리 가라 할 저희 시어머니가 오래 드디어 못 참고 폭발을 하셨는데 그게 또 동서 때문이에요.

지난달 말 아버님 제사를 이틀 앞두고 시어머니가 저와 동서에게 말씀을 하셨어요

내일모레 아버지 제사인 건 다들 알고 있지?물론이죠. 네 어머님 알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도저히 준비를 못 할 것 같구나.
너희들 둘이 일찍 와서 장부터 보고 음식 준비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네 제가 내일 회사 가서 하루 쉰다고 이야기할게요.

아침에 장 보러 제가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푹 쉬세요.

저도 형님을 도와서 같이 준비 열심히 할게요 그래 고맙다.

내가 같이 가야 하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구나.


만들기 힘든 건 다 빼도 되니까. 잣죽이랑 황포묵만이라도 직접 만들어줬으면 좋겠네.

이번에만 너희들이 신경 좀 써주면 고맙겠다. 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쉬고 계세요.

어머님한테 잘 배웠기 때문에 문제없어요. 맞아요. 저희 잘할 수 있어요.
저희 시어머니가 작년 겨울에 무릎 수술을 받으셨는데 그때 이후로 종종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하셨어요.

최근에는 집안에서 거동하시기도 힘들 정도라서 제가 자주 찾아가 반찬도 챙겨드리고 밀린 집안일도 대신 해드렸거든요.

그래도 어머님에게는 아버님 제사가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서 그때까지는 꼭 쾌차하고 일어나실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정말 상황이 심각하긴 한가 보다 싶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신신당부를 하셨고 저도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하루 월차를 냈어요.

그리고 아버님 제삿날 당일 오전 남편을 출근시키고 난 후에 일찌감치 시댁으로 향했습니다.

동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저는 일단 혼자서 장을 보러 가기로 했어요.

어머님이 적어주신 물건들을 받아들고 마트와 시장을 오가며 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구입했습니다.

장을 다 보고 다시 시댁에 도착했더니, 시간이 오후 두 시가 넘었더라고요.

그때까지도 동생 동서에게선 연락 한 번 없었고 저는 어머님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었죠.

동서 오늘은 진짜 늦으면 안 돼 세 시까지는 꼭 올 거지? 어머님 진짜 누워서 못 일어나신단 말이야. 나 정말 이러면 화낼 거야.

가게에서 일 안하고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하지만 세 시가 넘어버린 시간에도 동서가 오지 않아서 저는 이번에도 또 땡땡이를 치려는가 보다 생각하고 동서의 도움을 포기한 채로 혼자 제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어머님께서 왜 미련하게 혼자 하느냐고 동서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하지만 제 연락도 안 받는데 어머님 연락이라고 받겠습니까? 보나마나 가게가 바빠서 도와줬다는 핑계를 대면서 저녁 10시나 되어야 오던지 하겠죠.

혼자서는 힘들어서 못한다며 어머님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자리에 앉아 있기도 힘든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어요.

어머님은 그냥 안방에 누워 서 계시라고 하고 혼자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 오기를 부렸습니다.

도저히 못할 것 같은 몇 가지는 아예 제껴놓고 제삿상에 올라가는 필수적인 것들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원래 시집오기 전에는 요리라는 건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속으로 괜히 죄 없는 남편 욕을 엄청 하면서 혼자 음식 준비를 했죠.

시어머니가 자꾸 제 눈치를 보시면서 도와주려고 하시길래 안방에 붙들어 메워놓고 다행히 남편이 오기 전에 일을 다 끝낼 수 있었어요.

동서는 이번에도 시동생과 함께 오늘 가게가 얼마나 바빴는지 아냐면서 너무 미안하다고 다음엔 꼭 일찍 와서 도와드리겠다고 약을 올리더군요.

저는 화낼 기운도 다 사라질 정도였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만 싶었습니다.

어머님이 대신 혼을 내주실 거라 생각했지만, 평소처럼 아무런 말씀 안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며칠 뒤에 어머님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고 큰애야 너 이번 주말에 시간 좀 비워라.

저요 시간이야 많은데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내가 요즘 너 차를 얻어타고 다니잖니 차가 도저히 낡아서 영 불편해서 못 쓰겠더라 그때는 넓고 편한 차로 사줄 테니까. 차 바꾸러 가자.

어머님 저는요? 저도 차가 너무 낡고 오래된 것 같아요.

형님만 바꿔주시지 말고 제 차도 좀 바꿔주세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애가 무슨 차가 필요해.

너는 그 정도면 됐다. 생전 내 얼굴 보러 찾아오지도 않는 너한테 내가 사주긴 뭘 사줘.

어머님 제가 언제 그랬어요. 형님이랑 차별하시지 말고 저도 차 사주세요.

차별 너 입에서 지금 차별이라는 소리가 나오니? 너는 손주 애들만 아니었어도 진작 쫓겨나도 10번은 더 쫓겨났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에서 놀고 먹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어? 어머님은 정말 주말에 저를 데리고 집 근처 외제차 매장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며느리한테 좋은 차 한 대 사주려고 한다고 말씀하셨고 진짜 그날 자리에서 제 마음에 쏙 드는 차를 한 대 계약해 주시더라구요.

가장 비싼 큰 차를 사라고 하셨는데 그건 제 운전 실력으로 주차하기도 힘들고 좁은 골목 다니기도 힘들 것 같아서 적당한 걸로 골랐어요.

어머님이 계약금 내주시고 차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해서 그때 현금으로 전부 내주시기로 했습니다.

동서는 이제 와서 뒤늦게 뭔가 깨달았는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어머님 댁을 찾아가는데 아직도 어머님이 분이 덜 풀리셔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네요.

그동안 한 번도 며느리들에게 화내신 적 없고 서운해 하신적 없으셨는데 혼자 아버님 제사 준비하면서 땀 뻘뻘 흘리는 모습이 퍽 안쓰러워 보이셨나 봐요.

얼마 후면 허리 수술까지 하실 텐데 빨리 행복하셔서 예전처럼 건강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동서 덕분에 팔자에도 없던 외제차도 얻어타보고 정말 땡잡은 기분입니다.

고마워 동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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