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회사에 다니면서 이제 올해 7월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 신부 캐런입니다. 사실 제가 예비신랑하고 속도위반을 해서 결혼이 조금 급하게 결정이 되었어요.
아무튼 이건 다른 이야기고 오늘 제가 전해드릴 사연은 저희 아버지와 사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제가 한국에 남아 있으려고 아버지와 얼마나 많은 실랑이를 벌였는지 결국 제가 아버지의 생각을 꺾고 이겼는데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랑 중학교 때는 아버지와 뭘 했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그때는 어머니도 직장을 다니셨기 때문에 혼자 그리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았어요.
저는 특히 혼자 놀 때는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을 듣는 취미가 있었죠. 제 친구 중 한 명이 정말 한국 덕후였는데 친구가 자기 아이패드에 한국 드라마를 많이 다운로드 받아 놓았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친구와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어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이국적인 풍경 남다른 문화 그리고 영국과 비슷한 상황이나 문화가 느껴지기도 해서 좋았죠 그리고 일단 스토리가 재미있으니까. 계속 보게되니깐요. 고어느 순간 친구보다 한국 문화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상당히 저는 한국에 큰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한국 유학에 가고 싶어졌죠 어머니는 제 선택에 그리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허락을 해 주셨는데 아버지는 조금 반대를 하셨어요.
왜 하필 한국이냐라고 하시면서 프랑스나 독일 미국도 있는데, 한국은 너무 멀지 않냐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나라들에는 딱히 별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죠 오로지 한국이 저는 좋았으니까요?
제가 워낙 한국을 경험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아버지도 결국 한 걸음 물러나셨습니다. 이 년 이상 유학은 안 되고 딱 1년 정도 워킹홀리데이는 허락을 해 주셨죠 그럼에도 아버지는 저한테 이렇게 신신당부를 하셨어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단다 제발 몸조심하렴 밤에는 나돌아다니지 말고 알았지 아버지가 저를 예전에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지금이라도 챙겨주려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저도 이걸 과잉고우니까 참견하지 말라라고 할 수도 없고 하여간 아버지의 신신당부를 잘 듣겠다고 하고 저는 그렇게 한국 유학을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냥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는 없고 어느 정도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증명을 받아야만 했으니까. 말입니다. 부모님은 제가 한국어를 스스로 공부하고 학습하는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고 해요.
원래 제가 남이 안 시키면 스스로 잘 안 하는 성격인 줄 잘 알고 있는데, 한국어 공부는 시키지 않아도 좋다구나 하고 10시간이 넘게 앉아 있었으니까요?
그만큼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좋았고 얼른 한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난 뒤 영국 키드로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국제선을 타기 직전 아버지는 한국이 좋다는 이야기를 그저 치기 어린 억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해 주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회화 연습을 하는 것을 직접 보면서 본인도 한국이란 나라가 조금은 궁금해졌다고도 말했죠. 아버지의 진심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아버지가 저를 너무 걱정할까 봐 제가 더 걱정이 되었거든요. 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한국의 아이를 눌러 살더라도 허락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하지만 그건 제 너무 큰 바람이었죠. 제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저에게 시도 때도 없이 확인 전화와 확인 이메일을 보내면서 답장하지 않으면 다시 영국으로 복귀하게 만들겠다고 말했죠.
처음에는 저도 열심히 아버지의 확인차 전화를 받아주면서 걱정 붙들어 매라 한국은 밤에도 환하다 치안이 너무 좋다.
매번 가족 대화방에 어떤 사진을 올려도 아버지는 한국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시는 거예요. 정말 공항 앞에서 들은 분인 발언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참 갑갑했습니다.
하여간 저도 6달 정도 아버지의 황당한 요구를 받아주다가 결국 저는 출발해버리고 말았어요. 적당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라 일가라고 아버지와의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렸죠 나중에 어머니한테 들었는데 아버지가 말을 듣고 서재의 틀어박혀 우울 모드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해왔던 건지 좋은 결말로 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사람은 잘 안 바뀌는구나 싶었습니다.
어쨌든 나머지 6개월 동안 저는 아버지의 연락을 끊고 한국의 이모저모를 모두 탐방하게 되었죠. 저는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모든 것이 좋다고 말하진 않겠어요.
하지만 영국보다는 한국이 훨씬 안전하고 살기 편한 곳임은 분명했습니다. 치안도 좋고. 한국인들이 가진 점 문화가 가장 마음에 들었죠.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였어요.
1년 동안 저는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에 더 오래 살고 싶었지만 이제 영국으로 귀국하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킬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죠.
영국으로 귀국해 대학까지 졸업하고 나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한국에서 사귄 많은 친구들과 친절한 교수님들을 다시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 대학도 졸업했으니 한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선언했죠. 아버지는 즉각 한국에서 그렇게 연락이 안 되는데도 자기 복장 터져 죽는 거 보고 싶냐며 반발했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캐런도 성인인데 어디까지 보호할 거냐며 초등학교 중학교 때 신경 써주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라도 있냐고 울그락불그락해서 울기 직전인 저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뭐라고 해주셨지요
저는 그날부터 몰래 비자와 비행기 표를 준비하고 결행일을 정해 한국행 비행기를 탈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라도 놀라지 않도록 미리 이날 간다고 귀띔을 해 놓았는데 데 그게 아버지가 한국까지 쫓아오는 원인이 될 줄은 제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부모님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저한테 이메일이 오더군요.
아직 집도 구하지 못했는데 추격이 시작되었구나 이를 어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걱정과 달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국에 매우 만족을 하셨죠.
밤에도 불이 켜져 있는 도시의 풍경은 정말 놀라웠다고 해요. 특히 여성들이 트레이닝복이든 차려입었든 자유롭게 밤거리를 거닐고 있다는 걸 보고는 제 말을 그제서야 믿게 됐답니다.
내가 한국에서 잘 놀고 잘 지내고 있다는 사진으로 몇 번이나 보냈는데 그냥 한 번 놀러 오라고 할 것을 답답하게 시간을 보낸 게 후회가 되었죠.
이렇게 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방문 하루 이틀 만에 바뀌는 걸 보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영국과 한국은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해 보기 전까지는 걱정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그런 이해심이요.
아무튼 한국의 완벽 적응에서 거의 반 한국인처럼 지내고 있으니 지금은 완전 추억이 되어버린 일입니다. 은퇴하면 한국으로 와서 손자를 보면서 살고 싶으시다고 하는데, 또 얼마나 저희 집에 놀러 오실지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옵니다.
남편은 오히려 좋다고 하는데, 또 아버지가 손녀는 또 얼마나 보호하려고 하실지 여러분들도 걱정되시죠. 캐런님의 사연 어떠셨나요? 사연을 들으며 사연자분의 아버님이 너무 답답하시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한국을 경험하자마자 곧바로 딸을 이해한 장면이 나왔을 때 꽉 막힌 분이 아니라 순수하게 딸이 걱정되었기에 나온 진심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란 당연히 자식이 걱정되고 자식이 괜찮다고 해도 괜찮지 않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사연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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